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찰이 약 1천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YTN 사옥을 완전 봉쇄한 것과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는 "경찰은 정권이 낙하산 사장을 투하했다고 YTN을 제집 안방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라며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YTN노조는 10일 오전 '어청수 청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경찰은 2008년 11월 9일 국민의 방송 YTN에 경찰병력 천여명을 집중 배치해 사옥을 완전히 접수했으며 사원들의 신분증 검사와 출입 통제라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 경찰이 '언론장악 저지 YTN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원천봉쇄하자 시민들이 항의하는 의미로 촛불을 들고 있다. 'ⓒ송선영
앞서 언론노조는 9일 오후 6시30분부터 '언론장악 저지 YTN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고 'YTN 사수 인간띠잇기'를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으며, 경찰은 YTN타워 안으로 들어가려는 YTN사원들의 출입까지 통제,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YTN노조는 "경찰이 출입문을 완전 봉쇄함에 따라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위원 다수가 출입을 통제당했으며 심지어는 기자 등 일반 사원들과 취재를 하러 나가는 기자들까지 '경찰산성'에 가로 막히고 말았다"며 "신분증을 내보이며 출입을 요구하는 YTN 사원들을 향해 경찰은 방패를 앞세워 밀어내기도 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언론사의 사유지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놓고 사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며 신분증 검사까지 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YTN은 경찰의 이러한 행위가 명백히 불법이며 폭거라고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들로부터, 종교계로부터, 정치권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스스로 책임지고 즉각 물러나라"며 "11월 9일 YTN에서 벌어진 일은 경찰 통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 9일 경찰이 '언론장악 저지 YTN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원천봉쇄 하고 있다. ⓒ송선영
"YTN에서 경찰 병력 요청한 적 없어"

9일 경찰의 YTN사옥 봉쇄와 관련해 YTN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무슨 경찰 병력을 요청하느냐"며 "경찰에 시설 보호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상황에 맞게끔 스스로 경찰이 병력을 배치한 것이다. 어제는 미신고집회로 불법집회였다. 경찰이 봤을 때 문화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당초 YTN타워 후문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행사는 집회 신고가 필요없는 '문화제'였던 만큼, 경찰에 병력 배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오는 11일 회의를 통해 경찰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YTN 사옥 원천 봉쇄를 둘러싼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YTN지부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어청수 청장은 즉각 사퇴하라!

경찰이 YTN을 유린했다. 경찰은 정권이 낙하산 사장을 투하했다고 YTN을 제집 안방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YTN은 공기업과 국민이 소유한 사실상 공영방송이요, 국민의 방송이다.

경찰은 2008년 11월 9일 국민의 방송 YTN에 경찰병력 천여명을 집중 배치해 사옥을 완전히 접수했으며 사원들의 신분증 검사와 출입 통제라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이 출입문을 완전 봉쇄함에 따라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위원 다수가 출입을 통제 당했으며 심지어는 기자 등 일반 사원들과 취재를 하러 나가는 기자들까지 '경찰산성'에 가로 막히고 말았다.

특히 경찰병력은 YTN 사유지까지 침탈했으며 노조측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병력을 이동 배치하지 않았다. 신분증을 내보이며 출입을 요구하는 YTN 사원들을 향해 경찰은 방패를 앞세워 밀어내기도 했다.

YTN 사옥에 입주해 있는 매장(스타벅스)의 경우 경찰병력의 출입구 봉쇄로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촛불집회로 인한 상인들의 피해를 주장하며 집회 주최측을 사법처리한 경찰이 스스로 영업을 방해한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언론사의 사유지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놓고 사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며 신분증 검사까지 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YTN에서 열리는 문화제를 막는데 왜 지방의 전경까지 동원하는가?

YTN 노조는 문제가 있었던 11월 9일 오후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민들과 노래도 부르고 영상물도 감상하고 이벤트도 하며 늘 그랬듯 YTN 조합원과 시민들이 흥겨운 한마당을 펼치려 했다. 문화제는 집회 신고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YTN 노조는 언론노조를 통해 관할 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하고 양해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경찰은 어떠했는가? 문화제가 열릴 장소를 경찰병력과 전경버스로 무단 점거하고 대로는 물론 골목까지 차단하는 무리수를 뒀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대로 YTN 사유지를 침탈하고 매장의 영업을 막았으며, YTN 사원들의 출입까지 통제하는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YTN은 경찰의 이러한 행위가 명백히 불법이며 폭거라고 규정한다.

시민들로부터, 종교계로부터, 정치권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그리고 스스로 책임지고 즉각 물러나라. 어청수 청장은 본인 한사람 때문에 경찰의 위상과 신뢰가 추락하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용단을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결코 경찰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11월 9일 YTN에서 벌어진 일은 경찰 통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다시 한번 어청수 청장의 용단을 촉구한다.

2008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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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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