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송구’도 아닌 ‘유감(네이버 사전,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성완종리스트로 불거진 일련의 사태를 두고 “결국, (참여정부의 성완종 사면이)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됐다”고 책임을 돌렸다. 참여정부에서 성 전 회장을 사면해줬기 때문에 MB인수위에서 활동했고,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친박 핵심인사들에게 불법자금을 주는 일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4·29재보궐선거 하루 앞두고 내놨다”며 시기의 의미를 강조하며 “그런데, ‘성완종 리스트’에 핵심 측근들이 다수 연루된 것에 대해선 사실상 언급이 없었다. 그 대신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상파는 동의하지 않았다. 지상파3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기만 했다. 단 한 곳도 문제점을 짚지 않았다. 시작했다. 그 같은 발언은 지상파3사의 보도는 그와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KBS, 박근혜 대통령 메시지는 “부패 척결 강한 의지 드러낸 것”

KBS <뉴스9>는 <박 대통령 “심려 끼쳐 유감…정치부패 척결”> 리포트를 통해 “이완구 총리문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국민적 의혹의 규명, 또 부패척결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 4월 28일 KBS '뉴스9' 리포트

KBS는 “박근혜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김성우 홍보수석이 대신 발표한 메시지에서 이완구 총리 사퇴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며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엄정한 수사로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어느 누가 연루됐든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번 기회에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부패를 척결해 정치 개혁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금이 우리 정치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을 마지막 기회라며 부패 척결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KBS는 참여정부 시절 두 번의 사면에 대해 <박 대통령 “성완종 사면 의혹 진실 밝혀야”> 별도 리포트를 통해 “한 정권에서 연이어 사면을 받은 것은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 역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만 보도했다.

KBS는 “박근혜 대통령은 성 전 회장의 사면논란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결국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 사면권 제한 법안에 노무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성 전 회장이 사면됐다는 새누리당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라고만 전했다. 이어, KBS는 “박근혜 대통령은 또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인 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현 정부에서는 생계형 사면만 있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참여정부에서 잘못된 사면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한 셈이다.

MBC “박근혜 대통령,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에도…”

MBC <뉴스데스크>도 다르지 않았다. MBC는 <박대통령 “총리 사퇴 유감…성완종 사면 의혹 진실 밝혀야”> 리포트를 통해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국무총리가 사퇴한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유감의 뜻을 밝혔다”며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 4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MBC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늦출 수 없는 사안이라 안타깝지만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야당의 특검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의혹이 남는다면 여야 합의로 수용하겠다’는 명확한 원칙도 밝혔다”고 전했다. ‘명확한 원칙’이라는 수식은 MBC가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MBC는 그간 참여정부에서 성완종 전 회장을 두 번 사면한 문제에 천착해왔다. MBC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에서도 “노무현 정부 당시 성완종 전 회장이 두 차례나 특별 사면을 받은 것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엄정한 수사를 강조했다”며 “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되었다”라고 그대로 받아썼다. MBC는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진단에도 박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밝힌 것은, 집권 3년차 추진하는 국정 과제들이 정쟁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의중만 헤아린 보도였다.

SBS,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사과’ 대신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

SBS <8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는 <‘리스트 정국’ 정면돌파…전방위 확대 가능성> 리포트에서 “박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는 예상보다 빨랐고 정치개혁 카드로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읽혔다”고 담화내용 분석에 나섰다.

▲ 4월 28일 SBS '8뉴스' 리포트

SBS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속한 입장표명은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박 대통령은 성완종 파문이 아닌 이완구 전 총리 사퇴에 국한해 유감을 표명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사과’ 대신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부패척결을 통한 정치개혁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의지를 내비쳤다”고 구구절절 긍정적 해석을 덧붙였다.

SBS는 또한 “검찰 수사가 성완종 리스트뿐만 아니라 여야 가리지 않고 과거 시점까지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무현 정부 당시 성완종 전 회장 특별사면 의혹을 처음으로 직접 거론하면서 특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특히, 경제인 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앞으로 재계 인사들의 사면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JTBC, 박근혜 대통령 메시지 ‘받아쓰기’란 없었다

KBS, MBC, SBS 보도의 한심함은 JTBC <뉴스룸>과 비교하면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있다. JTBC는 이날 <박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사과’ 대신 ‘특사’에 초점> 리포트와 <문재인 “성완종 게이트, 대통령이 몸통” 직격탄 날려>, <또 내려온 ‘수사 지침’ 논란…사면 의혹 수사로 변질?>, <[여론조사] “박 대통령의 메시지 공감 안 해” 46.8%>, <[데스크브리핑] 대통령의 역공? 성완종 사면 정조준 배경은> 리포트를 배치했다. 어떤 리포트도 그대로 ‘받아쓰기’한 건 없었다.

▲ 4월 2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JTBC는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입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며 △이완구 총리 사퇴에 대한 유감 표명, △성완종 파문에 대한 선 검찰수사 후 특검수용 방침,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의 의혹이라고 정리했다. JTBC 손석희 앵커는 “당초 대통령 최측근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데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도 예상됐는데, 결과는 예상과는 반대로 나왔다”고 지적했고, 기자는 “오늘 입장 표명의 초점은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성완종 사태의 근본 원인은 노무현 정부에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JTBC 손석희 앵커는 “메시지를 그대로 본다면, ‘연이은 사면이 성완종 사태와 같은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진다”며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방점 역시 유감 표명이 아닌 과거 특별사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맞춰졌다는 얘기가 된다”고 전했다. 기자 또한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유감’은 단 한 차례 언급한 반면 ‘사면’은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오늘 유감 표명 역시 측근들의 연루 의혹 쪽이 아닌, 이완구 총리의 사퇴로 제한됐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기회에 부패로 얼룩진 정치사를 바로 잡는데 최선을 다할 것”, “지금이 우리 정치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고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JTBC는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 최측근들의 비리와 관련한 의혹, 즉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로 인해 총리까지 물러난 것”이라고 강조한 뒤,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라는 분석도 있는 만큼 이같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일각에선 박 대통령 자신과 최측근의 문제를 정치권 일반의 문제로 확대하며, 핵심을 비켜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 하나만으로도 지상파 보도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JTBC는 <또 내려온 ‘수사 지침’ 논란…사면 의혹 수사로 변질?> 리포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며 “친박계에 집중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대통령 발언으로 사면 의혹 수사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등 여러 사건에서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검찰이 여기에 맞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JTBC는 또한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성완종 전 회장의 두 차례 사면이 결국 이런 일을 일어나게 했다는 대통령 입장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물었다”며 “조사 결과, 39.2%는 공감한다고 답했지만 46.8%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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