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이 세계 최초로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감청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1일 박민식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범죄수사 및 국가안전보장을 목적으로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의 감청을 허용하고, 이를 위해 사업자들은 감청설비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수사기관 입맛대로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방위 사찰법안이다.

박민식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이한성 김태환 김성찬 황진하 김광림 홍일표 권성동 안효대 여상규 경대수 이채익 의원이 동참한 이번 통비법 개정안은 2005년 8월 국가정보원의 휴대폰 불법감청 사과 이후 수사기관이 ‘공식적으로는’ 중단한 감청을 합법화하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은 통비법 제3조 ‘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에 “누구든지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 외의 목적으로 이 법에 따른 절차를 활용하여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항목을 신설했다. 그러면서 제15조2항에 있는 ‘협조의무 사업자’를 현행 전기통신사업자에서 ‘전화, 인터넷, SNS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통신 서비스 역무를 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로 바꾸고, 사업자들에게 감청설비 설치를 의무화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불법감청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상당수의 감청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살인 등 강력 사건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휴대전화 등에 대한 감청 실패는 단순히 수사기관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국가안보 수호 및 국민의 생명보호에 치명적인 위협요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안 취지는 “적법 절차에 따른 감청일지라도 개인 사생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구각기관의 과거와 같은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차단하고 합법적 휴대폰 감청을 보장해 주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국가안전 보장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정부에 의해 얼마든지 감청범위가 넓어진다는 데 있다. 이동통신사 등에 감청장비 설치를 강제하는 것은 수사기관이 ‘국가안전 보장’을 명분으로 시민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다. 지난해 카카오톡 사찰 파문이 일었을 때 다음카카오는 정진우 당시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친구 2368명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줬다. 지금 제도로도 이미 ‘저인망식 사찰·감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는데, 새누리당은 한술 더 떠 감청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감청을 합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수사기관이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시민의 사생활을 실시간 감시하고, 기업과 이용자의 암호화를 무력화하는 것은 ‘인권침해’다. 지난해 7월 UN인권최고대표 또한 기업의 감청장비 의무화제도는 “싹쓸이 감시 조치를 촉진하는 환경을 낳는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SNS 사찰법” “개인정보 싹쓸이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1일 성명을 내고 “국민들이 자신이 낸 세금으로 자신을 상시적으로 감청하는 장비를 다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같은 내용의 법안이 17대 법안에도 상정되었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뿐 아니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도 반대하는 동의안을 본회의에 발의해 무산된 바 있다”며 “같은 내용의 법안이 18대 국회에도 통과에 이르지 못했던 것 역시 정보·수사기관에게 상시감청을 허용할 경우 국민뿐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반대자들의 경우 통신비밀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우리 사회 통신비밀의 위기는 ‘정보·수사기관의 권한 오남용’과 ‘불투명성’에서 유래한다”며 국정원의 간접감청에 대한 감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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