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대 한화의 주중 3연전 마지막 대결은 예상을 뒤흔들었다. 한화와 기아의 선발투수는 탈보트와 유창식. 두 투수 모두 직전 경기에서는 나름 호투를 보였지만 올 시즌 평균 자책점이 8점을 넘거나 근접한 성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두 팀 타선의 활발한 타격전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정반대였다. 결과는 0 대 3 한화의 영봉승으로 승부가 결정됐다.

주목할 부분은 한화는 안타를 3개밖에 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유창식이 사구를 포함 사사구를 6개를 내주며 선두 타자를 거의 1루에 내냈으니 안타는 적었어도 공격 기회를 상대적으로 더 잡을 수 있었다. 탈보트 역시 유창식보다는 덜했지만 역시 사사구를 4개나 허용했다. 반면 기아는 안타를 6개나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기아 역시 사사구를 5개 얻었던 점을 생각하면 한화에 비해 대단히 비경제적인 야구를 했음을 의미한다.

▲ KIA 선발투수 유창식, 한화 선발투수 탈보트 ⓒ연합뉴스
우선 이 경기의 결승타가 2회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주현상이 친 중견수 희생 플라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본래 스몰야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재미가 덜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낼 점수를 내지 못해서 지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기아는 완전히 역행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번트를 대지 않았고, 그 결과 병살, 도루사 거기에 실책까지 겹쳐 한화에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점은 감독에게 문제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아는 1회 무사 1,2루에서 병살로 아쉽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게다가 한화는 1점씩 아주 느린 발로 도망을 쳤다. 경기 흐름을 단번에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기아의 추격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1회초 중견수 위치에 정근우를 배치하면서 첫 타석 김원섭의 뜬 공을 잡지 못해서 2루타를 허용했던 한화로서는 좋지 못한 분위기를 오밀조밀한 스몰야구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 한화 김성근 감독 ⓒ연합뉴스
물론 기아가 공수에서 부진했던 것은 탈보트의 호투도 있었지만 투수 유창식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잦은 사사구로 인해 야수들의 긴장도가 떨어져 올 시즌 10개 구단 중에서 실책이 가장 적은 기아라도 실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따라갈 수 있을 때에 착실하게 따라붙는 모습만 보였다면 마운드의 유창식도 좀 더 힘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기아의 28일 경기는 선수와 벤치 모두가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또한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1회 김주찬의 타구도 주자 1,2루 상황이 아니라면 안타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유격수 권용관에게 그대로 잡혔고, 7회 1사 1,3루 상황에서도 박기남의 잘 맞춘 타구가 2루수 직선타로 잡히면서 득점에 실패하는 등 불운했다. 그렇게 빅 이닝만 노리며 기회를 모두 놓친 기아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스몰야구에 호되게 당하면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 KIA 브렛 필 ⓒ연합뉴스
그러나 기아의 진짜 아픈 속내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기아의 해결사 브렛 필의 부진이다. 브렛 필은 5월 들어 타격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안타와 홈런으로 승리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지만 최근에는 그도 불발로 그치고 있다. 어차피 144 경기를 한결같이 다 잘할 수는 없다. 오히려 부상 없이 경기에 나와 주는 것만도 다행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토종 4번타자 나지완이 무거운 브렛 필의 짐을 덜어줘야 하는데 이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28일 무기력한 패배로 다시 승률 5할을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비록 홈이지만 기아의 천적인 NC를 만나게 된다. NC는 강한 상대 두산을 스윕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현재 가장 분위기가 좋은 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삼성전에서 인상적인 호투를 보인 양현종과 스틴슨이 마운드에 서게 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로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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