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전야제에서 쫓겨나고 물까지 맞았다. 그래도 다음 날 공식기념행사에서 당당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더불어 아무리 가사를 뜯어봐도 종북적인 내용이 없다며, 민추협시절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렀던 노래라며 민추협의 막내임을 강조한다. 5.23 봉하에선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물병 2개가 김무성 대표 쪽으로 또 날아들었고 다시 물벼락을 맞았다.

언론은 물세례니 욕세례니 호들갑이다. 물 좀 맞으면 물세례고 욕 좀 들으면 욕세례인가. 물병 한두 개 날아오면 광주가, 봉하가 모두 김무성을 박대한 것인가. 보고 있자니 열불 나는 대목이 숱하게 쏟아진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이 현실인걸. 언론환경이 청와대와 여당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판이다. 야당에겐 치명적으로 불리한 판이다. 그래서 물병 한두 개 날아들면 물세례가 되는 것이다.

봉하에서 김무성 대표의 경호원들은 이미 ‘물세례’를 예상하고 우산까지 준비했더라. 그래서 철저한 기획을 통한 정치행위라고 보는 것이다. 예상하고 준비하고. 대통령의 아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당하고도 3일 동안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그래서 이 사건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입장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언론은 김무성 대표의 입술만 쳐다보며 집요하게 소감을 물었고, 김 대표는 말을 아꼈다. 그런데 드디어 어제 그 입을 열었다. ‘헉~’소리가 절로 나오는 발언이었다.

"과는 그만 따지고 공을 높이 평가해서 국민 통합의 그런 시대를 발전해 가야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것이 지방 분권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에게 비판받은 것을 돌려주는 장면이다. 허를 찔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역공이다. 졸지에 대통령 아들은 더 ‘나쁜 놈’이 돼버렸다. 이것이 무섭다는 것이다.

5.18 광주와 5.23 봉하.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누구말대로 찢겨진 깃발을 다시 꿰매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난 2주간의 행사였다. 하지만 정작 야권의 찢겨진 깃발은 더 조각나 아예 걸레가 돼버렸다. 외려 여당대표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는 결과로 끝났다. 야권이 준비하고 여당대표가 열매를 독식한 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먼저 인정할 건 인정하자. 기획이든 쇼든 철저한 시나리오에 의한 연기든, 정치적으로 잘한 건 잘한 거다. 여당대표로서 의연하고 담대한 걸음이었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다 “과는 그만 따지고 공을 높이 평가해서 국민통합의 시대를 만들자. 노무현대통령...굉장히 노력한 사람” 야권에겐 치명적인 발언이었고, ‘신의 한 수’였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이제 현실정치에서 적어도 노대통령을 타깃으로 정하고, 야권을 공격하는 행태는 줄어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없지 않다.

문제는 야권이다. 이 정도의 기획력, 이 정도의 쇼 연출능력, 이 정도의 연기력을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실력부족이다. 김무성 대표와 그 주변이 가진 실력이, 문재인 대표와 그 주변에는 부족이다.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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