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이 바게트까지 굽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화덕을 직접 만들고 빵 반죽을 하고 숙성시켜 굽는 과정까지, 그 모든 것은 기적이었다. 그런 기적과 같은 상황이 바로 <삼시세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다. 첫 손님인 박신혜의 존재감까지 더해져 정선에서 그들의 삶은 보다 화려해졌다.

박신혜 존재감과 이서진의 변화;
행복한 밭일과 새참, 그리고 풍성한 정선 밥상이 보여준 삼시세끼의 가치

박신혜와 함께한 정선은 역대 최고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특별했던 정선의 삼시세끼는 시즌2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유였다. 잘되는 집은 뭘 해도 된다는 말처럼, 게스트까지 한 몫 단단하게 해주는 <삼시세끼>는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광규가 합류하며 세 남자의 농촌 생활기가 된 <삼시세끼 정선편>는 박신혜가 첫 손님으로 들어오며 시즌2의 기준을 확실하게 세웠다. 일 잘하는 게스트의 출연으로 인해 이후 등장하는 손님들은 그저 편하게 즐기며 먹고 갈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손님인 지성 역시 최고의 일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니, 박신혜 효과는 시즌2의 진정한 가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도 잘하는 그녀의 존재감은 둘째 날 식사 후 퍼져 있던 세 남자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증명되었다. 손님이 더 열심히 일하는 상황에서 집주인 삼인방 역시 자발적으로 일을 찾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그들의 점심 먹기는 다양한 준비 과정으로 이어졌다.

불을 피우고 콩자반을 만들고, 잡은 송사리를 손질해 튀기는 과정까지 이 말도 안 되는 농촌 버라이어티의 진수는 매력적이었다. 박 소장과 단순 노동자라는 자막이 모든 것을 표현해주듯 박신혜를 중심으로 세 남자의 삼시세끼는 흥겨움 그 자체였다.

절대 안 될 것 같은 상황은 언제나 그럴듯한 밥상으로 다가온다. 미끄러운 것을 잡지 못한다는 신혜는 장갑을 끼고 송사리 손질까지 했다. 이렇게 못하는 것이 없는 그녀로 인해 정선의 삼시세끼는 풍성했다. 그녀의 진가는 단순히 요리를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텃밭이라고는 해도 제법 넓은 부지의 정선집 밭에 작물을 심는 과정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500평 밭에 옥수수를 심는 과정은 그 자체로 힘겨운 노동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일꾼의 등장으로 성과는 풍성했지만 그만큼 힘겨울 수밖에 없었던 옥수수 심기는 시즌2가 더욱 풍성해지는 이유가 되었다. 신혜와 택연이 함께 일하는 장면은 8개의 카메라가 담고 서진과 광규는 하나의 카메라가 잡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사가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박신혜 효과는 이서진이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요리를 해준 것도 있지만 택연이 미친 듯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단 점에서 드러났다. 신혜의 등장부터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하지 못한 택연은 정말 일하는 로봇과도 같았다. 쉽지 않은 노동 뒤 짧은 새참은 그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줬다.

송사리 튀김을 하고 남은 밀가루 반죽을 이용해 즉석에서 파전을 만드는 신혜의 내공은 막걸리와 곁들인 행복한 새참 시간으로 이어졌다. 진솔한 노동 뒤에 먹는 소박하고 작지만 행복한 새참은 우리에게 노동의 본질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원초적인 노동의 진정성과 재미는 어쩌면 도시화로 인해 사라진 우리 노동의 진정성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작지만 행복한 새참 시간을 보내고 내리는 비를 신호로, 남은 옥수수 심기에 나선 그들은 왜 우리 선조들이 일하는 과정에 새참을 하는지 깨닫게 했다. 막걸리 한 잔에 힘을 내서 일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묘약임을 깨달은 그들에게 노동은 그저 신성한 것이었다.

힘든 노동을 끝낸 후 그들의 저녁은 풍성했다. 일본식 간장 샤브샤브를 만드는 신혜는 거침이 없었다. 이서진이 극찬할 정도로 완벽한 일본식 샤브샤브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비로 인해 젖은 아궁이를 단 10분 만에 후끈거리게 만들 정도의 마력은 박신혜의 식사가 만든 마술과도 같은 일이었다.

박신혜의 탁월한 능력에도 이서진의 빵 만들기가 이번 방송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서진은 전편에서도 그랬고,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봐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서진이 할배들과의 여행에서 보인 요리를 보고 만든 것이 바로 <삼시세끼>였다는 점에서 이서진이라는 존재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그는 고생 없이 살아왔다. 유학생이었던 그는 비록 단역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연기자로서도 굴곡 없는 성공을 거뒀다. 그런 그가 나영석 피디를 만나며 외연을 확장해 예능까지 접수하는 과정까지 거침이 없다. 광규가 서진과 망중한을 즐기며 다음에 태어나면 이서진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 속에 그의 모든 것이 존재했다.

요리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는 이서진을, 가본 적도 없을 것 같은 농촌으로 데려와 그곳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가지고 요리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삼시세끼>였다. 엉성하고 엉뚱한 이서진의 농촌 삶이 곧 <삼시세끼>의 본질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변신 역시 중요하다.

아무것도 못하던 그는 가을과 겨울을 정선에서 보내고, 만재도에서 차승원의 존재감으로 위기감까지 느끼며 달라졌다.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한 그는 심지어 빵까지 굽는 신기한 일도 했다. 정선에 오기 전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를 만드는 방법까지 배운 이서진은 부족해도 최선을 다했다.

전날 빵 반죽을 하고 숙성시킨 후 다음 날 직접 만든 화덕을 덥혀 굽는 과정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은 도전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정선에 화덕을 스스로 만들어 그 안에서 빵을 굽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은 <삼시세끼>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

빵 굽는 것을 아이를 낳는 일에 비유할 정도로 이서진에게 첫 도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서진의 달라진 모습은 결국 <삼시세끼>가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변화가 없던 이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을 흥미로운 예능으로 변화시키는 제작진의 재능 역시 놓쳐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편집의 힘과 자막, 그리고 뛰어난 관찰력이 만들어낸 사물과의 교감 등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손님으로 등장한 지성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박신혜라는 아성을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세운 기준으로 인해 지성 역시 열심히 일하는 게스트가 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선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삼시세끼>는 항상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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