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와이파이 풍선을 띄우고, 공중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 하고…. 세계 최대 IT기업인 구글의 행보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당장 구글 제국을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취미생활’이라는 황당한 해석까지 있다. 그런 구글이 지난 22일 밝힌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선언은 그러나 상당히 구체적이다.

구글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두고 월 2만원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따로 있다. 구글은 이용자에게 ‘가장 빠른 인터넷’을 제공한 뒤, 네트워크 환경에 맞게 OS(Operating System)를 제공하고, OS에 맞게 네트워크 환경을 최적화하겠단 계획이다. 스마트폰 OS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넥서스6’에 한정해 이동통신 서비스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구글 (이미지=구글 공식 블로그에서 갈무리)

<미디어스>가 구글 본사에 ‘사업 추진 이유’(Why is Google doing this?)를 물으니, 구글은 이동통신 사업 프로젝트 ‘Fi’가 ‘인터넷 혁신’ 과정의 투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우리는 모바일 전체의 혁신을 통해 온라인에서 더 많은 디바이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의 비전은 더 빠르고 쉬운 무선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그리고 이 혁신을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 그리고 개발자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공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와이파이와 LTE를 모두 활용해 최적의 사용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구글은 인터넷을 더 빨리 성장시키는 프로젝트와 혁신의 발판이 되는 프로젝트에 투자해 왔다”며 “예를 들어, 우리는 넥서스와 픽셀 하드웨어 프로그램들과 가장 빠르고 훌륭한 하드웨어에서 안드로이드와 크롬OS의 모든 기능을 소개할 것이다. 다른 하드웨어 업체는 우리가 업계를 이동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설계의 최상단에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에게 ‘인터넷 최적화’ 첫 단계는 ‘현재 안드로이드OS와 크롬 이용자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데이터 상품 설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은 데이터 1GB 가격을 10달러로 잡고, 이용자에게 3세대 통신과 LTE, 그리고 와이파이를 구분하지 않고 ‘가장 빠른 망’을 자동으로 연결해줄 계획이다. 데이터가 남은 만큼 차액을 돌려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네트워크 환경에 따른 변수들을 분석하는 게 프로젝트 Fi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을 ‘수직계열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구글이 각 나라의 차별적인 규제를 뚫고 이동통신 사업을 강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구글의 목적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지배력으로 하드웨어까지 ‘최적화’하려는 데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구글이 하드웨어까지 직접 지배하지 않고, 모바일과 인터넷을 OS를 정점으로 재구축하는 길을 택했다.

디바이스가 아닌 OS에 최적화한 네트워크로 바꾸려는 구글의 프로젝트 Fi는 이런 점에서 ‘구글 제국’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하드웨어에 진출하면 N분의 1이 될 수 있지만 OS에서 구글은 이미 최강자다. 구글은 IT 업계를 안드로이드OS에 최적화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인터넷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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