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26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KBS의 현실-발전방향의 모색을 위한 대화마당>을 열었다. 오후 2시 진행된 두 번째 대화마당 <방송환경의 변화와 KBS의 대응전략>에서는 20년째 ‘위기’라는 KBS에서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 26일 오후 2시 진행된 두 번째 대화마당 <방송환경의 변화와 KBS의 대응전략> 세미나의 모습. 왼쪽부터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 오강선 KBS 혁신추진단장, 이동진 전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한진만 KBS이사,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남범수 KBS노동조합 교섭국장, 김용환 KBS 기술관리국장 (사진=미디어스)

자신이 입사하던 1986년에도 ‘위기’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을 시작한 오강선 KBS 혁신추진단장은 먼저 1990년대 방송 고속성장기부터 시작해 2000년대 중반의 정체기, 현재의 하락기까지 모든 시기를 경험했지만 “위기의 원인이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것을 안 것은 2~3년밖에 안 됐다”고 털어놨다.

방송시장 환경은 해마다 바뀌어 왔다. 1991년 민영방송 SBS가 출범했고 1995년 케이블 방송, 2002년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2005년 DMB 방송, 2008년 IPTV 시대가 열렸고 2011년 종편이 개국했다. 오강선 단장은 이처럼 급격히 변해 온 시장에 ‘새롭게 접근’해 다른 ‘분석’을 하기 시작한 것을 첫 번째 변화로 꼽았다.

오강선 단장은 포털의 등장으로 급격히 쇠락한 신문업계의 예를 든 후 “방송산업은 신문보다 위기가 늦게 왔지만 신문산업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미디어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 대응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일하게 세계적인 공영방송 BBC만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BBC는 iPlayer와 Youview가 대표적으로 성공한 서비스이며 20년째 수신료가 동결된 BBC에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혁신추진단은 지난 6개월 간 시장 환경을 분석하면서 우리의 위기가 외부 요인보다는 내부의 ‘혁신 마인드 부족’에서 나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오강선 단장은 BBC의 이 같은 디지털 전략이 가능한 것은 “BBC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하는 직원들 대상 디지털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2014년 초 발표된 <뉴욕타임스 보고서>에서 밝혔듯 대부분의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디지털 시장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했지만 실패한 이유는 기존 구성원들의 디지털 마인드가 부족했던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BS는 이미 4월에 디지털 미디어 아카데미를 신설해 교육 중이며, 전사적인 디지털 교육으로 단시간에 디지털 마인드를 구성원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정책 실행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KBS의 자구 노력 마지막으로 소개된 것은 ‘모든 영역에서의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이었다. 오강선 단장은 “디지털 마인드 교육은 미래 전략 실행의 전제조건이지, 실제로 미래를 바꾸는 것은 지난 40년 간 지상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체적인 시스템을 유연하고 수평적인 인터넷 구조로 바꾸는 것”이라며 “<팀25 미래생존단>이라는 매트릭스 조직을 만들어 상설 조직인 <혁신추진단>과 함께 회사 전반적인 구조 변혁과 유연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강선 단장은 <팀25 미래생존단>과 <혁신추진단>의 전략 목표가 “지상파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시청자들이 디지털 환경으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인 디지털로의 전환을 하는 것”이라며 “미래 전략 방향을 제시한 1차 보고서 <Road To 2025>가 전 구성원에게 공표됐고, 내달 중으로 각 부분별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8월 안에는 조직개편을 포함한 회사 전반에 대한 미래혁신 실행 방안들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강선 단장은 “저희가 사내 컨설팅을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 보니 (구성원들의) 역량이 상당히 높은 집단이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2일> 등 KBS에만 오면 다 성공하지 않는가. 인력이 우수하다는 증거”라며 “결국 KBS에 사람이 모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자, 사람도 모이게 하자는 건데 저희는 이걸 동반성장 생태계라고 정의했다. 우선순위 정해서 차차 실행해 가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KBS에 ‘찾아와’ 라는 발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KBS의 변화 전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KBS에 사람이 모이게 하자고 했는데 사람이 모인 곳에 KBS가 찾아가는 게 정상적인 방식”이라며 “다채널, 모바일, OTT, SNS 등 수많은 플랫폼이 있으니 KBS는 여기에 찾아가야지 다 내버려 두고 KBS에 찾아오라고 하는 발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하던 것 중 잘못된 것, 성장 동력 떨어지는 것을 바꾸는 게 혁신 아닌가. KBS 중심주의, KBS 제일주의, 그 거만함과 오만함을 깨고 나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남범수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 교섭국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설익은 ‘위기대응 사이클’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왜 수십 년씩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되돌아 보니 KBS에 위기대응 사이클이라는 게 있더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KBS 위기다.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한다. 이후 혁신추진단, 스마트추진단 등 특별조직을 만들거나 전문가가 필요하면 외부 컨설팅을 둔다. 결과가 나오면 정리된 위기 대응 매뉴얼이 나오느냐, 그런 경우는 없다. 컨설팅 이후에 논란, 혼란, 표류가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좀 있다 사장이 바뀐다. 이게 반복된다”며 “실제로 성과 보기 위해서는 더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위기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위기를 명분으로 해서 부적절한 정책적, 전략적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위기이기 때문에 공공서비스 수준을 낮춰야 한다든지 비용 합리화를 무작정 추진한다든지 하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 내부적으로도 위기관리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으리라 보지만 ‘방송으로부터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가치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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