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스릴러시리즈 <실종느와르 M>이 이제 10부작의 기점을 돌았다. 5회까지 마무리된 <실종느와르 M>은 비로소 단순한 실종 수사가 아닌, '실종' 사건을 통해 이 시리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로 사회적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 우리 사회 이야기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들

<미생>으로 인기를 얻는 강하늘이 부모마저 죽인 희대의 살인마로 등장한 1,2편 '감옥에서 온 퍼즐'은, 연쇄살인 사건에서 15년 전 한 마을에 사는 남성들로부터 윤간을 당하고 아이를 낳은 미혼모 강순영 살해 사건으로 초점이 전환된다. 심지어 자신의 어린 동생마저 볼모로 삼은 채 자신이 죽인 네 명의 남자들을 수사관들과의 게임을 통해 밝혀 들어가는 이정수(강하늘 분)의 퍼즐. 그 끝에는 윤간에서 끝나지 않은 정신지체 장애 미혼모를 볼모로 삼은 후안무치한 한 남자의 돈벌이와, 그와의 비극적 혈연으로 맺은 또 다른 남자의 선택이 놓여있다.

분명 이정수로부터 살인을 당한 네 남자들은 피해자들이지만, 사건을 수사해 들어가면 갈수록 그들의 파렴치한 면모가 드러난다. 또한 그렇게 살해된 자들의 가해자의 면모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비겁한 윤간 이후 아들을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미혼모 강순영의 알량한 보상금을 등쳐먹은, 진짜 파렴치한 인물이 수사선상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윌슨 병 때문에 치료비가 필요했던 아이를 보살필 돈조차 빼돌린 파렴치범은 또 다른 미생의 출연자 고과장(류태호 분)였다. 결국 드러난 이 모든 사건을 조종한 범인은 결국 강순영의 아들, 제때 치료받지 못한 윌슨씨 병의 보유자 주요셉,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공소시효를 기다리며 복수의 칼을 갈았던 범인은 다름 아닌 그의 혈연상의 친부였다. 결국 진실을 알게 된 주요셉은 그의 생부와 함께 몸을 던진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은 3,4편에서도 이어진다. 제약회사 사원 하태조(박해준 분)의 실종사건으로 시작된 사건은 수사를 거듭할수록 뜻밖의 유괴 사건으로 이어진다. 알고 보니 하태조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가 유괴된 사건을 덮기 위해 사장 류정국(손종학 분)의 아이를 유괴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유괴 사건을 수사하다 실종 사건 수사반이 만나게 된 것은 뜻밖에도 8년 전 분신자살한 원신제약 연구원 은채린의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 자살로 위장된 분신사건 뒤에는 내부 고발자 은채린을 제거하고자 하는 류정국 사장의 잔인한 음모가 있었고, 류정국 사장이 내부 고발자를 죽이면서까지 덮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원신제약에서 계발한 어린이 백신의 부작용이었다. 결국 그 백신의 부작용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는 은채린의 남친이었던 김민재를 부추겨 유괴 사건을 저질렀고, 결국 하태조로 하여금 기자들이 모인 곳에서 백신의 부작용을 낱낱이 폭로하도록 만든다.

정신지체장애자에 대한 윤간과 유린, 이어 사적 이익으로 어린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부도덕한 제약회사의 상술, 그리고 5회에 이르러 드디어 돈 앞에 자신의 직업적 윤리마저 저버린 법무장관 후보자의 부도덕한 과거까지 <실종느와르 M>의 실종사회의 해부가 펼쳐진다. 1회에서 부터 5회에 이르도록 일관되게 드러나지만, 극중 범인이 누군가를 유괴한 목적은 유괴 대상에 대한 위해가 아니다. '시체 없는 살해 사건'으로 동생을 '실종'한 범인이 동생을 찾기 위한 극진한 노력이,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실종'이라는 범죄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1회의 강순영, 그리고 2회의 은채린, 그리고 아이를 잃은 엄마처럼, 피해자였지만 법으로 보호받거나 보상받을 수 없는 억울한 사회적 존재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피해자들을 자신들의 육욕, 그리고 경제적 이해 등을 위해 눈감고 짓밟은 상위 1%의 지도층이 있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거나 없애버리고서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사제로 선생으로 한 기업의 사장으로, 이젠 법무장관 후보자로 기세등등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돈 없고, 힘없는 피해자들이 그들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그들이 가해자가 되는 극단적인 수단뿐이라는 것을, <실종느와르 M>은 밝히고 있다.

뚜렷해지고 깊어진 주제 의식, 회를 거듭하며 구체화된 캐릭터

같은 제작진의 <특별사건전담반 TEN>에서 주상욱이 분한 여지훈 팀장이 과거 사건을 주요 줄기로 자잘한 사건들을 엮어가는 모양새였다면, <실종느와르 M>은 '실종'이라는 소재만 동일할 뿐 전혀 다른 사건들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주제 의식면에서는 <특별사건전담반 TEN>에 비해 한결 깊어지고 뚜렷해졌다. 실종이라는 사소한 사건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리들을 하나의 퍼즐을 풀 듯 풀어가는 매회, 시청자들은 사건 해결이라는 시원함 뒤에 뜻밖에 맞닥뜨린 우리 사회의 실존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범인의 부모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시체만 없다면 무죄로 승소할 수 있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법무무장관 후보자가 되는 드라마 속 사건에서 현실이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만 된다면 누군가의 아이가 그 백신으로 인해 죽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눈감는 기업주도 낯설지 않다.

또한 <특별사건전담반 TEN>이 단 한 회 만에 사건을 해결해 가는 여지훈 팀장을 비롯한 독사라 불리는 백도식 형사(김상호 분)와 프로파일러 남예리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잡고 가던 방식과 달리, 1~2회를 넘어가면서도 <실종느와르 M> 출연진의 존재 이유는 희미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후 거듭하면서 또 하나의 퍼즐처럼 드러나는 그들의 캐릭터가 <실종느와르 M>의 보는 재미를 추동한다.

형사물에서 현장 조사에 능숙한 그러면서도 단순한 '정의감'에 휩쓸리는 박휘순이 분한 오대영. 그의 맞은편에 FBI 출신의 능력치를 가졌지만 정작 사건 말미에서는 사건을 방조하거나 방치하는 듯한 태도로, 사회적 부도덕을 밝히는 실종 사건에 대한 시청자들의 혼란스러운 태도를 반영한 듯한 길수현 역의 김강우의 캐릭터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실종느와르 M>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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