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가운데 이후 정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완구 국무총리 사표 수리 및 후임 인선과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6일 오전 브라질 상파울루를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는 전용기에 탑승했다. 대통령 전용기는 하루 동안 비행을 한 끝에 27일 서울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직후 현안 보고를 받고 순방성과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 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문제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표 수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완구 총리의 거취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완구 총리의 사퇴는 27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완구 총리가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는 정황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점차 뚜렷해지자 이완구 총리는 지난 20일 밤 사의를 표명했다.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발언해 사실상 사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에 귀국 직후 이완구 총리 사퇴와 후임 인선 등에 대한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이완구 총리는 사표가 수리되면 국회의원 신분으로 복귀한 뒤 검찰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한 호텔에서 열린 K팝과 함께하는 한·브라질 패션쇼에서 샤이니와 에프엑스 등 출연진을 격려한 뒤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후임 총리 인선이 4·29 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국민 여론을 일단 확인한 후에 이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소 한 달 이상 국무총리 업무를 대행하는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후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국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등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해 비상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에 대한 입장 표명에 기대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 문제에 대한 사과나 유감의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자신의 대선자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로 취급하기 보다는 정치권과 재계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관행을 일소하고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한 바 있어 이후 상황이 ‘특검 정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떠나기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특검 도입 요구도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 도입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면 이후에는 특검의 범위와 추천 방식 등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도 예측된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해 특검 도입에 대한 논란 보다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현안 해결에 집중해줄 것을 정치권에 요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다음날인 2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다는 계획인데, 이 자리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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