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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철학 없는 주파수 정책이 사업자까지 천박하게 만든다[해설]700MHz 주파수 논란…EBS가 DMB대역 받는다면 끝날까?
권순택 기자 | 승인 2015.05.26 23:34

700MHz 주파수의 용도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는 “700MHz 주파수 중 남은 88MHz 폭의 용도를 2015년 상반기에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한 달 남짓의 시간이다. 정부는 경매를 통해 통신에 40MHz를 할당하겠단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통신과 방송이 ‘나눠쓰자’”며 통신에 40MHz 폭을, 방송에 24MHz 폭을 할당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이렇게 되면 EBS의 UHD방송 전환은 DMB 대역 주파수를 사용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이 700MHz 주파수 분배를 요구하고 있는 까닭은 UHD전환 때문이다. 현행 HD보다 4~16배 선명한 고화질의 UHD(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 서비스를 위해서는 주파수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활용 가능한 주파수가 700MHz 대역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물론 국회 여야 의원들 역시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정부 또한 크게 다르지 않게 보고 있다. 

   
▲ 5월 19일 SBS '8뉴스' 리포트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단계적 UHD전환은 적절한가

하지만 문제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지상파 UHD 전환을 ‘수도권 중심의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반쪽짜리 계획을 밝히면서 부터 시작됐다. 이른바 '4+1' 방안이다. KBS1, KBS2, MBC, SBS에는 700MHz 주파수 24MHz 폭(1채널 당 6MHz)을 분배하고 EBS에는 DMB 대역 1개 채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긍정적인 의미로 ‘단계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중소방송사와 지역 방송사는 UHD전환에서 배제하는 결정이다.

뿐만 아니다. '4+1' 방안에선 KBS1, MBC의 UHD전환 계산도 복잡하다. KBS1과 MBC는 2016년에는 수도권에만 채널을 공급하고, 부산·대구·광주·대전·강원(영동권역)은 2017년에 채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단일한 주파수가 아닌 DTV 대역을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방송사들의 계획대도 된다고 해도, 인구 기준 77%만 UHD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어, 시청자 차별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의 최소한 2021년은 되어야 어느 정도 해소되는데, '수도권(2016년)-> 광역 및 강원권(2017년, 77%)-> 시·군지역(2021년, 90%)-> 음영지역'으로 이어지는 UHD전환 계획이 바람직한 설계인지 근본적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 EBS에만 DMB 대역을 주려하는가

EBS에 700MHz 주파수가 아닌 현재 DMB방송에서 사용중인 VHF 대역을 할당하기로 한 것은 당장에 문제가 된다. 이 경우, 기존 DTV안테나를 통해서는 UHD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별도의 VHF(초단파)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으면 EBS UHD시청이 불가능한 셈이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미래부와 방통위는 “해당 방송사 및 시청자 소요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겠다” 방안을 제시했다. 500억 원 정도가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700MHz 주파수 40MHz 폭을 통신에 경매로 팔 경우 벌어들이는 수익이 1조원인데 반해 DMB 대역을 사용하는 EBS 등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금액은 500억 원 안팎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 미래창조과학부(사진 위)의 700㎒ 대역 주파수 지상파 '4+1' 분배안

하지만 주파수를 수익 논리로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은 논쟁이 필요하다. EBS는 이미 미래부·방통위와 가진 3차례 간담회에서 “절대로 DMB 대역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4+1안에 대해 “국민 불편을 방치하는 안”이라며 “재고해달라”는 입장이다. 비용문제로 봐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EBS는 “안테나 추가 설치는 시청자들에게 큰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며 “EBS 또한 고품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제공하지 못해 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EBS 시청자들의 시청권과 교육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BS 정책기획부 한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DMB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받는 것과 관련해 논의가 된 것은 없다”며 “기본적으로 EBS를 시청하기 위해 시청자들이 VHF 안테나를 별도로 설치해야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단순 비용문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별도로 설치해야 할 VHF 안테나는 기본적으로 실내외 대형 안테나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는 “요즘 VHF 안테나로 TV를 시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EBS를 보기 그것을 설치할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결국, UHD전환 기간에 지상파 중 EBS 채널만 소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EBS가 DMB 주파수를 할당받을 경우 송출단의 문제도 있다. EBS측은 “결국, KBS에 부담을 지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BS의 송출은 KBS가 담당하고 있는데, 정부의 4+1안대로 결정이 되면 EBS를 별로도 송출해야 하는 KBS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래부·방통위는 왜 EBS에만 타 지상파와 달리 DMB 대역으로 UHD전환을 하라고 하는 것일까. 우문이다. 700MHz 주파수 중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한다는 방침에서의 고육지책이다. 지상파 방송사업자들 중 누군가는 불편함이 따르는 주파수를 제공해야하는데 가장 힘이 없는 EBS를 택해, 저항을 최소화하겠다는 편의적 발상이다. 이미 '4+1'안으로 지역과 중소방송사의 차별을 노골화한 마당에, EBS 역시 상대적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사업자로 설정된 셈이다. EBS 채널이 타 방송사에 비해, 공익적 성격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방송법>에 근거해 배려를 해줬어야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 지점을 철저하게 간과하고 있다. 

   
▲ 미래부 UHD 서비스 실시방안. 이와 관련해 방송협회는 "미래부의 방안은 광역시 위주로 우선 UHD 방송이 실시돼 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UHD 방송을 주파수 발굴(시기 미정) 이후에나 시청할 수 있는 지역차별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주파수’에 대한 정부의 철학 부재가 문제

정부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 당시 직접수신가구에 무상 컨버터를 보급했지만 ‘불편’을 받아들인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료방송 가입가구가 늘었다. UHD전환 역시 마찬가지 우를 범할 수 밖에 없음에도 정부는 과거의 실패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안테나를 하나 더 달아야 한다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그냥 유료방송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누가, EBS만 직접수신 하기 위해 VHF 안테나를 달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추 정책위원장은 정부 안이 “지상파 직접수신을 염두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10%도 안 되는 직접수신율을 전제로 편의성에만 기댄 채 모든 정책을 설계하다보니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700MHz 주파수의 40MHz 폭 통신용 할당은 “통신의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설계가 아니라 특정 통신사를 대상으로 경매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런데, 통신의 입장에서 주파수가 부족한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통신사의 입장을 과도하게 미래부가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파수는 한정된 공공재이다. 통신용이냐 방송용이냐를 판단하기에 앞서 어떤 방식의 활용이 사회적 공공성에 더 기여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통신사들은 정말 주파수가 필요한 것일까? 특정 방송에 대한 노골적 차별이 정부 정책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 정부의 철학 없는 주파수 운용이 천박해보이는 이유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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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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