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하루 전인 지난 2월 1일, MBC는 메인뉴스 <뉴스데스크>에서 상당히 ‘독특한’ 보도를 선보였다. 4선 이주영 의원과 3선 유승민 의원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갑자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의 2012년 170일 파업 이야기를 꺼냈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2012년 방송사들의 노조 파업 당시 파업을 지지했던 유승민 의원의 인터뷰를 두고 양측은 신경전도 벌였다”면서 “제가 인터뷰도 안 했습니다만, 어느 한 편을 든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는 유승민 의원의 해명을 전했다. 하지만 MBC는 “총선과 대선이 있었던 지난 2012년 유 의원은 총선에 앞서 자신의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언론노조와 정식 인터뷰를 갖고, 불법파업일 수 있지만 노조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은 ‘MBC노조 파업에 대한 과거 입장’을 말하는 보도였다. 하지만 그 주목은 '기획'된 것이었다. ‘파업 지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양측의 신경전’을 지핀 건 다름 아닌 MBC 자신이었다. 1일 <아시아경제>는 “MBC 소속 기자가 질의응답 과정에서 당시 유 후보의 선택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이 후보는 ‘파업 주체들이 새누리당은 당선시켜서는 안 된다고 한 걸로 안다’며 ‘그런 점에서 심사숙고 하는 배려가 우리 당의 입장에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MBC 기자가 질문하고 유승민 의원의 답변을 받은 후 해당 내용을 ‘신경전’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물론 KBS, SBS 등 타 방송사들은 이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 관련기사 : <“MBC뉴스를 장악한 이진숙, 김장겸의 수준이 이렇다”>)
당시, MBC 내부 기자들조차 보도를 황당해했다. A기자는 “그 리포트가 나갔을 때 기자들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했다. (2012년 파업 관련 인터뷰를 한 것 때문에) 그런 보도를 했구나 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고, B기자는 “경선 전날, 그것도 상대 후보 진영에서 제기한 문제도 아니고 MBC 기자가 질문한 것을 갖고 기사를 쓴 거다. 너무 속보이는 거라 누가 봐도 알 것”이라고 냉소했다. C기자는 “MBC 기자가 갑자기 MBC노조 파업 질문을 하고 쟁점 아닌 것을 쟁점으로 만든 것부터 말이 안 됐던 건데, 유승민 대표는 그 이후로도 MBC에서 계속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고 D기자는 “정치부 보도 중 원내대표 경선하는 데 그런 식으로 자사 관련 내용을 넣어 공격하는 보도는 거의 처음 본 것 같다”고 보도 사유화를 비판했다.
MBC 기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취임 이후 그를 집중 공격하는 보도가 “왜 정부여당은 비판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피해가기 위한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기자는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는데 새누리당 내에서 MBC가 유일하게 비판하는 것이 유승민 대표”라며 “왜 그러는지 배경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70일 파업 당시 악감정을 갖고 그걸 뉴스에 반영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D기자 역시 “유승민 대표 관련 개별 사안을 건건이 보도하면서 ‘이것 봐라, 우리는 여당도 비판한다’ 이렇게 이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 출입기자들을 포함한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MBC가 유승민 대표와 관련된 사안에 이상한 뉘앙스를 넣어서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등 불공정한 보도를 한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고, 유승민 의원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스>는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지난 2월 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방송된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에서 발견한 그에 관한 ‘조금 특별한 보도’를 정리해봤다.
1. “현안마다 청와대,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
2월 2일, 방송 3사는 탈박이자 비주류로 꼽히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당청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유승민 대표가 청와대 개편과 부분 개각을 앞둔 청와대에게 강력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경제관을 밝혔다는 큰 줄기는 같았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유독 그의 등장 이후 ‘당청 간의 의견 충돌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가 불안하다는 논조였다.
“당선되면 당·청 간 갈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원조 친박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장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 방침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개헌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신을 밝히고 토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고,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의 수정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1년여 뒤 총선을 명분으로 현안마다 청와대,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나옵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유 원내대표는 성장보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해와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고 경제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장 2월 임시국회 활동이 주목되는 가운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청와대는 비주류 당 대표, 원내대표와의 소통 방식 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KBS <뉴스9>와 SBS <8뉴스>가 당청 간의 주도권 다툼에 주목하면서도 그가 뽑힌 배경에 주목했다면 MBC는 유별나게 그가 아직 일으키지도 않은 '분란' 가능성을 부각하는 공격적인 보도였다.
2. ‘충돌’을 걱정하거나, 혹은 부추기거나
하루 뒤인 2월 3일, MBC <뉴스데스크>는 <닮은 듯 다른 두 사람, 최경환-유승민 경제정책 충돌 예고> 기사를 통해 유승민 대표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도 부딪칠 수 있다는 보도를 만들었다. ‘경제철학과 경제현안에 대한 해법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정책 추진과정에 정치생명을 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생명을 건 충돌'은 굉장히 위협적인 표현이다.
MBC는 최경환 부총리가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 ‘초이노믹스’를 앞세운 반면, 유승민 대표는 소규모 공동체 중심의 분배를 강조하는 이른바 ‘사회적 경제론’을 추진하고 있다며 각각 추구하는 경제 철학을 소개했다. 이어, 법인세 증세, 무상급식 등 경제 정책 문제는 두 사람 견해가 ‘더 갈린다’며 유승민 대표가 “야당이 옳다며 무상급식에 찬성했다”고 트집을 잡았다.
타사의 방송 뉴스를 보면 유승민에 대한 MBC의 공격성이 느껴진다. KBS와 SBS는 발생하지 않은 ‘충돌’보다는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경제 정책 방향 분석에 집중했다. KBS <뉴스9>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증세 없는 복지 수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면서도 “여당이 그동안 배제해온 증세 논의를 꺼내는 대신 야당도 전면적 무상복지에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전망했다. SBS <8뉴스>는 <여당, ‘증세없는 복지’ 제동…법인세도 ‘만지작’>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언급자체가 금기시됐던 성역”이었으나 “연말정산 파동 이후 이게 ‘증세’가 아니면 뭐냐는 납세자들의 분노가 들끓자 여당이 성역을 건드리고 나선 것”이라며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제공되는 무상 보육을 비롯해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여당 지도부의 입장을 전했다. 온도차가 상당하다.
3. 친박계 의원 의견 과잉 이슈화
유승민을 '갈등'의 아이콘으로 보는 MBC의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2월 4일 MBC <뉴스데스크>는 <친박계 당회의 불참…새누리당 친박-비박 갈등 고조>에서 “비박계인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 이후 오늘 처음으로 당 공식회의가 열렸는데 친박계 의원들이 대부분 불참했다”며 “새누리당 내부갈등이 심상치 않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원내대표 선출 이후 열린 첫 공식 회의에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이한구·강창희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이 불참한 것을 두고 “사실상 보이콧이라는 해석”이라고 전했다.
MBC는 “원내대표가 대통령이냐, 정권교체 시기도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정책을 다 바꾸나?”, “경제가 어려운데 증세가 말이 되나?”, “자기 정치에 눈이 멀어 2년도 안 된 정부를 흔드는 행태는 지켜볼 수 없다”, “지금 지도부가 대통령과 청와대를 흔들어 지지율을 떨어뜨린 것 아니냐” 등 익명 처리된 친박계 의원들의 ‘격한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청와대를 비판하는 비박계 지도부. 이에 맞선 친박계 의원들.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분열 사태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KBS <뉴스9>와 SBS <8뉴스>는 무상복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당과 조세특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야당 입장을 중점적으로 보도했을 뿐 '보이콧' 관련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았다. 유승민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MBC가 친박계 의원들의 견해를 과잉 이슈화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4. 보수학자, 대통령, 당 반응 모아 유승민 경제 정책 비판
MBC의 유승민 비판은 그가 취임한 이후 나흘 내리 이어졌다. 2월 5일 <뉴스데스크>는 유승민 대표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증세와 복지 문제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며 무상복지 축소를 주장하는 김무성 당 대표와 무상 복지 유지·중부담 중복지·법인세 인상 등을 거론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장 차를 부각했다. 곧이어 “장사가 안되는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하면 기업인의 성취욕구는 어떻게 됩니까?”라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유승민 대표를 공격하는 것처럼 편집하기도 했다.
또 “진보 야당보다 더 진보적 정책을 펴겠다는 거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커다란 실망이 될 것”이라는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의 말을 빌려 “복지와 증세에 대한 여당 투톱의 입장이 엇갈린 가운데, 신임 유 원내대표의 시각은 야당과 다름없고 강남 좌파 식이라 보수층의 지지를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나흘간 MBC <뉴스데스크>만 봤다면,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실상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무리는 아니었겠다 싶을 정도다. MBC는 다음날에도 <“법인세 이제 성역 아니다”…유승민 발언 놓고 여당 내 혼선> 리포트에서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유승민 대표 입장에 “반대 의견이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유 원내대표 입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속출했습니다. 이미 김무성 대표는 법인세 인상은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라며 일축했고, 당내 경제통인 강석훈 의원은,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이나 영세 기업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돼 기업의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 이런 가운데 야당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법인세 인상을 무작정 받아들인다면, 내년 총선 때 여당은 야당에 끌려다닐 수 있어 이른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
끼워넣기도 서슴지 않았다. 2월 9일 MBC <뉴스데스크>는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 하면, 그것이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 “국민에게 부담을 더 주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했느냐 이것을 우리는 항상 심각하게 생각을 해봐야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증세없는 복지 정책 기조 변화와 법인세 인상 가능성 등을 언급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내 이견은 물론 야당 신임 지도부를 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SBS는 <8뉴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이 ‘증세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며 <뉴스데스크>와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5. 이완구 총리 인준 이탈, 어린이집 CCTV 설치 부결도 ‘유승민 탓’?
안 되는 건 다 유승민 원내대표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2월 16일 <예상 밖 이탈표 새누리당 지도부 상처…의미는?> 리포트를 통해 이완구 총리 인준안 표결 과정에서 새누리당 내 이탈표가 최소 7표 이상 나왔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표결 불참에 따른 여론악화 등 후폭풍을 고려한 전략으로 ‘반대 명분’을 챙긴 반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리더십 부족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당시 이완구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언론 압박 녹취록 파문, 병역 의혹, 타워팰리스 다운계약서 의혹 등 수많은 의혹에 휩싸여 비판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인준 여부에 대한 치열한 여야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표결 결과’ 배경을 ‘새누리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으로 곧바로 치환한 셈이다.
3월 3일 <뉴스데스크>는 <경제 법안·인사청문회 합의 무산…與 지도부 비판 속출>에서 경제법안과 박상옥 대법관 청문회 일정에 대해 여야 합의가 불발된 책임도 새누리당 지도부에 있다고 보도하며,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이후 “의원들의 불만 제기가 많이 있을 것”, “신속히 처리해야 될 법안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우리는 주기만 하고 전부 공수표로 받는다”, “유승민 원내대표 되고도 (지방재정법 관련해) 야당간사를 좀 설득해 달라고 서너 번 했는데 설득이 안 됐다” 등 권성동 의원, 김태흠 의원, 김진태 의원, 조원진 의원 등의 발언을 한데 모아 보도했다. 그러면서 “위헌소지 등 논란이 많은 김영란법을 야당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한 것 자체가 협상의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맹공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서도 3월 4일 <뉴스데스크>는 “새누리당이 추진해서 여야 합의까지 됐는데 국회 본회의에서 어이없이 무산됐다. 아무런 대책 없이 표결에 부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인권침해 논란과 교사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 등 법안이 가진 맥락을 간과하고 오직 유승민 원내대표를 '원 포인트'로 비판하는 구성이었다. <뉴스데스크>는 찬성 토론이 묵살돼 항의 표시로 아동학대특위 간사직을 사퇴한 신의진 의원 사례를 소개한 후, “당 회의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전략부재와 미숙한 지도력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고 확인 사살까지 했다. 이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는 유승민 대표의 발언을 전하며 “유 원내대표는 무능 때문이었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뉴스데스크>는 3월 4일 김영란법 졸속 입법 문제를 보도하면서도 “비판 여론이 커지고 법 개정 움직임이 일자, 통과 강행을 주도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하루 만에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책임만을 부각시켰다. 같은 날 KBS <뉴스9>와 SBS <8뉴스>의 관련 보도는 여야 모두에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보도를 했다.
6. ‘저가담배’, ‘사드 배치 주장’ 등 실언 강력 비판
유승민 원내대표가 여론의 반발을 살 만한 발언을 하면 이를 놓치지 않고 주요하게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저가담배'와 '사드 배치' 주장이다.
“(저가담배) 논란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어제 발언에서 촉발됐습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저소득층, 노인층을 위한 저가담배 공급을 검토해보자고 한 건데 당장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국민 건강을 이유로 법을 바꿔 담뱃값을 올려놓고, 이제 싼 담배를 피우다 건강이 나빠져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비싼 담배 사서 피우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는 목적이었느냐. 여당 지도부의 판단이 오락가락 헷갈린다는 겁니다” “모두 설 민심을 의식한 인기영합성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는 스스로 당정청 불협화음을 자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습니다” |
2월 23일자 <뉴스데스크>의 <유승민 '저가 담배' 발언 논란…여당도 비판 봇물>을 보면, “당장은 환심을 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탐대실이다. 나쁜 정책보다 더 나쁜 정책은 일관성 없는 정책”(하태경 의원), “저가 담배 도입 문제로 국민 건강은 사라지고 증세(논란)만 남은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갖는다”(정우택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을 전하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실언을 부각했다. “노인과 서민들은 질 낮은 저가 담배를 피워서 건강을 해쳐도 된다는 말인지, 저가 담배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의 질타도 함께 보도했다.
저가 담배 논란의 경우 KBS <뉴스9>엔 아예 해당 소식이 없었고, SBS <8뉴스>는 유승민 대표 부분을 한 줄 처리했다. 타사가 보도 가치가 크지 않다고 본 뉴스였지만, MBC만 '유승민'을 비판하는 주요한 보도로 삼은 셈이다. ‘사드 검토’ 발언을 두고도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차이가 확연한데, 3월 10일, 3월 11일 리포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승민을 비판했다.
7. 야당에서도 박수 받은 교섭단체 연설, MBC만 당일 보도에서 누락
반면, MBC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철저히 외면했던 때도 있었다. 유승민 대표는 4월 8일 “보수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가 담긴 연설로 호평을 받았다. 야당의 이례적인 박수세례까지 나와 화제를 모았던 이 연설은 8일 방송 3사 메인뉴스 중 오직 MBC <뉴스데스크>에서만 누락됐다.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의 연설이 있던 하루 뒤인 9일, 두 사람의 연설을 묶어 <여야 교섭단체 연설, 새로움 강조 ‘닮은꼴’…선거 경쟁?>라는 하나의 리포트로만 처리했다.
유승민 대표의 연설을 KBS <뉴스9>와 SBS <8뉴스>는 각각 8번째, 6번째로 비중있게 다뤘다. 각각 8번째, 6번째 꼭지로 배치해 내용과 반응을 자세히 소개했다. MBC의 여당 원내대표의 첫 국회 연설 누락에 대해 한 국회 출입기자는 "처음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고, 다분히 의도적인 이례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 비판하는가 하면,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통한 복지 강화를 비롯해 경제 분야에선 사실상 야당의 기존 주장을 고스란히 빌려온 듯 했습니다. 야당의 반응은 찬사와 환영으로 뜨거웠지만, 당내에선 인기를 끌기위해 조율도 안 한 내용을 독단적으로 대표연설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는 격한 비판들도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형식과 스타일에도 유난히 신경을 썼습니다. 문 대표는 프레젠테이션까지 했고, 유 원내대표는 연설 앞머리에서 세월호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
8. 공무원연금-국민연금 연계 합의에 “유승민 사퇴” 거론
다소 잠잠하던 <뉴스데스크>는 5월 7일 <與 ‘협상력 부재’ 지도부 책임론…당·청 관계도 삐걱>에서 다시 새누리당 지도부를 맹공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국회 규칙에 첨부하자는 야당의 절충안을 받자고 설득한 김무성 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비판의 대상이 됐고 그 중에서도 유승민 대표에 대한 질타가 혹독했다. 협상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는 협상 전술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고, 이는 결국 유승민 대표의 책임론으로 귀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자 우선 여당 내부에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길래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가. 특히 공무원연금 문제에 국민연금을 연계 시킨 협상방식을 놓고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의원총회를 열어 절충안 수용 여부를 묻는 표결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의 협상태도가 안이하다, 무능력하다는 발언이 쏟아졌고, 무책임하게 표결을 하려면 원내대표부터 사퇴하라는 강경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
<뉴스데스크>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협상력이 별로 뛰어나지 않아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사과문까지 내놨다”며 “당청 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청와대의 비판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협상 상황을 모두 알렸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여야 합의가 이뤄진 걸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8일 보도에서는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못 해 협상력 부재 비판받았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틀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문 하나 내놓고, 오늘은 자신의 대구 지역구로 간 것”이라며 “사퇴요구에 반응은 보이지 않고 원내대변인을 앞세워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만 촉구했다”고 ‘유승민 사퇴론’을 다시 언급했다. 같은 기간 KBS <뉴스9>와 SBS <8뉴스>에서는 ‘유승민 사퇴론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뉴스데스크>는 5월 18일 공무원연금개혁이 정치공방으로 변질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직을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퇴했을 때도 “공무원연금개혁에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인 유승민 원내 대표 등 여당 원내지도부의 협상 능력에 의문을 나타냈다”며 뜬금없이 유승민 원내대표는 왜 사퇴하지 않는냐는 뉘앙스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KBS <뉴스9>는 “정무수석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는 유승민 대표의 반응을 주요하게 담았다. SBS <8뉴스>는 조윤선 정무수석이 “지난 2일 여야 합의와 기초연금을 강화하자는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절충안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타사 보도와 비교하면 MBC의 보도의 노골성이 이처럼 더 두드러진다.
이밖에도 MBC <뉴스데스크>는 5월 12일 <'빈손국회' 본회의서 법안 단 3개 처리…발 묶인 민생법안>에서 정치권의 낯뜨거운 책임공방을 전하며 유승민 대표의 능력 부족을 강조했다. 유승민 대표가 ‘민생법안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도록 결재를 거부했다’며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 책임을 묻자, “여야 처리 합의 법안은 3건이었고 유승민 대표가 3건만이라도 처리해달라고 사정해놓고 다른 얘기를 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는 이 위원장의 반박을 곧바로 내보냈다. 이후, “유승민 대표 그러면 안되죠. 일반 시정배도 하지 않는 비겁한 일 아니에요?”라는 이상민 위원장과 “합의를 밥 먹듯이 깬다. 협상 파트너로서 자격이 없다”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의 비판을 연달아 보도했다.
같은 날 KBS <뉴스9>와 SBS <8뉴스>도 법안처리가 더딘 점을 꼬집었으나 방향과 주요 내용은 달랐다. <뉴스9>에서 가장 부각된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었고,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낀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는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당장 저한테 협상의 재량권이 별로 없습니다만 결국은 여야 간의 협상을 해 나가면서…”라고 한 유승민 대표의 상황이 전달됐다. SBS <8뉴스>는 유승민 대표 등장 없이, 정치권의 고질적인 ‘언쟁’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