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세훈)가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지난해 14억6천만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반토막 냈다.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서병수 부산시장과 영화제의 갈등,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교체 시도에 이어 이제는 돈줄을 틀어막아 영화제를 흔드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례적인 반토막 예산 삭감으로 영화제는 축소될 처지다.

지난달 30일 영진위가 발표한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 결과’를 보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올해 지원 예산은 8억원이다. 이는 2013년 15억원, 2014년 14억6천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영진위 심사위원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규모에 대해서는 심사위원 간의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부산영화제는 이미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다수 의견에 의해 부분 감액했다”고 밝혔다. 특정 영화제에 지원을 집중하는 상황을 완화하자는 정부의 정책방향도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위원들 입장이다.

심사 실무를 담당한 영진위 국제사업부에 따르면 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평가에 따라 매년 금액이 다르고, 신생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반토막 삭감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조직 내홍 이후 지원금이 대폭 삭감된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에도 삭감폭은 9천만원이었다. 그것도 총 지원금 중 13% 내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영진위가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단번에 40% 삭감한 것은 영화제 흔들기 목적이 강해 보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병수 부산시장은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갈등을 벌였고, 이후 부산시는 영화제에 대한 대규모 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부산시와 서병수 시장이 직접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영화계가 반발해 ‘영화제 흔들기’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진위가 지원금 삭감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당장 영화제 축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영화제 관계자는 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금액이 이 정도로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라며 “매년 스폰서 유치에 힘들었던 만큼 줄어든 지원금을 스폰으로 채워넣는 것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 규모와 초청 규모 등 여러 가지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이어 “영진위는 자생력 강화를 이유로 얘기하지만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같은 경우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이번 영진위 심사 결과는 정반대”라며 “영진위에 진짜 이유를 묻고 싶다”며 “전체적으로 위축돼 있고,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지원금 삭감에 다들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언론은 지원금 삭감을 ‘괘씸죄’로 보고 있다. 경향신문은 6일자 사설에서 부산시가 영화제를 표적 감사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점을 들며 “이런 판에 이번엔 영진위가 국고 지원 성격의 영화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제에 탄압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년 넘는 집요한 정치적 압력에 이어 예산 지원을 빌미로 거듭 부산영화제를 흔들어대는 것은 현 정부의 한심한 문화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부산일보도 6일자 사설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부산 시민과 영화인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했지만 아직은 그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또 앞으로는 세계 4대 영화제와 맞먹는 세계적 영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그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썼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매년 지원금 결정 근거에 차이가 있지만 사실 차원에서 보면 예산 차이 폭이 크기는 하다”면서도 “천만원 삭감, 공모사업 탈락의 경우에도 (지원금으로 영화제를 흔든다는) 항의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총 예산의 43%를 지원 받고 있고, 이번 심사결과는 국제행사와 관련해 과다집행될 수 있는 국가예산을 세심하게 결정하자는 정책기조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원금 삭감 결정을 한 심사위원 명단과 회의록, 속기록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미디어스> 질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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