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이 가을개편을 ‘정치 개편’으로 규정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KBS기자협회(회장 민필규)가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KBS PD협회도 <미디어 포커스>, <시사투나잇> 폐지 등 프로그램 개편에 반발하며 오늘부터 ‘KBS 관제화 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해, 이번 개편에 대한 KBS 내부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8일부터 10일 오후 3시까지 KBS 기자들을 상대로 <미디어포커스> 제목 변경과 기자협회의 공동대응에 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미디어스
KBS 기자 284명(투표율 약 50%)이 투표한 결과 <미디어포커스> 제목 변경을 반대하는 기자들이 218명(76.7%)이고, 찬성하는 기자가 64명(22.5%)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협회가 이번 사태에서 공동대응에 나서는 것을 찬성하는 기자도 203명(71.4%)에 이르렀으며, 반대하는 기자는 79명(27.8%)이었다.

이에 대해 민필규 KBS기자협회장은 “KBS 전체 기자들의 뜻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KBS 김경래 기자, 이랑 기자, 김영인 기자 등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은 ‘<미디어 포커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7일 사내 게시판에 올려 “이세강 시사보도팀장 부임 이후, 제작과 관련해 불합리한 압력을 여러 차례 감수해야 했다”며 “팀장의 요구로 ‘이명박 OUT’이라고 쓰인 손팻말 그림이 다른 그림으로 대체됐고, 6명이 해임된 YTN 사태는 취재 기자가 밤늦게까지 팀장과 격한 논쟁을 벌인 끝에 겨우 방송을 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인촌 장관 막말 파문’ 보도 때는, 유 장관의 품위가 손상될 만한 민감한 내용들은 빼라는 지시를 받았다. 팀장이 <연합뉴스> 인쇄물을 들고 와, 아이템으로 다룰 것을 지시하는 구태도 벌어졌다”며 “KBS 기자로서 자존심과 양심을 지키고 싶다. 우리의 투쟁이 KBS가 공영성을 회복하는 밀알이 되기를 기대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미디어 포커스>를 지키는 투쟁도 이어가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사측이 <미디어 포커스>의 제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제작진에 대해 징계성 인사 방침까지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이 신설 프로그램의 타이틀로 확정한 ‘미디어 비평’은 시사보도팀장 등이 일방적으로 정한 제목”이라며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은 ‘타이틀 존치’라는 변함없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시사보도팀장은 <미디어 포커스>라는 제목만 회의에 올릴 수는 없다며, 자신이 제안한 <미디어 비평> 등을 함께 올렸고, 결국 <미디어 포커스>의 새로운 타이틀은 ‘미디어 비평’으로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욱 황당한 것은 팀장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시사보도팀장은 이사회 당일 아침 팀장 회의가 끝난 뒤, 저희에게 타이틀 변경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으나 확인 결과, 이미 팀장 회의에서 <미디어 포커스>의 타이틀은 <미디어 비평>으로 바뀌는 것으로 결론이 나 공지가 된 상황이었다”며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미디어 포커스>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상황에서,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KBS가 권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7일 아침 팀장회의에서, 보도총괄팀장이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에 대한 징계성 인사 방침을 밝혔다.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을 발령받게 될 부서에서 2년 동안 유배 생활을 시킨다는 것인데 시사보도팀장은 팀장 회의 때 보도총괄팀장이 내뱉은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에 대한 징계성 인사’라는 망발도 전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은 일방적으로 타이틀을 변경하고, 사장이 바뀐 뒤 부임한 팀장은 불합리하게 제작에 관여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한가지뿐”이라며 “사측이 추진하는 정치적 개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인 <미디어 포커스>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권 비판 내용 삭제 압력, 징계성 인사 등 우리가 밝힌 내용에 대한 파장이 대단한데 지금 이세강 시사보도팀장은 일언반구도 없다”며 “성명이 나간 후, 금요일 밤 고대영 보도총괄팀장과 만났는데 징계성 인사 발언이 우발적 실수였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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