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1일 JTBC ‘다이빙벨’ 보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중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정부의 구조작업이 고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JTBC는 '다이빙벨'의 투입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JTBC의 보도가 혼란을 야기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관계자에 대한 징계’(벌점4점) 처분을 의결했다. 이 처분으로 방통심의위가 재난상황 시 언론 보도의 역할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JTBC는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JTBC의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서는 방통심의위의 JTBC ‘다이빙벨’ 보도에 대한 심의 자체가 애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방송사업자에 대한 ‘표적 심의’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특히, 3기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이 'JTBC에 대한 길들이기'로 볼만 하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해 볼때 JTBC 보도에 대한 법원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쯤에서 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린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 법원, JTBC ‘다이빙벨’ 보도 중징계는 부당 “취소하라”) 법원의 판결 내용은 명료했다. 법원은 언론의 역할이 ‘진실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언론보도에 대해 제재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보도가 진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정부가 증명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JTBC 다이빙벨 보도에 대한 제재의 경우, 방통심의위와 방통위의 논의 과정에서 그 같은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JTBC에 적용된 방송심의규정에 대한 법원의 법령 해석은?

방통심의위의 JTBC <뉴스룸> ‘다이빙벨’ 보도와 관련한 중징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와 제24조의2(재난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제2항을 근거로 이뤄졌다. 해당 조항들은 각각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 “재난 등에 따른 피해 통계, 사상자·실종자 명단 또는 복구상황 등의 정보를 사업자가 직접 취재하여 방송하는 때에는 불명확한 정보를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규정들이다.

▲ 2014년 4월 18일자 JTBC '뉴스9' 리포트

이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방송사업자가 재난 등에 관해 ‘불명확한 내용·정보를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고 (방통심의위가 제재)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업자가 방송한 내용·정보가 진실하지 않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언론은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에 봉사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므로 언론이 진실을 보도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특히, 언론이 공공의 이익에 관해 진실한 사실을 보도한 경우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이 우리 법체계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형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재 등에 관한 법률> 역시 판결 근거로 제시했다.

참고로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제5조(언론등에 의한 피해구제의 원칙) 제2항은 “인격권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언론 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적시돼 있다.

재판부는 이어 “JTBC 다이빙벨 보도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및 제24조의2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불명확한 내용·정보를 사실인 것으로 방송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도를 통해 ‘시청자를 혼동케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언론이 진실을 보도한 경우에는 시청자에게 아무런 혼동을 일으킨 바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심의위 등이 시청자에게 혼동을 일으켰다는 판단을 자의적으로 내리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건 셈이다.

재판부는 “방송사업자가 재난 등에 관해 진실하지 아니한 내용·정보를 진위 여부 확인 없이 방송한 경우에 비로소 심의규정에 따른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TBC의 다이빙벨 관련 보도가 ‘진실하지 않다는 점이 증명되어야만’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제시한 증거만으로 JTBC 다이빙벨 보도 진실하지 않다고 볼 수 없어”

법원은 방통심의위가 문제삼고 있는 JTBC 다이빙벨 관련 보도 중 △다이빙벨은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동안 연속 작업 가능, △세월호 사고 현장에 다이빙벨 투입한다면 2~3일 내 3·4층 화물칸에 대한 수색 종료 가능, △군에서도 다이빙벨 존재 인지, △해경이 주도하고 있는 구조작업 체계에서는 투입 불가 등의 내용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재판부는 JTBC 보도 과정에서 나온 "다이빙벨은 20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다"는 발언에 대해 “이것이 진실하지 않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해상 조건에서 다이빙벨을 이용하더라도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동안 연속으로 작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피고(방통심의위·방통위)가 제출하고 있는 증거들만으로는 JTBC 보도가 진실하지 않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방통심의위·방통위가 제출한 증거 또한 “다른 언론사의 기사로서 그것에 담겨 있는 내용 역시 객관성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전문가의 의견이 대부분”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방통심의위·방통위는 5월 1일 다이빙벨을 구조 작업에 투입했다가 약 2시간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는 이유를 들어 ‘20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당 보도가 진실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서의 다이빙벨 철수 사실이 20시간 연속해서 작업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 JTBC 다이빙벨 보도 관련 법원 판결문 중
JTBC가 ‘세월호 2~3일 내 3·4층 화물칸 수색 완료’라고 보도한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다이빙벨이 일반적인 해상 조건에서 20시간 동안 연속으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내린 판단”이라며 “이 말이 진실하지 않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이빙벨을 투입해 20시간 동안 연속으로 구조 작업을 하더라도 해당 기간 내 수색을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또한 다이빙벨이 약 2시간 동안 구조 작업을 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 등의 이유만으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엉뚱한 이유를 앞세워 자의적으로 JTBC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방통심의위가 주장하는 JTBC 다이빙벨 관련 보도에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JTBC가 제14조와 제24조의2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제재조치명령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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