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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실 경제의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한 '사이버논객'에서 '경제대통령', '오라클'(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예언자), '현자', '선지자', '교주'… 다양한 호칭들이 생겨났다. 정보당국이 그의 신상정보를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간 후 그는 다시 인터넷이라는 무대 위에 나타났다. 절필선언 뒤 사그라드는 불꽃으로 보였던 '미네르바 신드롬'은 제2막을 맞이하고 있다.
미네르바는 아고라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근 열흘만인 지난 13일 '이제 마음 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이 글의 조회수는 18만8097건을 기록하고, 댓글도 3387개가 달렸다. 답변글도 100여건에 이르는 기록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방문자도 계속 늘고 있다.
글 속에서 그는 "(경제에 대해서)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 "정 눈에 꼴싸나우면 고소장 쳐 보내지 말고 병원에 아예 킬러를 보내라"라고 말해 누군가로부터 고소를 당했거나, 자신에게 국가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실제 고소가 있었는지, 국가의 실질적인 압력이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전여옥 의원님… 유인촌 장관님… 이 자리를 빌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무릎 꿇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이 늙은 촌부를 부디 용서해 부시기 바랍니다"라는 그의 말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거론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를 MBC <PD수첩> 등 방송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미네르바는 14일 작성한 글에서 "호기심이라는 궁금증의 판도라 상자를 열고자 언덕 너머의 태풍을 구경하겠다고, 도와주신다는 말로 자꾸만 들추어 내신다면 문제만 더 심각해지고 전 곤란에 빠질 수 있다"며 "문제가 더 확산되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고… '대중 선동죄'와 같은 유사 범죄 사실만 추가가 될 뿐"이라고 경계를 나타냈다.
사람들은 글을 읽은 뒤 그가 말한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에 눈물을 흘리고 격정을 느꼈다며 댓글 등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서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기에는… 이 나라에서 천민들이라고 한나라당의 고귀하신 의원들께서 부르시는 일반 서민들은… 너무 지쳤다… 이젠 진이 빠져서 더 쥐어 짜내려고… 바닥난 애국심에 호소를 해서라도 쥐어 짜서 희생을 하고 싶어도… 이젠 그럴 여력도 남아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죽은 천민경제"라며 "한국처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대가를 요구하면서 경제성장을 외치는 나라 치고 성장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날은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부분 위헌 판결로 실질적인 '종부세 폐지'가 결정된 날이기도 하다.
다음은 '미네르바 신드롬'에 적극적인 의사 표명 해야
미네르바는 지난 10월2일부터 지금까지 80개의 글을 아고라에 남겼다. 누적 조회수 730만여건, 댓글 3만3천여개, 답변글 2천여개, 찬성 9만여개, 반대 2천여개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수치는 14일 오전 경에 전수 조사한 것이다. 인터넷 게시글의 특성상 집계하는 동안 수치는 높아졌을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다. 더구나 그의 글이 다음 카페, 블로그 등으로 퍼져 나가고 그에 달린 반응과 새로운 의견 등을 감안한다면 어머어마한 트래픽이 발생했을 것이다. 트래픽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경험이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한 개인의 역할도 컸지만 '아고리안', '네티즌'이라 불리는 인터넷 사용자들간의 쌍방향 소통에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이는 엔터테이먼트 위주의 콘텐츠와 정부와 정당 그리고 대기업 위주의 시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주류미디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수용자들은 주류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와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의미를 해석하는 시각과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실천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인 다음은 지금 아고라에서 벌어지고 '미네르바 신드롬'을 주의깊게 바라보아야 하며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야 한다. 인터넷을 사업적인 잣대로 놓고 보더라도 미네르바를 우대하고 적극적으로 기획해내어 전면에 노출하는 게 상식이다. 다음에 이같은 기회가 또다시 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다음은 뒷짐만 쥐고 있을 뿐 아니라, 미네르바의 신원정보를 수사시관에 넘겼다는 의혹에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침묵만 하고 있다.
국회에선 강력한 인터넷 규제와 통제가 담긴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이버모욕죄', '포털 규제 방안', '임시 삭제 조치 강화' 등 관련 법안이 정비되고 나면,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가 다음에서 형성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디어 민주주의', '웹2.0 구현' 등 다음이 직간접적으로 표명했고 지향하는 사업 방향을 지켜 나갈 수 있느냐는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미네르바 신드롬'이 던져 놓은 숙제들
미네르바는 자신이 제시한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경제에 대한 인식과 전망을 통해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 놓았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일련의 정책과 세계관에 사자후 같은 비판을 날렸다. 경제, 정치, 철학, 역사, 미디어, 문화 등 지식인들이 전유해왔던 광범위한 주제를 '천민'들도 공부하고 현실에 적용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해왔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는 단순히 명령하거나 혼잣말로 되뇌이는 게 아니라 몇 달에 걸쳐 대중과 '소통'했다. 소통의 과정은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처럼 드라마틱했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곤 했다.
지난 7월부터 쓰여진 그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어내고 추천 도서와 다큐를 정리해 놓은 "다음아고라미네르바글모음" 카페가 생겨났다. 카페에는 같이 호흡했던 인터넷 논객들의 글도 모아져 있다. 이처럼 미네르바 신드롬은 '화두'를 남겼고 '집단지성'이라는 혁명적인 도구를 더욱 진화시켜 놓았다.
'미네르바'는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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