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가 난리다. 그것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 그와 유사한 이엽우피소는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 그리고 그 추출물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의 환불은 얼마나 가능한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백수오 소식이 웬만한 정치 뉴스를 압도할 정도다. 그래서 백수오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사회현상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파악하고자 백수오의 정체를 살펴보았다. 이 식물,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백수오에 대한 동서양의 구분법은 조금 다른데, 백수오는 서구적 분류학에 따라서 식물계(Plantae), 현화식물문(Anthophyta),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용담목(Gentianales), 박주가리과(Asclepiadaceae), 백미속(Cynanchum)에 해당하는 ‘키난춤 윌포디(Cynanchum wilfordii Hemsley)’라는 라틴 학명을 가진 식물의 뿌리이다. 여기서 ‘백미(Cynanchum)’라는 속명은 개(cyno)의 숨통을 끊어놓다(anchein)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라틴어이다. 이미 독성에 대한 의미가 들어있는 속이라고 볼 수 있다.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고 있는 이엽우피소(Cynanchum auriculatum Royle ex Wight) 역시 같은 속에 해당된다.

▲ '가짜 백수오' 논란과 관련, 백수오를 구입·복용했던 소비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다.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백수오 환불에 대한 법률 상담과 단체소송 준비 카페들이 잇따라 개설됐다. ⓒ연합뉴스

다만 보통 ‘하수오’라도 일컬어지는 적하수오(Polygonum multiflorum Thunb)는 목 분류로부터 마디풀목(Polygonales)으로 갈라지는 비교적 차이가 큰 식물의 뿌리이다. 어찌 보면 하수오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백하수오(백수오)와 적하수오(하수오) 두 식물 간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다른 이름을 쓰고 있는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가까운 형제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전통적인 동양의 구분법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일찍이 동의보감에서는 하수오를 다루면서 ‘붉은색과 흰색의 두 종류가 있는데 붉은 것은 수컷이고 흰 것은 암컷이다’라고 구분하고, 강원도에서는 은조롱으로 부른다고 기록하였다.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도 ‘동의수세보원’에서 적하수오와 백하수오를 나눠 기술했다. 그리고 현대의 ‘대한약전외한약규격집’은 백수오의 기원식물을 박주가리과 은조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2000년 초엽, 구 농촌진흥청이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의 기원식물로 추가해 달라고 건의하였으나, 저가의 이엽우피소를 고가의 하수오로 둔갑시켜 판매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거부당했다. 만일 그때 건의가 받아들여졌다면, 현재의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중국의 경우 중약대사전에서 우리나라 은조롱에 해당하는 격산우피소, 현재 문제가 된 이엽우피소, 대근우피소(Cynanchum bungei Decne), 셋 모두를 백수오의 기원 식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약전에는 올라있지 않고, 약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즉 중국에서는 동일한 백미속에 해당하는 식물들을 중심으로 백수오로 인정하지만, 우리나라는 토종 은조롱만을 백수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우리 전통적 약명으로써 백하수오와 포괄적 의미의 백수오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격산우피소는 어디에서인가 잘못 표기하면서 시작한 듯한 ‘Cynanchum roilfordi’라는 표기가 마치 다른 종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처럼 백수오에 대한 학명과 관련된 식물학적 논쟁만으로도 백수오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여기다 기능성이나 유해성 논쟁까지 덧붙이면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가 필요했다. 우선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한 식품’으로 규정된다. 여기서 기능성이라 함은 의약품과 같이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나 예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의약품의 효능효과와 다른 것이다.

다만 건강기능식품도 일종의 기능개선 효과는 있는데, 이것에도 등급이 부여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기능성은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영양소 기능, 생리활성 기능, 질병발생 위험감소 기능 등이다. 골다공증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주는 칼슘이나, 충치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주는 자일리톨은 질병발생 위험감소 기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생리활성기능 정도에 따라서 ‘○○에 도움을 주면’ 1등금, ‘○○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2등급, ‘○○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적용시험이 미흡하면’ 3등급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홍삼이 2등급이고, 백수오등 복합추출물 역시 2등급에 해당되지만, 3등급에 해당하는 건강기능식품도 상당히 유통되고 있다.

또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은 식약처장이 고시한 ‘고시된 원료’와 식약처장이 별도로 인정한 ‘개별인정된 원료’로 나눌 수 있는데, 백수오등 복합추출물은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을 가진 것으로 식약처장이 별도로 인정한 원료이다. 이 개별인정된 원료는 2004년부터 2013년에 이르기까지 총 463건이 인정되었는데, 백수오등 복합추출물은 2010년 4월 27일에 인정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 복합 추출물이라는 점이다. 즉 건강기능식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는 그 자체가 아니라, 백수오, 속단, 당귀 열수추출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식약처는 이에 대해서 ‘임산부 및 수유부는 섭취를 삼갈 것’을 권장하고, ‘항응고제 또는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사람 역시 의사와 상담할 것’을 주의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식품은 섭취에 있어서 부작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과 동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일련의 정보들을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백수오는 원래 예부터 하수오라는 약재에 대한 토종 약재로 오인된 경향이 있으며, 그 기능성은 다른 원료와 복합추출물로 만들어져 ‘여성 갱년기 증상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약전에서 정해놓은 은조롱을 사용하지 않고, 동일한 속의 이엽우피소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했다. 이엽우피소는 FDA에 독성이 보고된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식물 속 자체가 독성의 의미를 갖고 있고 선조들의 기록에서도 복용의 주의점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독성을 활용해서 약재로 쓰는 것’으로 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FDA 독성보고라는 것이 비단 이엽우피소뿐만 아니라 생강, 마늘 등에도 있다고 하니 그 자체만으로 우려할 일은 아니다.

즉 동서양 의학이나 식물학의 종합적인 맥락에서 지금 가짜 백수오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측면이 있다. 애초에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갱년기 여성이 백수오 제품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다. 의사의 상담과 처방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디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단지’ 건강기능식품에 불과한 백수오등 복합추출물을 갱년기 증상의 만병통치약인 듯 소개를 하였고, 날개 돋친 듯 판매되면서 정식 원료인 백수오의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백수오라고 규정한, 동일 속의 이엽우피소가 원료로 사용되었으며,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원이 유해성을 문제 삼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크게 확산되었다.

▲ 대표적 백수오 제조업체인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돈을 받고 프로그램을 제작해 백수오 띄우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MBN은 그러나 이엽우피소 파문이 발생한 이후에는 열심히 백수오 죽이기에 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단순히 홈쇼핑의 환불에서 사태가 해결될 것인가? 답은 부정적이다. 이미 진짜 백수오를 재배하는 농가 피해가 이어지고, 나아가 하수오, 즉 적하수오 재배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물론 이번 기회를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언론의 부적절한 광고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바람직하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의 조장과 과학적 증명의 부재는 한국사회의 또 다른 비이성을 보여줬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의 독성실험을 계획하고 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며, 단기간에 결론을 내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 좀 더 타협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바로 식약처에서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백수오등 복합추출물’의 기능성 및 독성을 ‘이엽우피소등 복합추출물’과 비교하는 것이다. 만일 해당 시험에서 이엽우피소등 복합추출물에서 동일한 기능성과 무해성이 증명된다면, 적어도 이제까지 가짜 제품을 섭취해온 소비자의 심리적 피해도 회복될 수 있으며 나아가 해당 원료인 이엽우피소도 약전에 등재될 수 있을 것이다. 각 원료의 개별적 효과를 증명하는 것보다 제품화된 복합성분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체계에 있어서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기능식품에 몸을 맡기지 않고 매일 섭취해 인체의 주요성분을 구성하는 밥을 스트레스 없이 먹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먹을거리에 대한 정체모를 두려움이 우리의 건강을 더욱 막대하게 해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식사를 편하게 합시다.

이경락 _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YTN사이언스의 사이어스투데이에서 '미디어 앤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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