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럽들이 대거 진출하며 기대를 모았던 2015 ACL 16강전, 역대급 성적을 기대했던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8강 진출은 전북 한 팀만 허락됐습니다.

무엇보다 홈에서 치렀던 1차전을 2-1로 승리를 거뒀던 성남의 지난밤은 아쉬웠는데요. 광저우와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상대팀 광저우는 중국 슈퍼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금 투자력에서부터 성남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1년에 1천억 이상이 투입되는 상대팀, 지난해 연봉 총액 60억 수준인 성남에 비해 연봉만 9배 가까이 높습니다.

▲ 시민구단의 짜릿한 드라마는 여기까지! 하지만, 그 감동은 깊게 남겨졌습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어제 원정경기를 함께할 수 없었던 성남의 시민들과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리응원입니다. 클럽팀의 경기에서는 정말 최초라 할 지난밤의 거리응원은 인상적이었고, 그런 경험 자체가 매우 소중합니다. 물론 결과가 승리였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습니다만, 이미 그 시도만으로도 값진 풍경이 만들어졌다 할 텐데요.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여러 가지 고민과 또 문제점을, 그리고 가능성과 가치를 담고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지난밤 성남FC는 그런 모든 것들의 나아갈 방향과 시민구단이 정말 시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승리라는 가치를 넘어선, 모두가 하나 될 수 있고 같이 뜨거울 수 있었던 축구의 축제. 거리응원으로 전 국민이 하나 된 월드컵으로 우리는 이미 그 즐거움을 잘 알고 있는데요. 시민구단의 이름을 함께 외치며 지역이 흥겨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짜릿한 흥겨움은 다르지 않을 터.

축구, 그 자체로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뜨거움을, 또 쉽게 같이 열광할 수 있는 가치를 직접 증명해 보였던 지난밤. 성남시민들의 도전은 경기 결과를 넘어 승리보다 더 큰 감동을 보여줬고,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 지역명칭을 쓴 축구단, 지역민들과 스킨십에도 열심이라 할 터!
대구FC부터 이어진 시민구단들, 기업이 있었던 성남이 시민구단으로 자리하며, 우리 K리그의 한 축으로 자리하는데요. 자본의 문제로 고민하고, 운영의 부분을 지적당하며 그 축구단의 가치와 활용을, 또 즐거움을 너무 모른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곁에 가깝게 자리하는 축구를 늘, 먼 해외리그와 4년에 한번뿐인 월드컵으로만 떠올린 건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성남이 보여줬던 축구의 축제,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이번 주말을 포함해 우리 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축구의 시간 K리그는, 그리고 그 속에 각 지역 연고구단들은 이미 그 지역의 축제를 위한 준비는 마쳤는지도 모릅니다.

이젠 각 지역구단들과 지역이 함께 고민하고 지역민이 같이하는 축제를 시작하면, 그 모든 것이 바로 이뤄질 순간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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