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회장의 EG그룹의 노동탄압을 폭로한 이지테크 노조위원장(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분회장) 양우권씨가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양 분회장은 이날 아침 양동운 지회장에게 “자살할 것이다”라고 알린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지난해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복직했으나 일터에 돌아가지 못한 채 회사의 감시와 노조 탈퇴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박지만 E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양우권 분회장은 이날 아침 7시26분께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다”며 “자살하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양동운 지회장은 통화 직후,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하고 가족에게 양우권 분회장을 찾으라고 연락을 취했다. 양 분회장 가족은 전남 광양시 자택 주변 산책로에서 목을 맨 양 분회장을 발견, 응급실로 옮겼지만 양 분회장은 끝내 숨졌다.

양우권 분회장은 A4용지 석장 반 분량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양 분회장의 승용차에서 유서를 발견해 유가족에게 건넸는데, 지회에 따르면 그는 박지만 회장, 가족, 조합원, 지인에게 글을 남겼다. 그는 박지만 회장에 대해 “회사 경영 방침이 잘못됐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글을 남겼고, 조합원들에게는 “해고자 복직하고 정규직화 소송에서 승리하기를 하늘에서도 함께 하겠다”는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을 화장해 포스코 공장 앞에 뿌려 달라는 이야기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속한 이지테크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로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회장의 ‘EG그룹’ 계열사다. 이지테크 노동자들은 2006년 노동조합을 설립했으나, 현재 조합원은 양우권 분회장뿐이다. 이지테크는 2011년 양 분회장을 해고했으나, 법원이 잇따라 ‘부당해고’ 판결을 내리자 지난해 5월 그를 복직시켰다. 양우권 분회장은 이 기간 우울증을 앓았다. 그는 2011년 ‘직장 내 따돌림’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구급차를 불러 치료를 받았는데 회사는 이때 그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복직 이후에도 상황은 똑같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130일째 책상에 멍청하게 앉아있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업무지시도 내리지 않는다. 책상에 업무용 컴퓨터가 있지만 인터넷 등은 할 수 없어 하루 종일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 <국민TV>와 인터뷰에서 “(업무배제와 따돌림은) 단지 노동 조합원이라는 이유 하나”라며 “이 모든 과정은 포스코와 무노조 정책에 의해서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우권 분회장은 지난해 5월 자신의 사무실 책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는데 회사는 이를 이유로 1호봉 감봉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정용식 부지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복직은 했지만 (이지테크는)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책상 하나 주고, 앉히고, 감시하고, 계속 불러다 면담을 했다”며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했고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책상을 촬영했다고 감봉 1호봉 징계를 하고 정직 2개월을 내렸다. 고인은 5월1일자로 정직 상태였다”고 전했다.

한편 노동조합은 양우권 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해고, 정직, 감봉 같은 징계와 직장 내 따돌림으로 보고 유가족과 함께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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