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메르스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휴교령까지 내려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안이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청와대는 2일 오후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주재로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메르스 관련 긴급 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긴급대책반은 보건복지부, 국민안전처 등 관련 부처의 상황 대책반 채널을 가동해 대책을 논의하며 24시간 비상체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조치도 ‘뒷북’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이날 아침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메르스 관련 관계장관회의 및 국무회의 등에서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조치 등을 언급하였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동안 차관이 맡아왔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본부장을 직접 맡도록 했음에도 반나절 동안 벌어진 상황을 정부가 따라잡지 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회의 결과 및 향후 대책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연합뉴스)

일부 언론이 국민안전처의 안이한 상황인식을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 커져다. <이데일리>는 이날 “2011년 신종플루 사태 때는 전국적으로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대본을 가동했다”며 국가재난단계를 ‘주의’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국민안전처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언론을 통해 메르스의 치사율이 40%에 이른다는 점이 부각된 상황이라 논란이 심각해지자 국민안전처는 뒤늦게 ‘메르스 상황관리반’을 ‘비상상황관리반’으로 격상시켜 상황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스 상황관리반은 지난 30일부터 5명으로 운영돼왔는데 여기에 2명을 충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의심환자를 이송했던 119대원들이 총 11명 자택 격리되는 등 직접적 연관이 있는 사안들까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안전처의 뒤늦은 대응마저도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안전처가 생활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이날 오후까지 메르스 관련 정보 등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노출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혼란상은 박근혜 정부가 처해있는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무총리의 연이은 낙마로 내각을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총리업무를 겸하면서 재난 관련 대응에 나서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후 상황에 따라 메르스 확산 여부가 경기회복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가 안이한 대응만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화면 캡처. '메르스' 관련한 내용은 일체 노출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전 10시에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문제를 언급하며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시점에 새누리당은 이보다 3명 많은 18명의 환자를 언급해 혼란이 빚어졌는데 사실 확인 결과 청와대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이날 오전 7시에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감염자가 18명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관련 대응이 ‘정부 무능’이라는 또다른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는 조짐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갈등을 키우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메르스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정부와 보건당국의 허술하고 부실한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의결한 개정 국회법에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에 대해 “국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정말 국민이 불안해하며 공포를 느끼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걱정과 대책에 올인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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