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에 박정희 정부가 개입했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사장 김종철 동아투위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의 신유신체제 아래 ‘사법사상 암흑의 날’을 재현했다”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1975년 3월 동아일보사 사주 김상만이 사원들을 대량해직한 사건이 ‘경영난’ 때문이라는 주장을 정당화한 것이냐”고 힐난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1974년 백지광고 사태 등 언론인 해직에 유신정권이 개입했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의 결론을 뒤집고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 자유언론실천재단(이사장 김종철 동아투위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는 박근혜 정부의 신유신체제 아래 ‘사법사상 암흑의 날’을 재현했다”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1975년 3월 동아일보사 사주 김상만이 사원들을 대량해직한 사건이 ‘경영난’ 때문이라는 주장을 정당화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미디어스

2008년 정권교체 후, 소송제기한 동아일보…받아들인 대법원

사건의 발단은 정권교체였다. 동아일보사는 정권 교체 직후인 2008년 10월, ‘1975년 3월 언론인 강제해직 진상 규명’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정부 시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진실화해위원회는 1974년 10월부터 동아일보사의 기자, PD, 아나운서 등이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이 광고탄압을 가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동아일보사가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참여했던 113명의 언론인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결정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제기된 소송은 박근혜 정부에 와서 진실화해위 결정을 뒤집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대법원이 1975년 3월 언론인 대량해직이 정당하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하며 “동아일보사는 당시 대량 해고를 경영난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당시 광고탄압에 종교계를 비롯한 경재야 민주화운동진영 인사들은 ‘사원들의 모자라는 월급을 모금으로 충당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부한 것은 김상만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철 동아투위위원장은 “대법원이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을 뒤엎는 판결을 확정함으로써 동아투위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김종철 위원장은 “1975년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이 동아일보에 압력을 가해 김상만 등 경영진 스스로가 야합해서 폭력배를 동원해 113명의 언론인들을 추방시켰다”며 “그로부터 40년 하고도 2개월이 흘렀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이제 와서 경영탓이라는 철면피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비가 저지른 일을 뒤엎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아무리 정권과 동아일보가 동아투위의 역사를 없애려고 해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뜻을 같이 했던 국민들과 언론단체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동아투위 정동익 전 위원장 또한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대법원이 언론사 사상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며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는 판결인데,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느냐. 여기 서 있는 사람들이 다 증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탄압하니 국민들이 헌금을 가지고 동아일보로 달려왔던 것은 이미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인한 사법부야 말로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쏘아 붙였다.

▲ 정한봄 새언론포럼 부회장이 2일 동아일보사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미디어스
“행정안전부, 처음부터 동아일보에 져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의심”

대법원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 과정에서 동아일보사에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했다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들어 "동아일보사에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권의 요구에 굴복해 사원들을 해직했다는 인과관계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봤다. 동아투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진실화해위원회는 동아일보 측에 여러 차례 의견진술을 요청했으나 거부한 쪽은 동아일보였다”며 “그래놓고 이제 와서 그 같은 과정은 무시한 채 동아일보만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거 결정사항을 취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역으로 “안전행정부가 참여정부 시절 결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져주기 위한 소송을 진행한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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