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안 분야에 전문성을 발휘해왔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앞장서 지휘했다. 이러한 인사가 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것에 대해 야권은 박근혜 정권이 사회통합을 포기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22일 일간지들도 진보와 보수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숨기지 않았다.

▲ 한겨레 22일 1면 기사.

<한겨레>는 이날 1면 톱에 황교안 후보자 지명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통합’대신 ‘공안 총리’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4·29 재보궐선거 승리 등으로 자신감을 갖고 ‘마이웨이’를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 등을 소개하며 이후 부정부패 척결 등 사정드라이브에 속도감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겨레>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황교안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당시 ‘전관예우’로 과도한 수임료를 받았다는 지적에 기부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이루어지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피부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은 전력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한겨레 22일자 사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는 황교안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보도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막았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으며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의 ‘물타기’에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한겨레>는 황교안 후보자가 2009년에 쓴 집시법 해설서에서 4·19 혁명을 ‘혼란’으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했다고도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통합이나 소통보다는 ‘충성심’과 ‘돌격정신’을 평가한 것이라면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경향신문 22일 사설.

<경향신문> 역시 <한겨레>와 유사한 관점으로 상황을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1면 톱에 박근혜 정권이 공안통을 국정 2인자로 지명했다고 2면에서는 황교안 후보자가 과거 한 교회에서의 강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공안검사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법무부 장관을 총리로 임명하려는 것은 정치권을 포함한 전방위적 사정정국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고 사설에서는 정권의 보위에만 매몰된 선택이며 야당과의 관계 파탄 가능성이 크고 도덕성에서도 결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황교안 후보자 지명을 비판했다.

보수언론의 경우 이러한 <한겨레>, <경향신문>과는 다소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결국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는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황교안 후보자 지명에 대해 부패척결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서 황교안 총리가 탄생할 경우 국세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등의 업무를 조율해가며 부패척결의 사령탑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사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완구 전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으로 물러났는데도 사정 드라이브를 이어가려고 하는 청와대를 비판하면서 경제 재도약과 지속 성장을 위해 경제전문가를 총리로 뽑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국무총리직이 한 달 가까이 공석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연 국무총리직이 이 나라에 필요한지부터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1면에 대통령이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을 위해 현직 법무부 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2면에서도 황교안 후보자가 ‘국가보안법 해설’을 직접 쓸 정도의 공안 전문성이 있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3면에서는 청와대가 화합형 총리보다 원칙론자를 선택해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형성된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 동아일보 22일 1면 기사.

그러나 <동아일보>는 4면에서 황교안 후보자가 로펌 보수로 16억을 받아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고 두드러기로 인한 군면제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청문회에서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또,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자리이지 특정 업무를 맡는 자리가 아니라면서 황교안 후보자가 부정부패 척결 등 사정 업무를 다루게 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했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거나 직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 역시 문제삼았다.

<중앙일보> 역시 황교안 후보자가 지명된 것 자체에 대해서는 위의 신문들과 거의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부정부패 단속을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과 총리 후보자의 국정노선은 문제 삼을 것이 없다”면서도 “국무총리의 조건과 임무라는 점에서 보면 황 후보자의 발탁은 여러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직은 통합적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 자리고 이미 부작용을 드러낸 사정정국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으며 군 면제 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결국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다.

▲ 중앙일보 22일자 사설.

이날 신문들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후임 인선에 대한 혼란도 기사로 다뤘다. 애초 다수 언론 등에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유력하다고 보도된 바 있으나 이날 지면을 보면 상황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일보>는 이날 3면 하단 기사에서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김수민 국정원 제2차장을 유력하게 거론했으며 안창호 헌법재판관,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 등을 함께 언급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기사 내용은 전날 오전 인터넷판 ‘단독’기사를 통해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을 유력하게 거론한 것과 배치된다.

<동아일보>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과 안창호 헌법재판관을 황교안 후보자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이외에도 문성우 전 법무부 차관, 김수민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을 거론했다. <한국일보>는 21일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자신이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에 대해 “인사검증 동의서도 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3면 기사에서 “후임 법무장관 후보로 소문난 S모씨에 대해 당 내에서 과거 전력 등을 들어 청와대에 항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면서 “청와대는 후임 장관은 황 후보자의 제청을 받아 발표하겠다고 해 논란을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2면 기사에서 청와대가 황교안 후보자 내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발표 시간을 15분 미룬 것에 대해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국정원에 파견을 가있던 시절 ‘국정원내 TK 숙청작업’을 했다는 의혹 때문에 대구·경북 지역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22일자 2면 기사.

이날 언론들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황교안 후보자 지명 소식을 듣고 당황한 것에 대한 기사도 지면에 배치하고 있다. 기사의 행간을 보면 새누리당 지도부가 황교안 후보자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헛갈렸다는 정황이 일부 확인되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날 신문들의 보도와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잡음을 묶어서 보면 여권 내의 심상찮은 기류를 전망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보수언론이 총리 후보 지명에 이렇게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한 일이 또 있었는가, 자문하고 싶을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반환점을 돌지도 못했는데 정치력은 계속 유실되어만 간다. 황교안 후보자 지명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