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가 웹툰을 서비스한지 십년이 훌쩍 지났다. 가장 큰 플랫폼인 네이버는 2004년 6월23일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누적조회수는 300억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2014년 6월1일 기준 292억4305만4984건).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 이용자는 하루 평균 620만명이고 도전만화 활동 작가 수도 14만명 가까이 된다. 네이버에 걸린 웹툰은 142권의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고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으로 제작된 작품도 37개, 게임이 된 작품도 10개나 된다.

포털의 무료웹툰이 출판만화 시장의 몰락(?)을 앞당기긴 했지만, 작가층과 독자층을 동시에 넓힌 것만은 분명하다. 네이버의 경우, 모바일웹과 애플리케이션에 웹툰을 뉴스, 연예, 스포츠에 이어 네 번째에 자리를 배치할 정도다. 웹툰은 이미 포털의 킬러 콘텐츠가 됐고 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네이버 웹툰 10년사’에는 월 7800만원을 벌어들이는 작가 이야기도 실린 적이 있다. 네이버에 <와라! 편의점>을 연재한 지강민 작가의 경우, 누적 조회수 9억건(회당 평균 200만건)을 기록했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수입을 올렸다.

포털의 경우, 작가마다 다른 계약조건을 제시하지만 대부분은 3개월 단위로 원고료 협상을 하며 계약을 갱신한다. 연재료는 월 단위로 정산한다. <미디어스>가 확인한 작가-네이버 간 계약서에 있는 연재료 항목에는 횟수나 분량에 관계없는 ‘월급여’ 형태로 돼 있다. 지난 9일 만난 한 웹툰작가는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월 4회를 그리든 5회를 그리든 월급은 똑같다”며 “웹툰 작가 대부분은 포털의 3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 신세”라고 말했다. 포털의 웹툰의 경우, 일주일에 한 편이 일반적인데 사실상 월급제인 셈이다.

이 작가는 “3개월이 지나 포털이 금액을 깎더라도 거부할 수 없다”며 “한국의 경우 포털이 웹과 앱을 모두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포털을 통하지 않고서는 작품을 알릴 곳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작가는 포털이 원하는 대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 독자와 작가 모두 작품을 완결하길 원하기 때문에 포털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중간급 이하로 평가한 작가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100만~200만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작가의 증언도 비슷했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안내데스크 아래 있는 그림 (사진=미디어스)

문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가 ‘웹툰 연재 표준계약서’를 만들면서 월급-3개월 계약갱신 같은 업계 관행을 여과 없이 반영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가 지난 2일 공개하고 23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원장 오재록)에서 발표한 표준계약서 제9조 ‘연재료, 후기 등 제작료 및 PPL 수익 배분 등’ 항목은 “서비스업자는 저작자에게 매달 ○○일까지 _원을 연재료로 저작자의 지정 계좌에 지급한다”고 돼 있다. 다른 계약방식도 가능하다는 각주를 달아놨지만, 표준계약서에는 분량(쪽수) 기준은 없다.

표준계약서 작성 과정에 참여한 김필성 변호사는 23일 발표회에서 “포털의 관행과 계약형태로 알고 있고, 이 같은 계약방식이 다른 업계의 계약 형태에 비해 만화가에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포털에서 일관되게 사용하는 관행을 바꾸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지 못했다. 표준계약서는 (포털이 아니라) 군소 웹툰업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성 변호사는 웹툰 연재 표준계약서는 “불공정 계약을 막자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이라며 작가들의 의견과 업계의 관행을 모두 고려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월 급여와 회당 연재료. 둘 중 어떤 방식이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지 의견은 제각각이다. <미디어스>가 만난 웹툰작가는 “출판만화가 중심인 일본에서 작가는 ‘연재료’가 주수입원이고 전자화 인세, 부가판권 같은 부수입까지 있지만 한국의 웹툰작가 대부분은 포털이 주는 월급만으로 생활하는데 백만원, 이백만원 수준의 연재료는 장비와 사무실 임차비용을 내면 남는 게 없고, 이마저도 포털 요구로 줄어들 수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회당 원고료를 기준으로, 2차 판권 판매가 실질적으로 가능하게끔 표준계약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출판만화 시절과 비교해 작가들 처우가 나아졌다는 평가도 많다. ‘입봉’을 위해 한 출판사에 몇 년을 묶이면서 천만원 이하를 받던 노예계약을 감수한 시절에 비해 업계가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강민 작가는 “네이버에서 3개월마다 원고료를 제시하는데 (원고료가 떨어지더라도) ‘싫어요’라고 말하는 작가는 없다”면서도 “네이버는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것 외 저작권은 모두 작가에게 일임하고 있고, 작가가 부담할 수 있는 세금을 부담하는 점은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가 시작한 ‘작가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작가의 선택권은 넓어졌다”고도 말했다.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씨는 2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포털의 계약 관행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웹툰이 십여 년 동안 커오면서 계약 방식과 내용 또한 합리성을 담보하며 발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에 나온 표준계약서는 작가와 포털 사이에서 보편적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저고료’ 같은 이슈에 대응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슈를 담을 수 있는 표준계약서가 업계 차원에서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 있게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화연구가 이기진씨는 “출판만화의 경우 한 페이지를 노동의 결과물로 간주하고 가격을 책정하는데 웹툰은 디지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위와 기준을 정하는 데 헤매고 있다”며 “(웹툰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금 자리를 잡고 있는 과도기라서 이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은 만화가의 창작을 노동으로 보는 관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성 변호사는 “만화가들이 월 급여 방식과 연재료 수준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합의하고 연대해서 포털과 담판을 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웹툰 10주년 기념 인포그래픽 (자료=네이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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