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한 정부의 실책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근) 공포가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사망자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상황이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발병 병원명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며 경계 태세 역시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병원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것이 비공개 이유를 대고 있지만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 공개마저 거부하는 것은 국민 안전보다도 병원의 이윤만을 대변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재난’ 상황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중요하다. 하지만 기자들 역시 위험에 처해지고 있다. 최근 메르스 환자를 만났던 KBS 취재진이 자택 격리 조치를 당했다. (▷링크)

▲ 5월 21일 KBS 단독 보도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취재했던 기자들이 방사능 피폭 피해를 입어 사회적 논란이 야기됐던 바 있다.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취재 과정에서의 ‘안전 확보’ 또한 필수라는 지적이 컸다. 보도의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있는 메르스 사태 역시 속보 경쟁에 앞서 ‘위험지역 및 위험군 취재과정에서 기자·PD들은 보호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 해봐야 하지 않은가 싶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복무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보도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일정 정도'의 희생은 어떻게 어디까지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KBS, ‘공적기능’에 맞는 보도 역할을 수행한 것…문제는 보건당국”

KBS는 메르스 사태 취재 인력에 대해 “해당 취재에 동행했던 운전기사와 오디오맨을 포함한 취재진 6명에게 당일부터 자택에 있으라는 통보를 했다”며 “이번 조치는 만일의 감염 가능성에 대한 사측의 사전 예방 조치”라고 밝혔다. 또한 “당시 김 씨(추후 확진판정을 받았지만)는 격리조치 대상이 아니었고 취재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5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해명했다. 취재과정은 문제가 없었다는 말이다.

메르스 취재로 격리되어 있는 KBS 취재진들은 아직까지는 관련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정홍규 공방위 간사는 “내부적으로 큰 걱정은 없다”며 “기자를 포함한 취재진들 모두 격리된 지 오늘이면 2주가 된다. 현재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상황을 봐서 병원 검진을 더 받아보고 격리를 풀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현재는 메르스 환자에 대한 취재가 안 되고 있다"며 그래서 역설적으로 "취재 기자들 역시 감염 우려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취재진들의 피폭 이후 안정 확보가 잘 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정홍규 간사는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메르스 취재진의 격리조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KBS 회사 입장에서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던 것이 아니다. 취재한 바로 다음 날 격리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조치에 대해서는 (원전 취재 때와는 다르게) 문제 삼을 부분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또한 “KBS 내에 의학전문기자가 있기 때문에 메르스에 대한 위험성 등의 정보를 모른 채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보건 당국’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국장은 “KBS가 당시 위험 상황에 맞는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취재에 임했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렇게 놓고 봤을 때, KBS의 취재과정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보건당국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취재 기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문제”라며 “무엇보다 보건당국이 김 아무개 씨에게 접근한 또 다른 언론사가 있는지 리스트를 확보했는지, 그들을 관리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허술한 방역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류독감 당시 방역복을 입고 취재한 기자들은 못봤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영수 협동사무처장은 KBS의 취재진 격리 조치와 관련해 “취재진 입장에서 김 아무개 씨가 메르스 환자일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취재를 한 것이었기 때문에 조금 만 더 조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영수 협동사무처장은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싸스, SARS)와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의 감염위험이 있는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의 주의를 강조했다. 조 사무처장은 “2014년 초 고병원성 조류독감 확산으로 문제가 뜨거웠었다”며 “당시 취재진들은 철새 도래지 등 현장을 무분별하게 드나들어 논란이 됐다. 방역복을 입고 보도한 언론사들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조류독감의 확산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는데 정부는 ‘철새에 의한 것’이라는 전제 속에 타 가능성은 모두 무시했었다”며 “그리고 언론들 또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문제를 축소보도하고 정부의 말만 받으며 철새 탓만 했다. 그 속에서 근본적인 해결책 등의 제시는 부족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적 재난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가 계속 되는 원인은 비판 없는 언론이 일조했다는 의미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국장은 메르스 등의 사태에 있어서 언론보도는 “정부당국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그리고 예방대책 등 시청자들이 알아야할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두 번째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괴담’이라는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라며 “언론은 그 같은 괴담이라는 정부의 주장만을 받아쓸 것이 아니라, 검증을 통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환기시키고 피해를 줄이는 데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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