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박노황 사장이 사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2012년 공정보도 파업을 이끌었던 공병설 전 노조위원장, 2010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이주영 기자 등 노조 전임 간부들이 포함돼 ‘보복 인사’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는 15일 오후 7시 30분께 5월 18일자 사원인사 결과를 내부에 공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지역 발령이 난 이들 중에는 박정찬 사장 퇴진 및 공정보도 쟁취를 내걸고 2012년 103일 파업을 주도했던 공병설 전 노조위원장도 포함돼 있었다. 공병설 전 위원장은 제천 주재 발령이 났다.

2010년 연합뉴스노조 공정보도위원회(이하 공보위) 간사를 맡았던 이주영 기자(현재 부장대우)도 지역으로 가게 됐다. 두 사람 모두 2010년 매월 공정보도 문제를 다루는 편집위원회 당시 노측 대표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공병설 기자는 기자협회 지회장, 이주영 기자는 노조 공보위 간사였으며 이때 박노황 현 사장은 편집국장으로 참석했다. 이밖에도 파업 때 노조와 뜻을 함께 다수의 시니어급 기자들이 지역 발령 명단에 포함됐다.

“난데없는 지방 인사 발령… 치졸한 보복인사”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김성진, 이하 연합뉴스노조)는 15일 저녁 긴급 회의를 연 후 <사장의 ‘인사 폭거’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어 반발했다.

연합뉴스노조는 “박노황 사장이 끝내 회사를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오늘 발표된 인사에서 다수의 사원들이 난데없는 지방 인사 발령을 받았다”며 “지방 발령 인사의 원칙을 묻는 노조의 질의의 회사 측은 인사권만 들이대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노조는 공병설 전 노조위원장이 지역 발령을 받은 것을 두고 “충격적이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누가 봐도 2012년 파업을 주도한 데 대한 부당하고 치졸한 보복인사다. 공 전 위원장은 파업 이후 6개월 정직처분을 받은 바도 있다. 시쳇말로 ‘뒤끝 작렬’”이라고 꼬집었다. 이주영 전 공보위 간사 인사에 대해서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인사권을 앞세워 사실상 징계의 칼을 휘두르겠다는 발상에 경악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노조는 현재 사측이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니어급 기자들이 돌연 지역 발령을 받은 점에 주목했다. 연합뉴스는 근속기간 10년 이상 사원 중 정년(60세) 잔여기간이 15년 이내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달 26일부터 내달 1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6월 26일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6월 30일 희망퇴직을 시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자는 특별퇴직금과 퇴직위로금(6개월분 기본급)을 받게 된다.

연합뉴스노조는 “희망퇴직은 사실상의 정리해고 수순으로 의심된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을 대거 지방으로 발령한 것은 노골적인 희망퇴직 신청 압박이라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의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에 본부장보다 연차가 높은 선배들을 무더기로 발령 내는 비상식적인 인사를 납득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노조는 △연합뉴스의 경쟁력 중 하나인 지역조직이 사장의 인사 전횡에 희생될 우려가 있다는 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옮겨야 하는 지역 발령을 하면서 당사자와의 사전 협의가 전무했던 점 △특파원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 귀국 조치를 내린 점 등도 이번 인사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회사 상대 가처분 취소했는데도 노조 전임 집행부에 대한 지역 발령 강행

노조는 또한 박노황 사장이 회사를 상대로 한 가처분 소송을 취하하면 2012년 파업 지도부에 대한 지역 발령 인사를 보류하겠다는 경영진의 약속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노조는 박노황 사장이 콘텐츠 담당 상무,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선임해 ‘편집총국장제’를 무력화시킨 데에 대해 지난달 23일 단체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가처분을 냈으나, 이달 6일 대위원회의를 열어 가처분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노조 관계자는 “노조 상생과 회사 발전을 위한 노조의 대승적인 결단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단체협약 이행하라”… 연합뉴스 노조, 회사 상대 가처분 제출>)

연합뉴스노조는 “노사 상생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린 노조의 조치에 화답하기는커녕 뺨을 때린 격이다. 노사 갈등을 부추겨 파국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이처럼 무책임한 조치를 내놓을 수 없다”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사원의 힘을 모으자던 사장에게 묻고 싶다. 내일 어디서 일할지 모르는 사원들이 과연 일이 손에 잡히겠는가. 도대체 지금 연합뉴스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노조는 “편집권 독립 제도를 무력화하고 인사 폭거를 자행한 사장에 맞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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