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당기는 시위대 바로 위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 버스 아래 옆으로 바짝 피했다. 물포 공격이 잦아들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바로 경찰 진입 움직임이 있었다. 그 장면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 다시 기자들이 있던 곳을 향해 물포가 직격으로 날아왔다. 처음엔 정확히 카메라에 맞았던 것 같다. 결국 물포에 카메라는 가뭇없이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물포 줄기는 내 오른쪽 눈을 때렸다. 순간 몸을 돌렸고 내 등과 머리를 찍어댔다. 물포 공격이 끝나고 바로 경력이 치고 들어왔다. 이미 안경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카메라 찾을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경찰이 난입해 아수라장이 된 도로 위에서 나는 경찰들을 밀어내며 카메라 밟지 말라고 소리쳤던 것 같다”_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서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취재하던 기자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안구 홍채근육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끝나도 후유증이 남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기자는 경찰의 물대포가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 당사자는 <참세상> 김용욱 기자이다. 그는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 추모를 취재하러 갔다가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부상의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후유증이 남을 지도 모른다는 병원 진단을 받은 김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관련기사:세월호 집회에서 '물대포' 맞은 기자, 박살 난 카메라)

▲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에 참석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는 장면(사진=참세상)

“홍채근육 파열돼 밝은 곳을 보면 얼룩 같은 게 보여”

김용욱 기자에게 현재 몸 상태를 물었다. 그는 “동공이 잘 안 움직인다”며 “물대포를 맞아 홍채근육이 파열돼 피가 난 것이 원인이다. 아직 눈동자 안에 피 찌꺼기가 남아있다”고 답했다. 물대포를 맞고 나서 눈에 출혈이 있었단 설명이다.

“홍채근육이 파열돼 동공이 잘 안 움직인다. 동공은 눈에 빚이 들어오면 카메라 조리개처럼 조여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형광등이나 태양을 등지고 있는 건물의 뒤 등 밝은 곳을 볼 때에 눈에 얼룩 같은 것들이 계속 보인다. 밝은 곳에 있다가 눈을 감으면 나타나는 잔상 같은 얼룩이다. ‘낫겠지’ 했는데, 의사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동채 근육이 거의 안 움직인다. 안 보이거나 하는 건 아닌데 빚을 보거나할 때 양쪽 눈에 차이가 생기니까 불편하다. 밝은 곳을 보면 2개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은 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욱 기자의 병원 진단서에는 ‘외상성 전망출혈(우안)’이라는 병명과 함께 “우안 외상에 의한 전방출혈로 약물치료 하면서 경과 관찰 중임”, “우안 홍채 근육도 손상돼 동공기능에 이상이 있는 상태임. 앞으로 꾸준한 치료 필요하며 후유중 남을 가능성 있음”이라는 의사 소견이 적혀 있다.

▲ 김용욱 기자 병원 진단서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는 위헌 판결을 받은 차벽 논란과 함께 캡사이신·물대포가 발사되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논란이 컸다.. 물대포에 맞은 상황에 대해 김용욱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버스(차벽)를 당기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경찰이 그에 대응해 물대포를 쏘는 순간이었다. 1차 물대포를 쏠 때에는 차벽 바로 앞에 붙어 피했었다. 그러다가 물대포 공격이 잦아들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경찰병력이 진입하려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 장면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 기자들이 모여 있던 그 곳에 물대포가 직격으로 날아왔던 것이다. 머리 위 3m 위에서 곧바로 날아왔고 피할 세도 없었다. 첫 번째 물대포는 시위대를 향해 쏜 게 맞지만 두 번째 물대포는 그날 취재를 나왔던 기자들이 모여 피해있는 곳을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김용욱 기자는 “사진기자들이 경찰과 시위대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찍으려고 한 곳에 모여 있었던 상황”에서 “경찰들의 물대포 그곳을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치고 들어오는 장면을 찍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기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혹 제기이다. 다른 기자도 비슷하게 증언한다. <미디어충청> 정운 기자는 “경찰이 진입하려는 장면을 찍기 위한 상황이었는데 물대포가 직사됐다”며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유사한 일이 많았다. 당일 경찰 버스 위에서 각 매체 사진기자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쫓아내려고 했는지 ‘1시 방향 쏘세요’, ‘3시 방향쏘세요’라는 등 기자들을 조준해 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운 기자는 또한 “세월호 1주기 집회 앞서 경찰들이 기자들 카메라를 향해 캡사이신을 쐈다”며 “11일 <오마이뉴스> 기자가 캡사이신에 맞아 항의를 했었다. 아마도 카메라 기자들은 한번 씩은 다 느껴봤을 것이다. 내 카메라를 향해 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기자들을 조준해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발포하는 것에 대해 “보도를 막으려는 게 아닌가 싶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찰 물대포, 기자들이 모여서 피해있던 곳을 향했다”

김용욱 기자가 크게 부상당했던 그날, <미디어충청> 정운 기자 역시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다쳤다. 정 기자는 “당시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같이 계셨던 사진기자분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내가 물대포에 맞아 두바퀴를 굴렀다고 한다”며 “머리를 땅에 박았고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빨리 빠져나왔다”고 회고했다. 정 기자 역시 카메라가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김용욱 기자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부당했단 입장이다. 김 기자는 “경찰 버스를 당기려고 했기 때문에 물대포를 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 당시 상황을 봐야 한다”며 “이미 중앙에서는 정리집회가 진행되는 등 막바지의 상황이었다. 물대포까지 쏘면서 진압을 해야 했을지 다퉈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기자 또한 자신이 김 기자가 물대포를 맞았던 당시 버스를 끌어내려는 시위대는 5~6명 정도 가량으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에 참석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는 장면(사진=참세상)

<참세상>은 현재 김용욱 기자가 받은 피해와 관련해 법적으로 보상받을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1조의2(손실보상) 1항은 “국가는 경찰관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은 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신설된 조항인데 경찰의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피해가 있었다면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한 기자의 카메라가 방패에 찍히는 장면이 내 카메라에 찍혀 증거자료가 돼 보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날 내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자들이 많다. 다른 기자들이 찍은 사진에 내가 포착된 사진이 있더라. 현재는 (내가)물대포를 맞는 모습을 담긴 영상과 사진들을 찾고 있다. 페북 등 SNS를 통해 도움을 구해볼까 생각 중이다”

‘물대포에 맞은 기자’라는 말에 김용욱 기자는 “사진 기자들은 그 같은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의 피해를)감수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렇다보니 물대포에 맞았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물대포를 그 정도의 거리에서 그 각도로 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욱 기자의 카메라는 렌즈와 본체 모두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된 상황이다. 김 기자는 “카메라는 현재 수리불가판정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카메라)장비파손을 넘어 물대포라고 하는 것이 홍채 근육이 파열되고 동공이 안 움직일 정도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회적으로도 물대포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 김용욱 기자의 박살난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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