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이 새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며 많은 곳에서 ‘슈퍼스타K’ 하차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빠지지 않고 물어보기에 대답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 그러나 본인 역시 ‘슈퍼스타K’ 하차 이야기를 계속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슈퍼스타K7>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간 지속되어 온 <슈퍼스타K>는 노후화된 이미지가 컸고, 노후화 요소 중 하나는 이승철이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는 점에도 있다.

시즌 6까지 진행된 <슈퍼스타K>(‘슈스케’ 혼용)는 이승철을 대표로 한 시스템으로 자연스레(?) 흘러왔다. 그 옆을 윤종신과 윤미래, 싸이, 윤건, 백지영, 김범수 등이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지만, 헤드가 변하지 않았기에 이미지는 비슷했다. 때문에 시스템은 매번 바뀌어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게 사실이다.

‘슈스케’는 시즌3까지만 해도 청량감이 있었다. 당시까지 배출된 스타는 신선했고, 실력도 좋아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다. 시즌1 서인국, 조문근. 시즌2 장재인, 김지수, 강승윤, 존박, 허각. 시즌3 울랄라세션, 투개월 김예림, 버스커버스커 등은 아티스트라 할 만한 재목이었다.

이후 시즌4부터 아티스트라 할 만한 이들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승과 준우승과는 상관없이 꼽아 볼 때 김정환과 딕펑스, 로이킴, 임도혁, 김필, 곽진언 정도가 좋은 재목으로 보이고 이 외에 크게 주목할 만한 인물을 찾을 수 없다.

<슈퍼스타K> 시즌4부터는 묘한 부분이 감지됐다. 출연자보다 이승철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시즌이 반복될 때마다 이승철은 시즌 대표곡이나 다름없는 곡들을 만들어 테마로 삼았다.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이승철이 된 것. 프로그램의 역사가 흐를수록 프로그램 브랜드가 강조돼야 하는데, 심사위원이 프로그램 브랜드를 넘어서려는 듯한 모양새는 왠지 거북함마저 준 게 사실이다.

시즌3 때까지는 프로그램이 브랜드화가 된 게 사실이다. 참가자가 월등한 실력을 보여도 프로그램 브랜드의 힘은 꺾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4부터 이승철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며 프로그램과 심사위원의 브랜드 역전 현상이 생겼고, 이 역전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어 유쾌하지 않았다.

<슈퍼스타K>의 브랜드를 이어 나가고자 하는 입장에서 이 역전현상은 그리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앞서는 이미지를 제외시켜야 다시 프로그램이 브랜드화될 수 있기에 시즌7에서는 이승철을 제외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던 것이 프로그램의 처지. 어쨌든 그런 필요성에서 이승철과 합의를 통해 프로그램은 출구를 찾았다. 새롭게 리빌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천만다행에 가깝다.

이승철이 하차한 <슈퍼스타K>는 윤종신, 백지영, 김범수, 성시경 체제의 심사위원을 꾸렸다. 새로운 분위기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는 크다. 매 시즌 심사위원이 달라질 필요도 없지만, 각 시즌을 빛낼 수 있는 심사위원진을 꾸린다면 <슈퍼스타K>는 더욱더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승철에게 하차에 대한 소감을 묻는 미디어들의 입장도, 이승철이 답할 수밖에 없는 정황도 이해하는 부분이다. 그는 근래 인터뷰에서 자신을 보러 온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는 말을 했다. 또 해외 공연 일정이 있기에 6번에서 10번 정도 예선에 참석하지 못 할 것 같아 하차를 결정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차원에서 그를 하차시켜야 했다면 지금 이런 언급은 그리 유쾌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간 이승철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슈퍼스타K>의 덕을 많이 보고 더욱 거두(巨頭)가 됐다.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고 실력 면에서도 대단한 그가 지나치게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이승철의 <슈퍼스타K> 언급은 그만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굳이 <슈퍼스타K>를 언급하는 것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앨범 한 장 덜 팔려도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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