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지난 26일부터 3일 간 공영방송 KBS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현실을 알아보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주최한 ‘대화마당’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더 나은 KBS를 만들기 위한 건설적인 제언보다는 행사 취지와 무색한 이념 편향적인 발언과 KBS 보도 및 프로그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해,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26일부터 3일 간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KBS의 현실-발전방향의 모색을 위한 대화마당>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27일 오전 9시 30분 열린 <국가기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와 방송제작의 독립성> 토론회 당시의 모습. 오른편에 책자를 보고 있는 여성이 이인호 이사장 (사진=미디어스)

27일 오전 9시 30분, <국가기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와 방송제작의 독립성> 세션이 진행됐다. 1주제 <KBS의 위상과 책임>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발제를 맡고 2주제 <제작의 독립성과 책임(책무)>는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이 중 조우석 문화평론가는 “KBS는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사고를 쳐서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대한민국을 휘청거리게 한다”며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보도와 특집 다큐 <뿌리 깊은 미래>를 공공연히 비난했다.

KBS는 지난해 6월 11일 문창극 전 후보자의 왜곡된 역사관, 가치관이 드러난 교회 강연 영상을 최초보도했다. KBS 조우석 평론가는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한다고 해도 그 보도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앞뒤를 자르고 멋대로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 발언 취지를 정반대로 둔갑시킨 것 아닌가”라며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 ‘악마의 편집’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우석 평론가는 당시 문창극 전 후보자 영상 전체 내용을 방송해 ‘전파낭비’란 비판을 받았던 MBC에 대해 “매우 상식적인 보도태도를 통해 당시의 사회갈등을 최소화시키고 많은 박수를 받은 것도 당장 비교가 되지 않던가”라며 “보도국 내에서 KBS 식의 보도태도를 권력감시 내지 공정방송의 실천, 혹은 제작의 독립성이라고 강변하려 하면 할수록 KBS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진다는 걸 감히 지적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뿌리 깊은 미래>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대한민국 정통성을 흔들고 무시하려는 태도가 담긴 다큐”라며 “대한민국 피난민을 ‘남녘사람’이라고 에둘러서 지칭하는 등 그런 반미, 반제, 반대한민국, 친북의 코드가 이 다큐 60분을 지배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뉴라이트 성향의 언론시민단체 공정언론시민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도 <뿌리 깊은 미래> 제작진을 겨냥해 “북한과 같이 국가도 아닌 김일성 일가의 사유물을 추종하는 그런 인식이 어떻게 21세기에 가능한지 참 수수께끼”라며 “KBS의 가장 큰 문제가 정치적 편향성과 이념적 병리성인데, <뿌리 깊은 미래>는 병리적 이념 편향성의 발로”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KBS 보도가 5공 시절 ‘땡전뉴스’보다 불공정하다?

이재교 교수는 “공정언론시민연대 분석 결과에 의하면 땡전뉴스 시절인 5공 초기보다 2002년 대선, 2004년 탄핵정국, 2007년 대선 이때의 편파보도가 훨씬 심했다”며 “5공 때는 대통령의 동정을 톱뉴스로 보도해서 그렇지 전체 내용이 일방적인 대통령 찬양은 아니었다. 그런데 2002년, 2004년, 2007년 보도 프로그램을 보면 이건 완벽하게 편파적이다. MBC가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사실 KBS가 훨씬 더 편파적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공정언론시민연대의 홈페이지에 가 보면 분석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재 홈페이지는 '작업중'이라며 정상 접속되지 않는다.

이재교 교수는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제가 봐도 현재 KBS 보도 전반적인 기조는 친여적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같이 그렇게 노골적이고 심하지는 않다. 문창극 보도, <뿌리 깊은 미래> 같은 돌출 사건이나 세월호 같은 엉뚱한 일도 있지만 돌발적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어떻겠나. 좌파 노조와 경영진이 똘똘 뭉쳐 2002년 참여정부 시절의 터무니없는 방송으로 돌아갈 것이다. 좌파는 방송을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땡전뉴스'는 5공 시절, 뉴스가 시작하면 9시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은…"이라는 앵커 멘트가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첫 날에 이어 이날 토론회도 패널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 전현직 인사들조차 강대영 전 KBS 시청자위원장, 황우섭 KBS공영노동조합 위원장 등 보수색이 강한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현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물은 송승룡 KBS 전국기자협회장뿐이었다. 신재국 KBS 기획제작국장은 제작부서에 속해 있지만 ‘국장’으로 경영진의 위치다.

송승룡 협회장은 “MBC처럼 1시간 연설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논란 되는 상황마다 원본 동영상을 틀면 24시간을 방송해도 취재대상자들의 발언을 담아내기에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며 “백 마디 말을 하더라도 한 두 마디 안에 그 사람의 생각, 역사관, 가치관이 들어 있는 표현들이 나온다. 이 보도 역시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승룡 협회장은 이어, “제작진 말을 들어 보면 강연 한 부분만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수백 편의 글에서 일관되게 드러난 역사관과 가치관에 주목했고, 그걸 방송을 통해 전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업자 한 명이 KBS 보도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을 방어하는 것은 역부족으로 보였다.

이날 공격당한 것은 KBS 보도와 프로그램뿐만이 아니었다.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도 주된 비판 대상이 됐다. 강대영 전 KBS 시청자위원장은 “노조가 87년 태동하면서 방송운영과 보도 등에서 권력화됐다”며 “파업은 연례행사가 됐다. (노조의 활동에 대해)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회사 효율적인 경영에 도움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황우섭 KBS공영노조위원장은 “공영노조가 <뿌리 깊은 미래> 건에 대한 공사 공정방송위원회 참석 요청을 했으나 본부노조(새 노조)가 봉쇄했다. 4월 30일 공방위는 본부노조의 억지주장으로 정회되기도 했다”며 새 노조를 집중공격했다. 황우섭 위원장은 “본부노조는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그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구성원들에게 약속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정파적 관점에서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 세상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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