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욕을 했다. "이 나쁜 노므 시끼야!" 옆을 지나던 경찰이 이를 목격하고 욕을 한 사람을 '모욕죄'로 체포한다. 욕을 먹은 사람이 한마디 한다. "네 인생 이제 꼬였다~" 이를 들은 경찰이 그 사람 역시 '모욕죄'로 체포한다.

이런 우스운 일이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말이다. 이런 사례도 있을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이 친구의 미니홈피에 놀러가서 덧글을 달았다. "새꺄~ 잘 살고 있냐?" 인터넷을 모니터링하던 사이버 수사대가 그 사람을 '사이버모욕죄'로 체포한다.

▲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여의도통신
설마 설마 했는데, 사이버모욕죄를 내용으로 한 법안이 드디어 발의되었다. 지난 10월30일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형법 개정안을, 11월3일 나경원 의원이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형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에서 모욕을 한 사람도 현행 형법상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다.

이번에 발의된 형법 개정안은 인터넷 상에서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였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두 개정안 모두 현행 형법상 모욕죄에 비해 형량을 높였다. 그리고 현행 모욕죄가 당사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친고죄인 반면, 두 개정안 모두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발의되었다.

현행 형법에서 모욕죄를 친고죄로 한 것은 '모욕'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이다. 굳이 욕설이 아니더라도 비꼬는 표현이나 거친 표현까지도 상대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사이버모욕죄'는 친절하게도 수사기관이 '모욕적인 감정'을 알아서 판단해서 (당사자가 반대하지 않는 한) 처벌해주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게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현실적으로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되어도 앞서 거론한 두 사례와 같은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경찰은 일반 사람들이 당하는 모욕을 일일이 수사할 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아무리 열이 받아도 '이명박은 독재자다'라고 분노를 터뜨려서는 안된다. 'MB는 쥐새끼'라고 돌려서 얘기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님 해외 순방 좀 자주하세요'라는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정중하게 얘기해도 비꼬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느 정도의 표현이 사이버모욕죄로 처벌받을 수준인가? 그건 필자도 모른다. 아마도 수사기관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조차도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도 있다. 그저 사이버모욕죄에 걸리기 싫으면, 괜히 다른 사람에게 쓴소리, 싫은 소리 하지 않으면 된다. 특히 정치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모욕죄는 '국왕모독죄'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모욕죄에 대한 형사처벌은 권력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소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욕죄 조항들이 이미 폐기되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없어져야 할 모욕죄, 그 모욕죄로도 인터넷 상에서의 모욕행위를 처벌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나서서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나 하는 것이 민망하게 느껴지기는 하나 보다.

악플을 막기 위해 사이버모욕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악플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인터넷 때문이 아니다. 촛불을 모이게 한 것도, 악플을 양산시킨 것도 사실은 당신들의 실정 때문이다.

나는 이명박이라는 대통령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 또한 정보인권 활동가로서 아직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과 씨름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나의 이 모욕감은 어떻게 해소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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