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지난 26일이다. 여느 때 같으면 각 일간지들의 경쟁적인 검증 보도 속에서 후보자가 나름의 해명을 내놓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어야 할 때다. 하지만 <한겨레>를 제외한 대다수의 주요 일간지들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겨레>는 28일 1면에 황교안 후보자의 아들에 이어 딸이 청문회용 증여세를 납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황 후보자 쪽이 자녀에게 먼저 재산을 증여한 뒤 인사청문회 검증 때 탈세 논란이 우려되자 급히 세금을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의 기사에 의하면 지난 3월 황교안 후보자 딸인 황성희씨의 재산이 두달 사이에 1억1천5백여만원 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황교안 후보자 부부가 신혼집 임차보증금조로 증여한 것이다. <한겨레>는 황성희씨가 지난 1일 ‘증여 발생’ 사실을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증여액수가 1억원일 경우에 해당하는 증여세액인 450만원을 납부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이 시점이 이완구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직후이며 증여세 납부 사흘 뒤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후보자를 총리후보자로 지명했다고 강조했다. 또, <한겨레>는 총리 후보자 지명 이틀 뒤 황성희씨가 결혼식을 올릴 남편에게 차용확인서를 받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전하면서 “돈이 오가고 두달이나 지난 시점에 남편이 될 사람에게서 확인서를 받은 셈”이라고 해설했다.

▲ 한겨레 28일자 5면 기사.

결국 <한겨레>의 보도는 황교안 후보자가 자녀에게 재산을 비정상적으로 증여하려다가 총리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급히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겨레>는 이어지는 5면 기사에서 “신혼부부가 돈을 보태 전셋집을 얻으면 부부 명의로 전세계약을 해서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는 경우는 있어도 서로 차용증까지 주고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일부에서는 애초 사위에게 전세금으로 바로 증여를 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겨레>는 “만약 딸이 아니라 예비 사위에게 증여했다면 공제액은 5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 줄어 세금이 늘게 된다”면서 청문회에서 정확한 증여 시점이나 대상을 확인하고 이것이 인사청문자료와 일치하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을 전했다.

이날 주요 일간지 중 황교안 후보자의 재산형성과정이나 편법증여 의혹 등을 크게 다룬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경향신문>이 4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제기한 황교안 후보자의 재산증식 의혹을 다루긴 했으나 지면편집에 중점을 두진 않았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황교안 후보자의 부인인 최모씨의 금융자산은 최근 6년간 6억원 이상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재산신고 누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황교안 후보자 자신은 17개월 동안 16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보수언론은 황교안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아예 지면에 배치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간추린 뉴스’ 코너에서 야당의 황교안 후보자 인사청문특위원 구성에 대한 기사를 짤막하게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황교안 후보자가 본인에게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무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녹음기’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모든 것은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답변만을 황교안 후보자가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28일 지면에 배치한 황교안 후보자 관련 기사. (붉은색 표시)

실제로 주요 일간지들이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의혹 보도에 소극적인 것은 황교안 후보자의 언론 대응 전략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가 시작되기 이전에 의혹이 될만한 사실들을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이를 토대로 정치권이 청문회에서 황교안 후보자의 도덕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보수언론이 황교안 후보자 지명 이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적 고려’가 다분히 반영돼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볼 수밖에 없다.

실제 보수언론들은 황교안 후보자 지명 다음날인 22일 황교안 후보자 지명의 의미와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중심으로 기사를 썼는데 ‘공안총리’, ‘정권보위용’ 등의 어휘가 동원돼 비판적 논조를 내놓은 다른 언론과는 달리 부패 척결이나 정치개혁 임무에 방점을 찍었다. 토요일이었던 23일 <한겨레>는 황교안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현직 부장검사들까지 차출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면에 실었지만 보수언론들은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말 자체를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현직 검사 차출 논란은 그 다음주 월요일인 25일이 돼서야 보수언론의 지면에 등장했는데, <동아일보>가 이를 ‘철벽방어 준비’ 정도의 문제로 다룬 것이 그것이다.

26일 <한겨레>는 황교안 후보자의 1분기 업무추진비 지출 70%가 48만~49만원 사이로 결재됐다며 ‘꼼수 지출’ 의혹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고 <경향신문>은 황교안 후보자의 종교편향 의혹을 제기했으나 보수언론은 검사 차출 논란 등에 대한 사실상의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이날 <동아일보> 정도가 황교안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간첩사건’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데, 이는 ‘공안 총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혹을 제기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황교안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을 중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보도로 볼 수 있다.

27일 <한겨레>는 황교안 후보자의 정치적·종교적 편향성을 지면에서 다뤘고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 청문회에서 변호사 시절 17개월간 수임료로 약 16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아 ‘전관예우’ 논란이 벌어지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약 1억원에 불과한 금액만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을 통해 황교안 후보자의 정치적·종교적 편향성을 언급하며 도덕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황교안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기사를 지면에 작게 배치하거나 사실을 나열하는 것 위주의 건조한 보도로 일관했다.

신문에는 제각기의 관점이 있고 이에 따라 보도 태도가 다른 것은 상식적이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는 게 아니라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보도를 회피하는 것은 다소 이상한 일이다. 이 점은 보수언론들이 황교안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들어 6번째로 지명됐으며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의 낙마와 이완구 전 총리의 유난히 짧은 재임기간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황교안 후보자까지 낙마하면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을 안게되니만큼 ‘조용히’ 있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물론 총리 후보자로 나섰다고 해서 언론이 앞뒤없이 과도한 ‘신상털기’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황교안 후보자의 유난스러운 정치적·종교적 편향성은 총리 후보자로서의 자격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요소임에 틀림없고 종교인 과세 등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의 정책적 혼란까지 예상할 수 있는 바 언론이 이를 외면할 일이 아니다. 인사청문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야당도 27일에 이르러서야 인사청문특위 구성을 마무리 했으니만큼 보수언론의 태도 변화가 기대해봐도 되는 것일까. 문창극과 안대희를 합쳐 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황교안 후보자에 보수 언론이 어떻게 부응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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