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가 동행한 ‘꽃보다 할배’는 완벽한 효도여행의 모습을 갖춘 특집이라 할 만하다. 기존 짐꾼 이서진에 새로운 짐꾼 최지우의 구도가 주는 안정감은 기존 ‘꽃보다 할배’의 존재감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기존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은 동분서주 쉴 틈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때론 무리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그가 해내는 일인다역의 짐꾼 모습은 만능 수준이어서 더 감탄할 수 있게 한 지점이다.

이서진의 노고가 클수록 할배들의 부담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그 힘든 점을 이해하고 응원해주기 위해 제작진은 소녀시대 써니를 초대해 일정 부분 동행하는 방법도 선택했지만, 이서진의 짊어진 무게를 덜어 내주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짐꾼이 아닌 존재의 이서진. 이서진은 가이드의 역할까지 하며, 제작진과 부딪히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게 다 할배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이서진의 성품 때문.

이번 ‘그리스 편’ 또한 이서진이 힘든 점은 많았다. 그러나 줄어든 그의 행동반경은 덜 피곤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초가 되어 주며 이 여행에 여유로움을 안겨줄 수 있었다.

우선 최지우가 동행하며 이서진은 든든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행 전체를 함께하는 최지우는 써니와는 다른 포지션의 동행자였다. 최지우는 자신이 가이드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서진은 피곤함을 이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굳이 자신이 모든 자리에 함께하지 않아도 되고, 여행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한 여행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많은 여행지를 보여줄 수 있고, 단조로운 여행 패턴이 아닌 다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최지우는 천군만마의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구성원이 늘었다는 점은 때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령 할배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지만, 분량 차원에서 나누어진 촬영을 하다 보니 할배들을 많이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 또한 온전히 할배들의 여행을 보여주려 한 <꽃보다 할배>였지만, 할배들의 체력에도 문제가 생긴 점은 이번 ‘그리스 편’의 난감한 점으로 꼽을 만하다.

이번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에서 할배 4인은 에너지가 많이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피곤한 할배들에겐 에너지가 필요했고, 그나마 여짐꾼 최지우가 들어와 화기애애한 여행을 하는 느낌은 또 하나의 위로가 되어 준 점이다.

비 예능인인 할배들에게서 재미를 뽑을 방법은 많지 않으나, <꽃보다 할배>에 맞는 웃음을 뽑으려 한다면 다음 편에선 좀 더 적극적인 여행을 하라 주문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 <꽃보다 할배>의 맛은 캐릭터가 수시로 튀어 나올 정도로 다이내믹한 할배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이번 편에선 자신들이 뭘 조심해야 하는지를 생각한 나머지 조금 수동적이 된 모습은 조금은 밋밋해진 ‘꽃할배’를 보게 했기에 이는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스 편’은 웃음보다는 진짜 가족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인 편으로 최지우가 등장하며 완전한 효도여행이 되었다.

이 여행에서 할배들은 배려의 아이콘이 되어 밋밋한 듯 보였지만, 그래서 더 정감 있는 그리스 편이라 할만 했다. 순재 할배는 제작진과 짐꾼을 걱정해 차 문에 손이 끼었어도 아픈 것을 내색하지 않는 모습은 아픔을 준 장면이다. 상대가 불편해할까 의연하게 참아내는 모습은 오히려 더 마음 아팠던 장면. 어른이라고 무조건 편한 것만 요구하기보다 불편한 것도 손수 하려는 순재 할배의 모습에선 참어른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도 됐다.

꾸준히 할배들을 지켜온 이서진에게는 이번 여행은 휴식과도 같은 여행이며, 꽃할배 4인방으로서는 이서진을 챙겨줄 수 있는 편이 그리스 편이라 할만 했다. 최지우가 등장하며 ‘꽃할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한결 수월해진 여행이 주는 착시가 밋밋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여행은 여행자인 할배들에게 충분한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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