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영국의 <더 타임스>와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지금껏 한 차례 국민과의 대화, 두 차례 일방적 라디오 연설 외에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보수성향의 특정 매체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조선일보 11월11일자 1면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 매체 선정 방식은 ‘친정권 보수 언론에 대한 편식’과 ‘외국 매체와 한 조를 구성하는 글로벌 퓨전 융합’으로 간추려진다.

12일 한국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지난 2월 <동아일보>는 일본 <아사히신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함께 첫 인터뷰를 했고, <매일경제>는 지난 3월 창간 42주년을 맞아 일본 <니케이신문>과 중국 <경제일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내 신문사 중 3번째로 조선일보가 창간기념 등과 같은 특별한 계기도 없이 인터뷰가 성사되자, 이 대통령이 보수성향의 친 정권 매체들과만 인터뷰를 하는 등 편협한 언론관을 가지고 있다는 세간의 의구심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조선일보 인터뷰와 관련해서 조선일보사의 제휴사인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사의 요청을 청와대가 받아들여 이루어졌으며, 영국의 더 타임스가 관심을 보여 공동참여하게 되었다고 한국기자협회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 기사에 나왔듯이 국내 정치 문제보다는 금융위기 등 국제 현안이 많기 때문에 공동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말과 달리 실제 조선일보가 보도한 인터뷰 내용은 ‘오바마 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회담’에 대한 입장,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의지, ‘연말 개각’에 대한 부정적 입장 등 국내의 첨예한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주로 다뤄졌다.

청와대 언론담당관의 정책에 변함이 없는 한, 다음 대통령 인터뷰 차례는 <중앙일보>가 되지 않을까?

한편, 이런 논란의 흐름 속에 매우 돌발적인 문제제기가 튀어나왔다.

조선닷컴은 이 대통령 인터뷰가 보도된 11일 ‘스스로 ‘한국방송’이라는 KBS, 과연 어느 나라 방송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날 아침 뉴스에서 KBS만 유독 마이니치를 인용해 공동회견을 보도했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조선닷컴의 기사가 같은 나라 매체 보도를 외면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기사에는 “아직도 널려있는 좌익들로 인한 헤(해)프닝입니다. 빨리 정리하세요. 이 땅엔 공산좌익들은 필요치 않읍(습)니다. 모조리 잘라내고 도려내야 합니다”는 댓글이 달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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