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1회를 맞은 ‘백상예술대상’의 영화부문 시상 총평을 하자면,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26일 JTBC를 통해 생중계된 제51회 ‘백상예술대상’의 작품상은, <달빛 길어올리기>(2011) 이후 4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임권택 감독의 <화장>이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이래 53년 동안 꾸준히 102편의 작품을 만들어온 한국영화의 산증인을 향한 예우인 셈. 또한 <화장>은 삭발 열연을 펼친 김호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면 주요 시상 부문에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천만영화’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 부문 대상을 차지한 <명량>의 최민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유해진의 출연작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제외하면 소위 흥행면에서 ‘대박’을 기록한 영화는 없었다. 대신 ‘중박’ 영화와 저예산, 독립 영화가 대거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날 대상의 최민식 못지않게 스포라이트를 받은 이들은 단연 <끝까지 간다> 이선균, 조진웅의 남자 최우수연기상 공동 수상이었다. 앞서 조진웅이 지난 12월에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같은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지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그와 최고의 파트너 연기를 펼친 이선균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감독상 또한 <끝까지 간다>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대종상, 청룡영화상과 더불어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도 감독상을 받은 <끝까지 간다>는 지난해 ‘중박영화 실종사건’이라고 불릴 정도로 흥행 양극화 현상이 심했던 한국영화계에서 그나마 주목받던 중박 영화였다.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과 조진웅의 치열한 밀고 당기기에서 오는 합, 이를 조율한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외 영화 여자최우수연기상, 신인감독상 등 주요 부문 시상을 살펴보면, 지난해 청룡영화상과 비슷하게 규모는 작지만 묵직한 힘을 가진 영화에 힘을 주고자하는 백상예술대상 측의 고심이 느껴진다. 영화 여자최우수연기상은 <카트>의 염정아, 신인감독상은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상업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카트>는 개봉 당시 <인터스텔라> 흥행 열기에 상영관 축소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백상예술대상에서 주연 배우 염정아의 수상, 영화 시나리오 수상으로 그나마 흥행의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또한 <카트>를 제작한 명필름은 이날 영화부문 작품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의 <화장>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여자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호명되어 단상에 오른 염정아는 “지난해 ‘카트’로 함께하며 따뜻한 한 해였던 걸로 기억한다. 촬영 기간 내내 뜨거운 동지애를 나눴던 여배우들께 감사하고 함께하고 싶다. 부족한 부분 채우라고 뜻인 줄 알겠다. 감사하다”는 수상소감을 전했고, 시나리오상을 받은 <카트>의 김경찬 작가는 "고용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제발 같이 좀 삽시다"라는 소신 있는 발언으로 큰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염정아와 함께 <카트>에 출연했고, 작년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장안의 화제를 모은 <한공주>의 천우희는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영화 여자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이날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남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한 <해무>의 박유천은 대종상, 청룡상에 이어 백상예술대상까지 대한민국 주요 영화제 신인상을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한 배우가 그해 열린 신인상 트로피를 모두 받으며 그랜드슬램을 기록하는 것은 한국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주요 영화상 시상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위 ‘몰아주기’ ‘나눠먹기’ 현상도 없었다. 이는 영화뿐만 아니라 TV 부문도 함께 시상하기에 영화 부문에 돌아가는 트로피와 화제성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백상예술대상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 부문에 맞는 작품과 배우를 수상자로 선정한 백상예술대상은, 공정치 못한 시상으로 매번 홍역을 치르는 다른 영화제는 물론 날이 갈수록 흥행 양극화가 심해지는 대한민국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량>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에게 그에 걸맞은 ‘대상’의 영예를 안겨주면서도 향후 한국 영화를 짊어지고 나갈 허리들에게 격려와 힘을 보태준 백상의 행보. 스크린 독과점 심화로 인해 작은 영화들은 더더욱 설자리가 없어지는 지금, 한국 영화계가 눈여겨보아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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