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싸움이 일단락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파업, 노숙·단식농성까지 벌였고, 지난 2월6일부터는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 고공농성까지 진행했다. 26일 오후 승리보고대회가 열렸고, 고공농성 80일을 맞은 장연의 강세웅 두 사람도 땅을 밟았다.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경재)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지부장 경상현)는 지난해 3월 노동조합을 만든 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서야 원청인 SK와 LG, 1차 하청인 각 지역센터,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교섭을 마무리했다. 재하도급 연내 금지, 기본급 중심의 임금체계,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이 성과로 꼽힌다. 을지로(SK)와 여의도(LG) 노숙농성부터 고공농성까지 반 년 동안 이룬 성과다.

▲80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장연의, 강세웅씨가 26일 오후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80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장연의, 강세웅씨가 26일 오후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고공농성자들은 80일만에 땅을 밟았다. 이들은 전광판을 내려온 이후 동료와 부둥켜 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LG유플러스 전남 서광주 고객센터 소속 강세웅(1970년생)씨는 “투쟁은 끝난 게 아니고 노동조합은 만드는 것부터 지키는 것이 백배는 더 힘들다고 한다”며 “돈보다 사람이고, 삶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일상에 돌아가서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동조합 활동을 주도하고 그해 8월 SK브로드밴드 인천계양 행복센터에서 일하다 계약만료로 해고된 장연의(1973년생)씨는 “지난해 이맘때 노동조합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생각이 난다”며 “저녁에 일찍 퇴근해 가족과 쉬고 남들처럼 점심밥을 먹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리고 나서야 내가 간접고용이고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십 년만에 깨달았다. 앞으로도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주축인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지난해부터 ‘진짜사장’ 원청에게 고용안정과 임금 인상,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싸웠고 민주노총과 사회운동단체들은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를 구성하며 사회적 연대를 조직했다. 교섭이 지지부진하던 시기,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 의원) 소속 국회의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

▲고공농성 80일차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의 모습.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승리보고대회에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설치, 수리, 내근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6일 승리보고대회에 참석한 우원식 의원은 “싸움으로 획득한 것을 유지하고 관철하고, 부족한 것은 또 싸워 얻어나갈 수 있도록 을지로위원회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절반의 승리라고 하지만 재계서열 3, 4위 재벌은 처음 느끼는 완전한 패배일 것”이라며 “가장 낮은 곳에서 싸워 이긴 여러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 “(노동자와 서민은) 싸우는 게 삶이고 삶이 바로 싸우는 것”이라며 “마지막에 웃는 것은 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에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제 진짜사장을 찾는 ‘직접고용’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씨앤앰부터 SK, LG까지 노동자들이 오른 전광판은 마치 뒤집힌 세월호의 밑바닥 같다”며 “자본이 내팽개치고 정부는 구조하지 않는 80일 동안 사람이 살아남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사람을 살려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