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삼성병원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이틀 동안 여러 일정에 참여하며, 1500명 이상의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의사-질병관리본부-서울시의 주장이 약간씩 엇갈리며 엉뚱하게도 논란은 ‘서울시가 상황을 과장했다’는 주장과 ‘시장으로서의 적절한 조치’였다는 주장의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발표로 메르스 확산에 대한 서울시민의 우려와 불안감은 이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였단 점을 감안할 때, 일반인에 비해 훨씬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그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지닌 채 여기저기 돌아다녔단 사실은 분명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해당 의사의 이동 경로를 지도로 제작해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메르스 의심 환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천명했다. 다산콜(120)로 전화를 걸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단 서울시 측의 설명도 있었다.

직접, 다산콜로 전화를 걸어봤다. “메르스 검사를 어디서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산콜 안내원은 다소 난감한 목소리로 “아직, 구체적인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오늘(5일) 중으로 서울시내 보건소에 ‘상황실’이 차려질 예정인데, 급한 것이라면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핫라인으로 연락하라”고 답했다. 메르스 검사를 받을 경우 비용 지원이 되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질병관리본부에 확인하라”고 말했다. 친절한 목소리였고, 성의있는 태도였지만 분명한 대답은 아니었다.

다산콜이 일러준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에 전화를 걸어 다시 “메르스 검사를 어디서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왜 그러느냐?”고 되물으며 “메르스 의심자와 접촉했느냐” 물었다. “아니지만,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질병관리본부는 의심자이거나 의심자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검사를 우선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발적인 검사는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구체적인 지침을 받지 못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의심자와 격리자에 대한 검사만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사 비용을 묻자, 역시 “의심자와 격리자에 대한 검사는 정부가 부담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메르스 예방 행정의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핫라인과 서울시 다산콜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메르스 검사 방법과 비용에 대한 뾰족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오히려 궁금증만 커졌다. 우선, 언론이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는 격리자, 의심자, 감염자 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메르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자가 의심 증상으로 메르스 검사를 받을 경우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인지의 여부 또한 '지침 없이, 케이스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가'하는 의심이었다.

인터넷에는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병원에 전화를 걸자 ‘오지말라고 했다’는 사례담들이 제법 눈에 띈다. 모든 사례가 다 정확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메르스 진단 시약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당최 어디인지, 전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것인지 등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들이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는 단순히 메르스 확진 병원만을 비공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메르스를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칙마저 비공개하는 극도의 무능한 행정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정말 지금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발병 환자 숫자 세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메르스는 2014년 법정 감염병 분류되어 감염 여부가 확진 될 경우 검사 및 치료 비용을 모두 정부가 부담한다. 격리 입원 역시 정부 부담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궁금한건 그게 아니다. 메르스에 걸렸는지 여부를 어디서 검사할 수 있고, 그 검사가 자부담인 것인지 아니면 정부 부담인 것인지의 여부다. 간단한 문제다. 이 문제를 보건 당국이나 의료계 혹은 의학 전문 기자들이 전혀 말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의아스럽다. 포털 사이트에 ‘메르스’라고 검색하면 헤아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의 정보와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메르스 검사 비용’, ‘메르스 검진 비용’, ‘메르스 검사 방법’ 등을 검색하면 제대로 된 정보들이 찾아지지 않는 실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앙 방역 관리망이 뚫린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일부 과잉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훨씬 엄중해진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박 시장이 과했다고 비난할 게 아니다. 때려잡아야 할 건 서울시가 아니라 메르스다. 박 시장에 대한 공격은 지금 상황을 청와대가 정쟁화 하자는 것의 다름 아니다.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제대로 가려 제공해야 할 정보부터 똑바로 전파해주길 당부하고 싶다. 메르스를 어디서 검사하는지, 그 비용이 얼마인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다는 것은 메르스 대처의 기본적 ABC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의 적나라한 반증이다. 인터넷에선 벌써 시약도 없을 개인 병원들이 메르스 검사를 시행한다는 둥, 메르스 검사 비용을 위해서는 실손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둥의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괴담을 단속한다는 정부가 그 자체로 괴담의 숙주가 되는 혼돈의 상황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메르스 핫라인조차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면 근 20여일 간 이어져 온 이 메르스 정국에서 지침을 갖고 있는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