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와 통신계가 치열한 논리 다툼을 벌여왔던 700MHz 주파수 할당 문제가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는 국회에 UHD방송용으로 700MHz 대역 중 24MHz 폭을 할당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나머지는 경매를 통해 통신용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 방안대로라면, UHD의 전국방송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700MHz 주파수 할당계획에 대해 “수도권의 OBS, 지역 MBC, 지역 민영방송 등은 UHD TV 방송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 방송을 위한 채널 확보 방안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정부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말 국회에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700MHz 대역에서 채널 4개(24MHz, 1채널 당 6MHz)를 할당하고 VHF 대역(현재 DMB방송에서 사용 중)에서 1개 채널을 할당하는 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UHD방송의 ‘단계적’ 시행을 예고한 것으로, KBS1과 서울MBC, SBS를 중심으로 UHD방송을 우선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부·방통위의 700MHz 분배 및 지상파 UHD주파수 공급안에 대해 분석하고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언론노조는 700MHz 주파수와 관련해 54MHz 폭을 "5년만 빌려쓰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사진=언론노조)

“정부, UHD방송 전국의 77%지역 기준으로만 도입”

언론노조 주파수공공성특별위원회 채수현 위원장은 정부의 700MHz 주파수 할당계획과 관련해 “인구기준 77%지역까지만 UHD방송을 하는 안”이라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미래부와 통신업계는 700MHz 주파수의 활용 방안을 놓고 △국제적 표준, △경제성, △공익성을 들어 경매를 통한 할당을 주장해왔다. 채수현 위원장은 우선, ‘국제적 표준’ 관련해 “ITU는 주파수 할당에 대해 ‘각 국가별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것을 우리나라가 ‘지정’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과 관련해서도 방송용으로 할당할 경우, 2020년까지 5년간 방송산업분야 4조4000억 원의 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방송공학회 논문을 인용했다. 해당 논문은 700MHz 주파수를 방송에 할당할 경우, ‘타산업에 미치는 효과 3조6000억 원’, ‘21만 명의 일자리 창출’, ‘UHD 이용자 가치 1100억~1600억 원’, ‘UHD콘텐츠 파급효과 1조8000억~2조9000억 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채수현 위원장은 만일,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에 할당하지 않을 경우 “유료 매체를 통한 UHD이용으로 시청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통신이든 방송이든 할당에 따른)경제성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700MHz주파수 정부안에 대한 분석 기자간담회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사진=언론노조)

채수현 위원장은 700MHz 주파수 중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통신용으로 할당하면 통신이용자들 모두의 혜택이 될 것으로 알고 있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중 한 곳만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3G 서비스 4G(LTE) 서비스를 합쳐, 상위 0.1%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계는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은 소수의 이용자를 위한 것일뿐, 통신이용자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5년 간 700MHz 54MHz 사용하고 반납하겠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주파수소위원회 위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UHD ‘전국방송’을 강조해 왔다. 지역소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회 주파수 소위는 통신의 경우 과도한 트래픽 문제를 다른 주파수 할당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UHD 전국방송의 경우 700MHz 주파수 대역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간 지상파에서는 UHD전국방송을 위해 54MHz 폭(9개 채널+2DTV 대역 채널 재배치)의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채수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HD로 충분하니 UHD로 가지 말자고 합의가 되면 700MHz 주파수를 포기할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UHD전환을 위해서는 700MHz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정부안에 맞서는 대안을 제시했다. 700MHz 주파수를 2020년까지 5년간 방송용을 활용, UHD 전환을 달성하고 그 후, 현재 DTV대역으로 주파수를 이동하는 방안이다. 방송계는 2020년 이후, 700MHz 주파수를 통신으로 할당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이용자 중심 UHDTV 환경 및 주파수 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박성규 미래방송연구회 수석부회장의 주장했던 내용과도 일치한다.(▷관련기사 : “700MHz, 방송·통신 할당 말고 ‘준비대역’으로 남기자”)

채수현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주파수 정책을 미국식 복수주파수망(Multi Frequency Network; MFN)에서 유럽식 단일주파수망(Single Frequency Network; SFN)으로 바꿔 주파수 대역을 절약하고 UHD전환하도록 제공해야 한다”며 “방송은 해당 주파수를 임시로 사용해 UHD 전환 후 현재의 DTV 대역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SFN방식은 MFN 방식에 비해 송신소 접경 지역의 채널 혼선이 적어 주파수를 절약할 수 있다.

언론노조는 700MHz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정부에 △채널9개(54MHz 폭)과 DTV 대역 2개 확보(이동통신은 1.8GHz/2.1GHz, 2.6GHz에서 광대역 주파수 추가 확보를 통한 트래픽 관리), △2020년 UHD전환 이후 주파수 반납, △지상파 UHD TV전환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UHD TV 등 수신기 다이버시티 안테나 내장)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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