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다큐M>, <경제포커스> 제작진들은 MBN미디어렙 영업일지에 대해 입을 맞춘 듯, “자회사의 일”이라 “잘 모른다”고 말한다. 돈을 받고 제작·편성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천기누설> 제작진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일을 해왔다”면서 <천기누설>과 유사한 시간대에 홈쇼핑에서 관련 제품이 판매된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말한다. 돈과 재방송을 맞바꾸고 있다는 의혹 역시 “편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부인 뿐이다. MBN 내 편성팀에서 재방송될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내보내고 있었고 그 사실을 제작진은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27일 MBN <천기누설> 제144회(마늘·치콘)와 145회(콩나물·시금치), 146회(갈치·꽁치), 105회(렌틸콩), 119회(마늘·생강), 148회차(참깨·들깨)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 제5조 “방송은 식품·건강기능식품을 다룰 때 효능·효과의 표현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특정인의 체험 사례를 다룰 때에는 일반화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규정 위반 여부를 다룬 것이다.

MBN, 돈 받고 방송 제작 사실 전면 부인‥"국민방송 자부심 있었다"

MBN <천기누설>은 미디어렙 영업일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다. 광고주의 돈을 받고 제작되고나 재방송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실제 방송 아이템 역시 그런 의심을 사기 충분한 것들이 다수를 이룬다. 하지만 MBN 제작국 예능총괄부 김시중 부장과 김창재 PD는 전면 부인했다.

▲ MBN '천기누설' 105회 렌틸콩 편

MBN 김시중 부장은 <천기누설> 프로그램과 관련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시청자들이 볼 때, 식품에 대한 효능이 일방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느꼈다”며 “이번 계기로 적극적으로 개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컨셉 자체를 바꿔 사례자 중심에서 음식을 잘 먹는 법으로 바꿨다. 전문가들을 보충하고 식의 효능보다는 잘 먹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개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청자들이 혹세무민하지 않도록 1대1 비율은 아닐지라도 부작용 또한 설명하고 사례자 또한 문제가 된다면 빼겠다”며 “이 프로그램을 폐지해야하나 생각했었다. 문제점을 지적해주면 개선하겠다”고 일단 엎드렸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 5항을 “제작진 회의실에 붙여놨다”고도 말했다.

MBN 김시중 부장은 “백수오 사건도 그렇지만 식품에 대해 ‘먹고 낫는다’라는 과신하지 않도록 효능을 극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례자가 등장해서 특정 식자재의 효능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TV조선 <내 몸 사용설명서>을 지목하며 “<천기누설>의 아류작들이 많아져 안타깝다”며 “대표 국민방송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프로그램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개선하겠다”고 말하던 MBN <천기누설> 제작진들은 그러나 MBN미디어렙 영업일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잘 모른다”고 얼렁뚱땅 넘어갔다. ‘MBN미디어렙 영업일지 유출된 것을 봤느냐’는 물음에 김시중 부장은 “그 부분이 마음이 아프다”며 “3년 동안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제작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부장은 “저희는 제작만 하는 곳”이라며 영업일지 자체와 선을 그었다.

MBN미디어렙 영업일지를 보면, <천기누설>은 광고주 동부판가야로부터 2500만원을 받고 119회 ‘마늘과 생강’ 편을 재방송을 하기로 했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 해당 편은 1월 17일과 3월 1일 두 차례 재방송됐다. 그 비슷한 시기 NS홈쇼핑에서는 동부판가야의 <생강과 흑마늘>이 판매됐다. 언론계 안팎에선 재방송과 홈쇼핑 판매의 연계설을 제기하고 있다. MBN <천기누설>은 이 외에도 서천식품과 내츄럴엔도텍, 대구농산(주), 보문트레이딩 등 총 10건의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재방송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MBN 영업일지에 이름 등장하는 PD, "재방송 편성부 소관이라 잘 모른다"

그러나 MBN 김시중 부장은 “마늘은 (어느 곳에서든)다 파는 것”이라며 “판매업자와 관련된 것은 저희는 모르는 사항”이라고 부인했다. ‘홈쇼핑 연계성’에 대해 그는 “저희가 경고도 했다. 저희 프로그램과 관련이 없는데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박신서 심의위원은 “재방송을 하려면 CM도 붙여야 하고 프로그램 중간에 들어간 시기가 맞지 않는 부분도 수정해야 한다”며 “그래서 재방송에 대해서는 편성팀에서 제작팀에 의뢰를 하는 게 관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심의위원은 “그런데 지금 MBN은 편성팀과 제작팀, 마케팅이 연관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방송 제작 시스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MBN 김시중 부장은 “MBN <황금알>, <동치미>도 같이 담당하고 있다. 일이 가중돼 있기 때문에 재방송 부분에 CM을 넣고 타이틀을 붙이는 등은 편성부에 만드는 팀이 (별도로)있다”며 “편성에 대해서는 잘 몰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답변에 김성묵 소위원장은 “편성부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것은 월권”이라며 “(김시중 부장의 답변에 따르면)MBN은 편성부가 제일 위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이어 “MBN은 영업이 제일 위가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신서 심의위원 또한 “MBN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의는 이렇게 끝났다. MBN 김시중 부장과 김창재 PD는 방송사에 몸담아왔던 심의위원들의 지적에 “자존심이 상한다. (MBN에서) 제작팀이 제일 위로 가도록 노력하겠다. (재방송 또한) 컨펌을 받고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빠져나갔다. MBN <천기누설>은 105회 ‘렌틸콩’ 편은 법정제재 ‘경고’(벌점 2점)을 받았고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주의’(벌점 1점)을 받았다.

그렇지만 MBN미디어렙 영업일지에는 이날 방통심의위에 의견진술차 출석한 김시중 부장과 김창재 PD의 이름도 버젓이 등장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MBN미디어렙 영업일지 중

영업일지를 보면, 한국인삼공사측으로부터 ‘홍삼’ 관련 PPL 요청을 받고 있어 이를 MBN <천기누설> 김창재 PD에게 전달을 했다는 내용과 함께 1월 3주차 수족냉증편이나 2월 1주차 뇌건강법에서 이를 소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 후, 1월 25일 수족냉증편에서 홍삼 아이템을 진행(3000만원)으로 결정된 듯 보인다. 실제 당일 MBN <천기누설>은 ‘내 몸의 시한폭탄, 냉적’을 주제로 꾸며졌고 강원도에 사는 김 아무개 씨는 수족냉증이 사라졌다면서 ‘홍삼’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재방송’ 관련 문의에 대해서도 해당 PD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타 방송프로그램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게 한다.

MBN <천기누설> 제작진들은 돈과 프로그램이 거래되는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모르고도 영업팀의 의도대로 기가 막히게 방송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초능력'일까. 방송사에 수십년 근무해온 방통심의위원들이 그 뻔한 상황에도 중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은 속아주는 척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속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MBN 영업일지는 있지만, 없는 듯 그렇게 있지 않은 문건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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