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방송 예정이었던 KBS <스포츠이야기 운동화v2.0>의 부속 코너 <스포츠대작전>을 “술자리 잡담” 같다며 방송 중단시켰던 편성본부장이 “방송사고 수준”이라며 “편성본부장이 판단해 방송을 몇 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S 노사는 2일 오후 4시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열어 <스포츠대작전>의 급작스러운 중단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 쪽은 지난달 24일 방송 예정이었던 <스포츠이야기 운동화v2.0>이 방송 6일 전 권순우 편성본부장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결방된 것은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을 보장한 <KBS 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독단적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보수성? 몰상식? KBS 스포츠대작전 갑자기 ‘중단’>)

▲ 지난달 17일 방송된 <스포츠대작전>

<KBS 편성규약> 제5조(취재 및 제작 책임자의 권한과 의무)의 3항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4항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측은 권순우 본부장의 ‘독단적 결정’은 이를 위반한 ‘제작자율성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권순우 본부장은 <스포츠대작전>에 대해 “퀄리티가 ‘방송사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성은 (프로그램을) 살리고 죽이는 것을 결정하는 곳이다. 편성본부장이 퀄리티를 판단하고 몇 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급작스럽게 방송을 중단시켜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 시간대에 (<스포츠대작전>이) 너무 시끄러워서 우리 KBS 1TV를 안 보고 떠난 시청자들에게 더 미안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노측이 제작자율성 훼손과 방송 중단 절차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는 “그건 좀 잘못했고 저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제작본부와 다른 보도본부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실무자들이 좀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이야기 운동화v2.0>의 부속 코너인 <스포츠대작전>은 6명의 출연자가 단장이 되어 프로야구 선수들을 선발하고 이 선수들이 실제 리그에서 올린 성적으로 승부를 겨루는 ‘구단 육성’ 프로그램으로, 심야방송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고정 팬층이 생길 만큼 인기를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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