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행은 김현미 비서실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 둘만 데리고 갔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재보선에서 어쨌든 공천에 실패했다. 성완종 자살사건 이후에는 특검과 해임 건의안 등을 계속해서 타이밍을 놓치거나 서둘러서 제대로 쟁점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더불어 특별사면 법무부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특별사면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 결과 4대0의 패배를 기록하며 지지자들을 절망케 했다. 그리곤 최고위원회 등 지도부와 상의없이 4월30일 오전 10시 단독기자회견을 열고 선거패배의 책임을 혼자 지겠다며 당과 당 지도부들을 들러리로 만들어버렸다. 이번에는 또 다시 최고위 등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단독 광주방문을 결행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오후 광주 서구 서창동 발산경로당에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낙선인사를 위해 방문,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문재인 대표의 돌출행동이다. 잦은 비판에도 계속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 대표의 돌출행동, 그 근간에는 여의도정치 혐오증이 스며 있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현실정치에서 여의도정치 혐오증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여의도정치가 무조건적으로 배타시해야 할 괴물도 아니다. 적어도 수십년간 한국현대정치의 지혜와 술수 두 가지가 다 녹아있는 것의 총합을 우리는 여의도정치라고 한다.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홀로아리랑이 되풀이된다. 지켜보는 시선들도 이제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아무도 홀로아리랑 장단을 맞추거나 춤을 추지 않는다. 또 다시 초선의원으로서 당대표까지 맡는 것은 무리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돌출발언 돌출행동 돌출일정으로 범벅이 된 시스템의 부재현상은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보인다. 뼈를 깎는 개혁의 한 부분이 문재인 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 대표는 이런 비판을 무겁게 받아 고민해야 한다.

호심의 민심이 왜 문재인 대표를 외면하고 있는지, 새정치연합을 향해 분노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진정성 있는 자기성찰이 없다. 2시간짜리 광주행을 통해서 뭘 얻고자 하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2시간이 아니라 모든 일정을 전폐하고 2박3일이라도 현지에 머물며 두루 많은 이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호남의 민심을 다시 새정연을 향한 따뜻한 손길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를 듣고 봐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달랑 2시간의 방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뭘까. 정치이벤트 수준의 정치쇼를 구경하고자 광주가 화를 내고 회초리를 든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뼈를 깎는 개혁이라는 것은 정치의제 정책의제 정당의제가 동시에 진행되는 변화의 과정이다. 정치의제는 허둥지둥이다. 정책의제에 대해서도 도무지 진정성을 찾아 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의제가 될리 만무하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낙선인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한 4일 오후 광주공항에서 문대표가 도착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 문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이들과 마주치지 않고 다른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2시간은 광주 민심을 읽어낼 수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시간이다. 정당의제는 민주적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대표의 권한을 최소화하면서 지도부가 바닥 민심을 읽어내고 지도부 간의 상의와 합의를 통해서 발언하고 행동하는 일정을 잡아 전략적 목표를 향해 하나씩 실현해 가는 과정의 총합이다. 안타깝게도 선거 패배 이후, 문재인 대표의 입장과 행보를 보면 정치 정책 정당 의제 그 어느 하나 반성하거나 성찰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당이 아니라 사당화되어 가는 듯한 분위기만 짙어 진다.

친노계라고 분류되는 의원들조차 문재인 대표의 돌출행동 돌출일정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천정배 의원부터 만나는 것 이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호남신당론, 호남맹주론, 뉴DJ 등 호남지역의 정치이슈나 정치상징어를 선점하며 자신의 몸집을 불려 나가는 천정배 의원이다. 모든 언론이 천정배 의원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시점이다. 홀로아리랑을 할 때가 아니다. 선거 패배 이후에도 지지자들의 눈살을 계속 찌푸리게 하는 정치를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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