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이어 MBC 내부에서도 청와대발 뉴스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노조)는 1일 낸 <민실위 보고서>에서 MBC <뉴스데스크>가 청와대발 소식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 손에 꼽힌 사례는 지난달 21일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보도였다. 공안 수사의 교과서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해설>이라는 책을 내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을 지닌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을 무시한 채, ‘주어 없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황교안 후보자는 17달 동안 수임료 16억을 받아 논란이 됐고 이 문제는 장관 인사청문회 때 쟁점이 됐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당시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반대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었고, 정부 대리인으로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더구나 황교안 후보자는 예전부터 유력 후보자로 거론됐던 인물로 이번에도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높았으며, 공안통을 총리에 앉혀 공안정국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 5월 21일자 MBC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는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리포트를 3개 배치했다. 3번째 리포트에서 ‘공안통치 노골화’ 및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의혹’ 등의 지적, 피부병 병역면제, 대형 로펌 진출 후 전관예우와 고액 연봉 등 논란을 언급한 후 여야의 평가가 극명히 엇갈렸다고 보도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더 많이 부각됐다.

“외유내강형에 합리적인 리더십, 현직 검사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특히 현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난 2년여 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 굵직한 현안들을 잘 해결해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오늘 황교안 장관을 총리로 지명한 건 박 대통령의 정면돌파 의지를 보여준거란 분석입니다. 부정부패 척결과 사대구조 개혁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인물을 선택했다는 관측입니다. (중략)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직접 법정에 서서 흔들림없이 난제를 해결한 공안통 황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거센 반대도 예상했지만, 사정경험이 풍부한 황 후보자가 국정 최우선 과제인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분석입니다”

민실위는 “문장에 주어가 없다. 누구의 평가인지 묻고 싶다”며 “‘국정원 대선개입’,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모두 논쟁적 사안이었다. 청와대의 평가를 객관적 평가인 양 주어를 생략한 채 ‘잘 해결해냈다’고 쓸 수 있는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이완구 전 총리의 불명예퇴진 이후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직접 법정에 서서 흔들림 없이 난제를 해결한 공안통 황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거센 반대도 예상했지만…”라는 문구를 두고는,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강해졌다’고 단정하고, ‘흔들림 없이 난제를 해결한’이란 수식어로 청와대의 시각을 객관적 사실로 둔갑시켰다”며 “민실위가 이에 주목하는 건 특히 청와대발 보도에서 뉴스데스크가 유독 무비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결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우려 짚지 않는 MBC뉴스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5일, <뉴스데스크>는 톱 뉴스 <그린벨트 규제, 45년 만에 대수술> 리포트를 시작으로 <경제관련법 지연.. 애가 탄다>, <규제 철폐에 모바일금융 활짝>, <규제에 발목 잡힌 서비스산업>, <폐지규제보다 많은 새 규제법안> 등 총 5개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민실위는 “5개 리포트 모두규제 완화의 내용과 필요성만 이야기할 뿐 이로 인해 우려되는 부작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참석한 규제개혁 회의에 발맞춰 청와대와 재계의 시각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편집이었다는 게 민실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 5월 6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구체적으로, ‘그린벨트 규제 완화’ 리포트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로 넘길 경우 표를 의식한 난개발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는 한 줄도 다뤄지지 않았고, ‘규제에 발목 잡힌 서비스산업’ 리포트에서도 화물차 신규 등록 규제, 원격 진료, 성형수술 광고 등 규제 완화 관련해 찬반이 맞서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반대’ 입장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민실위의 지적이다.

국가재정 전략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13일 <뉴스데스크> 보도도 한 사례로 언급됐다. 정부가 지방교육청 예산 10%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에 의무 편성한다고 결정한 것이 이날 회의의 핵심이었는데 <뉴스데스크>는 단 세 줄로 뒷부분에 언급했다.

같은 날 KBS <뉴스9>, SBS <8뉴스>는 각각 <누리과정 지키고 고용 절벽 막고…증세없이 가능?>, <누리과정 보육예산 편성 의무화…교육청 반발> 리포트에서 ‘누리과정 의무편성’을 강조했지만 <뉴스데스크>는 <‘교육-복지 재정 합리화한다’>라는 제목 아래 학생 수에 따른 예산 배정과 소규모 하교 통폐합 방침을 앞부분에서 소개했다.

민실위는 “누리과정은 교육청의 법적 책임 관할이 아니며 열악한 지방교육재정 여건에서 박 대통령이 무상보육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중앙정부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게 지방 교육감들의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어린이집 예산지원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10% 의무편성’ 방침은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실제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5월 29일 회의를 열고 누리과정 예산 의무편성 방침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며 “<뉴스데스크>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단지 ‘예산 자율성이 없어 특별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발’ 정도로 다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민실위는 “정부의 정책 발표, 특히 대통령의 주요 정책은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를 블록화해 보도하는 것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쟁점을 정확히 짚지 않는다면, 블록화는 정책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5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정치 댓글 지시’ 국정원 전 심리전단장 법정구속도 MBC선 사라져

지난달 15일 법원은 정치 관여 혐의로 기소된 국군 사이버 사령부 소속 이모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1심 공판에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지키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기 위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징역 2년(법정 구속)을 선고했다. 검찰이 제기한 군형법 상 정치 관여 및 형법상 증거인멸 교사 혐의 모두를 인정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심리전단은 지난 2012년 대선 전후로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거나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게시물 12000여건을 남긴 바 있다.

KBS <뉴스9>는 <‘정치 관여’ 군 심리전단장 징역 2년 법정 구속> 리포트에서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이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였다며 “이번 판결은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위법하게 여론 형성에 개입한 행위를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라는 이흥주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의 발언을 담았다.

SBS <8뉴스>는 <'정치 댓글' 국군 사이버사 전 단장 징역 2년> 리포트에서 “재판부는 ‘이 씨가 북한의 심리전에 대응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자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며 “재판부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기 위해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는 이 소식을 볼 수 없었다. 민실위도 ‘보도 누락’ 사실을 되짚었다. 하지만 보도국 책임자는 “누락된 이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 5월 15일자 KBS <뉴스9>,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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