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_ TV가 요리에 빠졌다. 끊임없이 끓이고 튀기고 지지고 볶고 맛본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정규 프로그램만 꼽아도 다섯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뛰어난 요리 실력과 소위 말하는 ‘예능감’까지 갖춘 이들은 셰프테이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각종 예능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과거 방송이 ‘맛집 찾기’(MBC <찾아라 맛있는 TV>)나 식습관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방식(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으로 요리를 프로그램에 접목시켰다면, 현재는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1인 교실 형태로 알려주거나(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15분 안에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 요리하는(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특정 포맷 안에서 ‘요리’와 ‘요리하는 사람’을 부각시킨 예능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TV만 틀면 요리예능을 볼 수 있는 지금, <미디어스>가 6편의 요리예능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1. JTBC <냉장고를 부탁해>

- 매주 월요일 밤 9시 40분
- 2014년 11월 17일 시작
- MC 김성주, 정형돈 / 셰프 군단 : 최현석, 샘킴, 정창욱, 미카엘, 홍석천, 김풍, 박준우, 이원일, 이연복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처치곤란 천덕꾸러기 냉장고의 신분상승 프로젝트’. 셰프들은 게스트의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로 가져와 그 안에 있는 재료만으로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고 냉장고의 주인이 더 맛있는 요리를 선택한다. 시간제한과 대결이라는 틀 덕분에 긴장감이 살아있다. 냉장고 안에 묻어 있는(?) 스타의 사생활 엿보기 역시 <냉장고를 부탁해>만이 가진 매력이다.

입담이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을 MC 김성주와 정형돈은 탁월한 진행을 선보이는데, 특히 회를 거듭할수록 더 찰떡같은 ‘케미’(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요리보다 ‘먹방’에 주 목적을 둔 것이 아니냐는 평이 나올 정도로 맛있게 잘 먹는 이원일 셰프, 밉지 않은 ‘허세’로 출연진들에게 종종 디스당하는 최현석 셰프, 천연재료만으로도 불량식품 맛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의 웹툰 작가 김풍까지 셰프 개개인의 인기도 높다.

2. EBS <최고의 요리비결>

- 매주 월요일~금요일 오전 10시 30분
- 2002년 3월 1일 첫 방송
- MC 제국의 아이들 광희

▲ EBS <최고의 요리비결>

벌써 13년째 방송 중인 <최고의 요리비결>은 요리 대가들이 출연해 한식 위주의 레시피를 제공한다. 해산물냉채, 오이소박이, 돼지두루치기, 근대국, 골뱅이초무침, 곤드레밥, 호박잎쌈장, 봄동 겉절이, 맑은 뭇국, 얼갈이된장지짐 등 당장 저녁식탁에 올릴 수 있는 실용적인 요리법을 선보인다. 요리법을 차근차근 상세히 알려주는 덕에 영상 없이 캡처 모음만 보고도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박수홍, 윤형빈에 이어 올해부터 제국의 아이들 광희가 MC를 맡아 보다 분위기가 더 활기차졌다. 본방 후 곧바로 방송되는 <최고의 요리비결 플러스>의 볼거리도 풍성하다. 신효섭 셰프가 최고의 식재료를 골라 건강밥상을 차리는 <신이 내린 밥상>(월), 요리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토니오의 쿠킹데이트>(화), <최고의 요리비결> MC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합류해 화제를 모았던 서태화는 <완판 10분 레시피>(수)에서 집에 있는 재료로 손쉽게 ‘완판 요리’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목~금에는 그 주의 인기 요리를 정리하는 <베스트 코너>가 방송된다.

3. tvN <수요 미식회>

- 매주 수요일 밤 9시 40분
- 2015년 1월 21일 첫 방송
- MC 신동엽, 전현무

▲ tvN <수요 미식회>

‘음식 없는 음식 토크쇼’를 표방하는 <수요 미식회>는 그날 소개된 맛집 정보가 수요일 밤부터 목요일 오전까지 포털을 가득 채울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25년 미식인생을 자부하는 신동엽과 ‘초딩입맛’을 지닌 미식초보 전현무가 이끌어가는 <수요 미식회>는 돈가스, 짜장면, 떡볶이, 파스타, 피자, 치킨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식을 주인공으로 해 자유롭게 맛을 품평한다.

스튜디오에 음식 실물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개성 넘치는 패널들과 MC가 만들어 나가는 ‘맛있는 수다’가 있다. 50가지가 넘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는 소문난 미식가 이현우, ‘외식 1세대’ 홍신애 푸드 스타일리스트, 마포 지역구 맛집 블로거 출신 강용석 변호사, 만화 <식객> 원 자료 제공자로도 유명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입맛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개인 의견입니다”라는 자막 방어 아래 맛집 간 비교평이나 ‘별로였다’ 등 아쉬운 점도 거침없이 말하는 ‘솔직함’이 매력이다. 녹화 전 선별된 식당을 직접 찾아가기 때문에 정말 가 본 사람만이 해 줄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이 담겨 있고, 음식과 음식점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4. tvN <삼시세끼>

- 매주 금요일 밤 9시 45분
- 2014년 10월 17일 시작
- 이서진, 옥택연 /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

▲ tvN <삼시세끼>

MC가 존재하지 않는 ‘요리예능’이다. 지난해 10월 정선편 시즌1을 시작으로 만재도를 배경으로 한 어촌편에 이어 지난 15일부터 정선편 시즌2를 방송 중이다. 늘 ‘왜 이런 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잭슨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며 투덜거리는 까칠남 이서진과 여성 게스트만 나오면 추운 날씨 속에서도 괴력을 발휘하는 다소 빙구미(!) 넘치는 옥택연의 조합에, ‘왠지 농사 잘 지을 것 같은’ 김광규가 합류한 <삼시세끼 정선편 시즌2>는 7.477%(닐슨코리아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아주 한정적인 식재료만으로 하루 세 끼를 만들어 먹는다는 컨셉은 몹시 단순하지만 동시에 <삼시세끼>만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그동안은 ‘요리’보다는 날씨 때문에 올리브유가 얼어붙어 로션처럼 나오는 등 생각지 못한 ‘상황 발생’으로 인한 웃음이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어촌편에서 우럭탕수, 홍합짬뽕, 고추잡채를 선보인 데 이어 무려 빵까지 구워 내는 차줌마 차승원의 활약으로 그들의 ‘세 끼’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됐다. 달걀 프라이, 김조차 훌륭한 한 끼의 주인공이 되는 소박한 밥상은 <삼시세끼>에서만 볼 수 있다.

5. 올리브TV <테이스티로드 2015>

- 매주 토요일 낮 12시
- 2010년 10월 10일 시작
- MC 박수진, 애프터스쿨 리지

▲ 올리브TV <테이스티로드>

스타 MC가 각종 음식을 탐방한다는 전통적인 컨셉을 고수하고 있는 프로그램. 박수진, 김성은을 MC로 해 2010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햇수로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장수예능 중 하나다. 지난 1월 17일 <테이스티로드 2015>가 시작됐는데 김성은이 하차하고 애프터스쿨 멤버 리지가 합류했다.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SNS에서도 #테이스티로드라는 태그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6년 간 방송됐을 만큼 방대한 맛집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테이스티로드>만의 장점이다. ‘여기 <테이스티로드>에 나왔던 곳이래’라는 말이 음식점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 됐을 만큼 나름의 공신력도 생겼다. 별로인 곳도 다 맛있다고 해 준다는 비판도 종종 나오지만 그건 모든 맛집 프로그램의 숙명이 아닐까. 하지만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을 즐겨본 시청자들은 박수진의 표정과 반응만 보고도 ‘방송용 리액션’인지 ‘정말 맛있어서 맘 속 깊이 우러나온 진심’인지를 알아챈다고 한다.

6.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 매주 토요일 밤 11시 15분
- 2015년 4월 25일 시작
- 백종원, 김구라, 초아, 예정화, 산이, 강균성 등 출연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의, 백종원에 의한, 백종원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백주부’가 일당백의 역할을 해 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타가 각자의 테마를 가지고 개인방송을 하는 큰 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요리예능’은 아니지만, 자신의 방송을 봐 주는 시청자들을 위해 매주 요리를 선보이는 ‘백주부’ 백종원의 방송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목록에 넣었다.

‘배우 소유진 남편’, ‘외식업계의 큰 손’으로 더 유명했던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백주부’, ‘슈가보이’(음식을 대용량으로 만들어 설탕을 많이 쓰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지 붙여진 별명)라는 애칭을 얻었고 고급진 멸치볶음, 라면, 치킨 등 요리 초보도 어렵지 않게 ‘맛있는 그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를 공개해 사랑받았다.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방송이 종료되거나 유지되는 경쟁 시스템 속에서도 간단한 레시피, 진솔한 입담, 채팅창 너머 시청자에게도 일일이 신경쓰는 ‘소통’ 덕에 그는 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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