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종합편성채널이 정부부처에서 돈을 받아 ‘협찬’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MBN은 보도국이 나서 다큐멘터리 협찬과 기획기사 협찬을 영업했고, 채널A의 경우 모회사인 동아일보가 방송 협찬 영업에 나섰고, TV조선은 조선일보 자회사의 신문-종편 공동영업을 통해 협찬 매출을 올렸다. 종편 보도국과 보수언론이 구축한 미디어그룹의 조직적인 광고·협찬 영업 실태는 5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5일 공개한 종편-광고주 간 계약서 등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소속된 그룹의 조직적 협찬 영업 실태가 ‘계약서’ 형태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MBN의 방송광고판매대행자인 MBN미디어렙이 프로그램의 내용과 편성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영업일지가 공개돼 파문이 인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수의 종편이 돈을 받고 뉴스를 제작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은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재승인을 취소하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MBN, 한전 홍보하고 4400만원… 보도국이 협찬 영업

MBN <경제포커스>는 협찬을 고지하지 않고 한국전력의 ‘자원외교’를 홍보하고서 4400만원을 받았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6월 MBN과 한전은 “한국전력의 홍보물 방영”을 목적으로 <위대한 이름 아프리칸>이라는 제목의 특집다큐멘터리를 제작, 그해 11~12월께 다큐를 내보내기로 했다. 대가는 4400만원. 그러나 MBN은 다큐를 제작하지 못했고, <경제포커스>에서 한전을 긍정적으로 부각했다.

심각한 문제는 MBN 보도국이 ‘협찬’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다. 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MBN 보도국장 명의의 <‘한국의 말’ 다큐 프로그램 제작 협조의 건>(2012년 5월4일 작성) 공문을 보면 MBN은 그해 9월 중 다큐멘터리 2편을 프라임타임에 내보내겠다며 2억원을 지원해 달라 요청했다. MBN은 2014년 10월 한국무역진흥공사와 ‘기획기사 보도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1650만원을 받았다.

특히 MBN 보도국 경제부는 2014년 12월5일 보도국장 명의로 한국수출입은행에 공문을 보내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춰” 기획취재를 하겠다며 협찬을 요청했다. MBN이 1분30초짜리 리포트를 내보내겠다며 요청한 금액은 부가세 포함 1100만원이다. 최민희 의원실은 “수출입은행을 담당하는 경제부 이름을 내세우고 보도국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사실상 협찬금을 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TV조선, ‘영향력 있는 CEO’ 특집기사에 2천만원 요구

TV조선도 마찬가지다. 최민희 의원실은 TV조선이 2012년 12월5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는데, TV조선은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공모 및 심사 결과 김용환 행장이 최종 선정됐다고 알리며 ‘특집기사에 수상내역 소개’를 명목으로 2천만원(부가세 별도)의 협찬금을 요청했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TV조선은 선정식 이튿날인 2013년 2월15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선정자 33명 중 16명은 자세히 소개한 반면 나머지는 이름만 밝히거나 이름조차 소개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TV조선은 2014년 12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으로부터 천만원을 받고 ‘가축질병 확산 방지 관련 방송협찬’을 진행했다. “축산농사 대상 소, 돼지 등에 대한 백신접종과 농장 내·외 소득, 외부인 및 차량 출입 통제 등 방역조치에 대한 홍보 신속 필요” 명목이었다. 농림정보원은 12월20일 토요일 12시 뉴스에 10분 동안 앵커와 질의응답을 하는 대가로 천만원을 건넸다. “시키지 않아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해야 할 ‘뉴스’를 돈을 받고 보도한 것”이다. 같은 건으로 채널A도 농림정보원에서 돈을 받았다.

동아일보가 채널A 광고, 협찬 영업 “미디어렙법 위반”

채널A의 경우, 모회사인 동아일보가 광고와 협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농림정보원과 2013년 10월12일 체결한 (부가세 포함) 1억6500만원짜리 협찬계약서의 계약자는 동아일보로 돼 있고, 입금계좌의 예금주 또한 동아일보사다. 올해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집행한 방송광고와 관련한 각종 서류에도 미디어렙이 아닌 ‘채널A’가 등장한다.

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는 종합편성채널의 주주인 신문사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다른 회사가 방송법과 ‘미디어렙법’을 위반해 방송사의 제작과 편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 최민희 의원실은 “미디어렙법 제5조에서 지상파와 종편은 시행령에서 정하는 예외적인 광고 외에는 미디어렙이 판매대행하는 광고 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4월부터 미디어렙법을 통해서만 광고를 판매할 수 있는데 채널A는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TV조선 사례도 있다.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영상비전’은 2012년 국제교류재단과 ‘KF 브라질 페스티벌 특집 기획시리즈 제작지원 협약’을 체결했는데, 1억2천만원짜리 이 협약의 조건에는 조선일보 지면과 TV조선 프로그램에 재단 이사장 인터뷰가 포함돼 있다. 최민희 의원은 “TV조선 최대주주인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자회사를 움직여 신문에 기사를 게재하도록 하고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도 하도록 한 것이라면 방송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 미디어렙법 위반… 1사1렙과 협찬제도 뜯어고쳐야”

종합편성채널 보도국이 뉴스 등 프로그램 ‘협찬’을 영업하고, 미디어렙이 있는데도 그룹 차원의 조직적 광고‧협찬 영업을 하는 것은 방송법과 미디어렙법 위반이다. 현재 보도프로그램의 협찬에 대한 감시는 전무한 상황이고, 종편은 직접영업 특혜 3년 이후 ‘1사1렙’ 특혜를 받아 사실상 직접영업을 유지하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방송사 직접판매나 다름없는 1사1렙 제도를 바꿔야 하고, 광고나 다름없는 불법, 탈법 협찬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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