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파 방송사 광고를 광고 형태별로 규제하지 않고, 시간 총량으로만 규제하는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논란 끝에 방통위를 통과했다. 간접·가상광고와 협찬 고지에 대한 규제 역시 대폭 완화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을 비롯해 가상·간접광고 확대, 협찬고지 규제 대폭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방통위는 향후 병원과 전문의약품 등 방송광고 금지품목에 대한 규제 또한 완화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방통위는 이날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오락·스포츠보도의 가상광고 허용 △간접광고 허용시간 확대 △협찬고지 금지 완화 및 종류 확대 등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보고된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이 몇 가지만 수정된 채 그대로 통과됐다.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와 국무회의를 거쳐 공표 후 2개월 뒤 시행된다. 이르면 7~8월이다.

지상파 특혜 망라, 대폭적인 광고규제완화 내용은?

방통위는 사업자간 이견이 컸던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1973년 이후 지상파 광고는 종류별로 규제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시간 총량만 규제를 받게 된다.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편성 자율권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은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평균 100분의 15이내, 최대 100분의18까지 자유롭게 광고 편성을 할 수 있다. 다만, 방통위는 유료방송과의 차별은 유지하기로 했다. 유료방송은 평균 100분의 17이내, 최대 100분의 20까지이다. 지상파 광고 총량제에서 라디오는 제외된다.

가상·간접광고, 협찬고지 또한 대폭 완화된다. 현재 가상광고는 운동경기 중계 프로그램에만 허용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오락과 스포츠보도에도 허용된다. 또한 기존에는 운동경기 프로그램에서 선수와 심판, 관중 위에 가상광고를 노출하는 것은 금지돼 왔으나 앞으로는 “경기흐름 및 시청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 허용된다. 방통위는 애초 ‘교양 프로그램’으로까지 가상광고를 확대하겠다고 입법예고했으나, 시청자들이 광고와 정보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의결 과정에서 ‘교양 프로그램’은 빠졌다. 일부에서는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불법 광고 영업을 했던 ‘MBN 영업일지 파문’의 효과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이와 같은 화면을 이제 스포츠 보도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접광고 규제도 완화된다. 다만, 입법예고안과 달리 구체적인 허용방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으로 위임했다. 방통심의위가 간접광고 심의는 ‘내용심의’인 만큼 규칙으로 정해야한다는 의견이 밝힌 것을 수용한 결과다.

‘협찬고지’ 관련 내용은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현행 “방송광고가 금지된 상품이나 용역을 제조·판매 또는 제공하는 공공기관은 공익성 캠페인 협찬을 할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이제 “공익행사를 협찬하는 경우에도 협찬고지를 할 수 있다”로 수정, 확대됐다.

"병원광고, 왜 방송에서만 안 되냐?"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도 곧 논의될 듯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외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개정 필요성에 대한 강조가 이어졌다. 방송광고 규제완화가 “오랜 기간 방송사업자와 논의해 온 결과”라며 “확대되는 재원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한미FTA 발효와 한중FTA 체결 등이 국내 방송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KBS수신료 인상 등 추가적인 조치들에 대한 요청도 제기됐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광고제도 개선으로 방송사에 추가로 확보되는 재원은 당연히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방송사들이 국민들에게 입장표명을 통해 약속해줬으면 좋겠다. 방통위는 해당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감독하고 방송평가 등을 통해 재허가·재승인 과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병원광고’를 지목하며 “인터넷이나 모바일, 지하철 옥외광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며 “방송에서 풀어야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관련 부처 또한 이 같은 의견에 공감대를 가진 것으로 안다. 조속한 시간에 개선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인터넷과 모바일에서의 광고는 하나의 제도도 없이 방치돼 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 부분 또한 관련부처와 협의해 균형 있는 규제가 될 수 있도록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허원제 부위원장은 <방송법 개정안> 시행령과 관련해 “지금은 콘텐츠 경쟁, 전쟁시대”라며 “우리의 주요 한류 재원이라고 할 수 있는 우수인력들이 해외로 스카우트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FTA 등을 통해 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의 거대 자본이 들어왔을 때 그들과 콘텐츠 경쟁을 해나갈 수 있을지 그 주역을 누가 맡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허 위원장은 아울러 KBS수신료 인상과 유료방송의 저가경쟁 문제 등도 함께 해결애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방송법 개정안> 시행령의 후속조치로 “광고총량제 도입을 포함해 제도개선이 시행됐을 때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는 효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방송광고 시장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KBS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동의한다면서도 아쉬움들 밝혔다. 고 상임위원은 “2기 때부터 오랜 기간 논의했던 안건으로 동의하지만, 방송의 존재에는 공적책무가 있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며 방통위 논의가 “재원확보에만 매몰돼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지상파와 종편, 유료방송, 신문사, 인터넷매체들이 결국은 상대의 이익을 빼앗아야만 살 수 있는 제로섬이 됐다”면서 “이번 의결이 다시 한 번 갈등을 증폭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의결한 효과가 나기 위해서는 법제처와 국무회의 의결과정이 빨리 마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직후 한국방송협회는 곧바로 “지상파방송 광고에 대한 수십 년간의 불합리한 규제에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의결에 환영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방송협회는 “하지만 현재의 방송광고 제도 및 개정 내용이 적절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면서 ‘중간광고 허용’과 ‘신유형 광고 개발’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방송광고 규제완화에 대해 신문협회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시민단체들 역시 광고 총량제 도입은 수용하더라도 간접·가상·협찬광고 고지 완화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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