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다뤄온 LTE와 LTE-Advanced의 기술 발전들을 모두 정리해 보면, CA, CoMP, HetNet/eICIC, Relay, SON처럼 LTE 그 자체의 속도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있고, 또는 D2D, LTE 방송처럼 기존의 LTE에 변화를 주어 일반적인 모바일 인터넷 통신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LTE Machine-Type Communication(LTE MTC)도 후자입니다. 바야흐로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에 이어 모든 물건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LTE MTC는 LTE를 사물인터넷에 최적화하기 위한 표준입니다.

LTE MTC: 사물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현재 IoT를 위한 기술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와이파이와 블루투스지요. 와이파이는 일정 지역 안에서, 그리고 블루투스는 가까운 거리 내의 기기간의 직접 통신입니다. 그 중에서도 주로 와이파이가 많이 이용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화제였던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 랩스의 온도조절기도 와이파이에 기반하였고, 퀄컴 주도의 올씬 (AllSeen) 얼라이언스도 와이파이를 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블루투스는 범위가 너무 좁고, 또 연결이 종종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있고요. 와이파이는 범위는 조금 더 넓지만 한 장소에 고정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집안의 가전제품들을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수준에서는 충분하지만, 자동차와 같이 이동하는 물건들은 연결이 불가능하고, 또 와이파이 액세스 포인트가 없는 곳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무언가 다른 기술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건 물론 모바일 통신 네트워크일 것이고, 여기에서 LTE MTC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엔 LTE급 속도가 필요하지 않다

LTE가 워낙 보급되고, 또 빠른 모바일 네트워크의 대명사가 되면서 아예 “LTE급”이 매우 빠르다는 의미의 수식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는 고화질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나 인터넷 서핑에는 필수적이고, 또한 간접적인 데이터 오프로드 등의 효과도 가져와 트래픽을 줄이는 데 일조합니다만, 문제는 사물인터넷용 기기엔 이런 LTE급 속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전송량은 기껏해야 KB 단위일 것이고, 여기에 300Mbps같은 속도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입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엔 소비전력도 비용도 너무 큽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통신칩만 해도 수십달러니까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농담같게 들리지만, LTE MTC는 LTE에서 LTE급 속도를 제외해 버립니다. LTE “Category 0”이라고 불리는데, LTE에서 주로 사용하는 다중 안테나를 배제하고 오직 하나의 안테나만 사용하고, FDD/TDD등의 이중 전송을 사용하지 않아 속도를 더더욱 줄여버립니다. 나중에 3GPP 릴리즈 13이 도입되면 현재 20MHz에 달하는 대역폭을 1MHz 수준으로 크게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약 2Mbps 미만의 속도가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LTE MTC는 이 속도로도 여전히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할 수 있고, 또 속도를 줄이면서 모뎀의 복잡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얻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분명 이득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 그림1. 3GPP Rel. 12의 LTE Category 0은 LTE의 속도를 1Mbps 수준으로 줄여버리고, 안테나는 하나만 사용하면서, 풀 듀플렉스도 사용하지 않아 모뎀 복잡도를 절반 이상 줄입니다. Rel. 13은 1.4MHz의 아주 좁은 대역폭을 사용하여 속도를 더 줄이면서 모뎀 복잡도를 더욱 낮춥니다. (출처: 노키아, http://networks.nokia.com/system/files/document/nokia_lte_m2m_white_paper_1.pdf )

속도 대신 필요한 것: 더 넓은 커버리지, 줄어든 소비전력

속도를 줄여도 된다는 것은, LTE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스펙트럼 효율, 곧 주어진 대역폭 안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데이터를 여러 번 중복 송신해서 데이터를 놓치는 일을 방지하여, 효율을 줄이고 지연 시간은 느려지는 대신 커버리지를 늘릴 수 있습니다. 또 여러 기지국이 동일한 신호를 전송해 경계 지역에서의 수신율을 높일 수도 있지요.

속도도, 대역폭도 줄어들고, MIMO도 사용하지 않으니 소비전력 역시 크게 절감됩니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대기모드를 도입하고, 현재 최대 2.56초밖에 안 되는 대기 시간을 분 단위로 크게 늘려 쓸데 없는 전력소모를 없애고요. 많은 경우 사물인터넷 기기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단말기의 위치를 파악하는 TAU(tracking area update)의 횟수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 그림2. LTE MTC의 커버리지 확장. 같은 데이터를 중복해서 송신해 데이터를 놓치는 확률을 줄이고, 여러 기지국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송신해 경계 지역에서의 수신율을 높입니다.

기존 LTE와의 공존

LTE MTC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기존 LTE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LTE의 넓은 커버리지를 대대적인 장비와 주파수의 추가 투자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길거리의 가로등을 생각해보면, 넓은 지역에 듬성듬성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LTE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와이파이 공유기를 하나하나 설치하는 비용을 아낄 수가 있지요.

기존 LTE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 주파수 자원을 약간만 점유할 수도 있고,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점유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기존 LTE보다 현저히 데이터 용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트래픽에 거의 영향을 주지도 않습니다. 퀄컴의 시나리오에서는 LTE MTC에 의한 트래픽 점유는 겨우 0.1% 미만입니다.

▲ 그림3. LTE MTC는 기존 LTE와 공존하면서도 0.1% 미만의 트래픽을 점유해 기존 LTE 네트워크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LTE MTC와 사물인터넷 생태계

사물인터넷의 핵심 중 하나는, LTE MTC나 와이파이같은 통신 기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무엇보다 생태계입니다. 통신 기술이 있으면, 그걸 가지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활용하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기간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한 정해진 표준과 이를 따른 여러 사업자와 제조사간에 보장된 호환성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퀄컴은 oneM2M이라는 사물인터넷 기기/서비스의 통신 표준을 LTE MTC와도 호환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생태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IoT에 대해 더 깊게 다루게 될텐데, 퀄컴 주도의 올씬 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나 인텔, 삼성 주도의 “열기 상호 컨소시엄(Open Interconnect Consortium, 오역이 아니라 공식 명칭입니다)” 등의 표준화 노력을 논하게 됩니다. 하지만 LTE MTC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므로, 이번 글에서는 더 다루지 않겠습니다.

결론: LTE의 세계질서 재편?

요약하면 LTE MTC는 기존의 LTE 네트워크의 속도를 크게 줄이고 대신 비용과 소비전력을 절감하여 LTE를 사물인터넷에 최적화하는 기술입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에 비해 훨씬 더 넓은 커버리지를 가지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LTE 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도 트래픽을 매우 낮게 점유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악영향을 끼치지도 않습니다.

지난번 와이브로 특집에서 보았듯이 4G 모바일 네트워크는 LTE가 완전히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기존의 LTE 네트워크를 수정하여 LTE 방송으로 동영상 스트리밍에도, D2D 통신으로 기기간 직접 통신에도 진출했고, 이제는 LTE MTC를 통해 사물인터넷에까지 진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D2D와 LTE MTC는 기존의 블루투스와 와이파이가 오롯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LTE가 높은 영향력과 기술력을 이용해 무선 네트워크의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관점도 가질 수 있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어지는 다음 글이 바로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 (LTE in Unlicensed spectrum)이라고 불리는 기술입니다. 현재 와이파이가 사용하고 있는 5GHz의 비면허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하겠다는 겁니다. 공존일 수도 있겠고, 침략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자세한 건 다음 기사에서 다루겠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