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에 복면가왕의 주역들이 출연했다. 1,2대 복면가왕 루나를 비롯해서 육성재와 가희, 그리고 판정단을 대표해서 작곡가 김형석이 출연했다. 그리고 이들로 조금 불안했던지 엠시 김성주까지 합류시켰다. 그러나 의외로 웃음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작곡가 김형석이 모두 책임져주었다. 복면가왕을 통해서 김구라가 붙여준 별명 ‘깃털권위자’나 치킨할아버지 등도 몇 번의 예능 출연으로는 얻기 힘든 캐릭터인데 김형석은 이에 한술 더 떴다.

물론 가면을 벗은 황금락카 루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이번 주 라디오스타를 기다린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말로만 음악방송인 라디오스타에서는 전곡을 들을 수 없었고, 그것은 이번 주제가 복면가왕이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운영의 묘를 살렸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을 남겼다. 루나는 박정현의 ‘편지할게요’를 짧게 1절만 부르고 무대를 내려왔다. 육성재와 가희도 다를 수는 없었다.

결국은 복면가왕을 주제로 했지만 평소의 라스 스타일대로 신변잡기의 잡담으로 일관했다. 그래도 워낙 평소와 다른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시간을 잘 흘러갔다. 다만 루나는 노래실력과는 달리 예능실력은 따라주지 않았던지 딱히 토크에 가담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반면 육성재는 흥미롭게도 비둘기, 잉어 등을 몸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아니 어쩌면 이 사람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에 대한 기억이 희석됐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바로 작곡가 김형석이다. 그러나 김형석의 예능 활약은 예고된 것이었다. 실제로 복면가왕에 출연 중인 김형석은 같이 출연하는 개그맨들보다 훨씬 더 웃음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웃기려고 웃기는 것이 아니라 소위 전문가답지 않은 오답 행진에 김구라를 비롯한 주변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대며 다시 한 번 웃겨주는 김형석이었다.

라스에 출연해서도 복면가왕에서 자신이 가수들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예능이기 때문이라고 어설픈 변명을 내놓아 역시 웃음을 자극했다. 그랬던 그가 복면가왕에서는 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일화와 개인기로 시선을 끌어 모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김형석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개인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김형석은 아주 늦은 나이에 딸을 얻었다. 그 딸이 이제 세 살이라고 한다.

그 딸을 보기 위해 좋아하는 술도 줄였다고 하는데, 누가 묻지도 않는데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그렇듯이 딸얘기를 하고 싶어 못 견딘 김형석이 스스로 꺼낸 이야기가 짠하면서도 듣는 순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딸이 예쁜데 그 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클레멘타인이라면서 ‘늙은애비’ 대목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고 한 대목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 딸아이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한다면서 뽀로로 흉내까지 낸다면서 펭귄 흉내를 내는데, 이건 아무리 요즘 복면가왕에서 웃기는 캐릭터로 변신했다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개인기 습격이었다. 뽀로로 만화는 못 보더라도 그 캐릭터만큼은 모를 수 없는데 김형석이 흉내 낸 뽀로로는 정말 싱크로 만점이었다. 거기다 라스에서 간단히 헬멧을 씨지로 덧붙이자 무엇이 씨지이고, 실제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었다.

그런 김형석은 올해로 나이 50이다. 게다가 현존하는 작곡가 중에서 등록된 노래와 히트곡이 가장 많은, 한마디로 권위가 확고한 작곡가이다. 그렇지만 최근 그가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은 그런 권위와는 아주 거리가 먼 모습이다. 심지어 음악가로서 거세됐다는 지나친 농담까지도 허허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뽀로로 흉내까지 내는데 할 말이 없어진다.

공자가 사람의 나이를 정리해놓은 것 중에 이순(耳順)이 있다. 직역하면 귀가 순해진다는 뜻으로 무슨 말을 들어도 잘 노하지 않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나이는 60살을 의미한다. 김형석은 십년이나 빨리 이순의 경지가 된 것인가 싶다. 그것이 음악 때문인지 아니면 늦게 얻은 예쁜 딸 덕분인지는 몰라도 누가 뭐라고 해도 순하게 웃는 모습이 지켜보는 이를 편하고 안심되게 한다. 김형석은 인간에게는 누구나 고통일 수밖에 없는 나이 먹기가 유쾌해 보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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