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진행된 지난 18일, 경찰은 유가족을 포함해 100여명을 연행하고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연행된 시민 가운데 42여명의 핸드폰을 ‘강제’ 압수 수색, 통화 목록과 문자 뿐 아니라 추모행사 참여와 관련 없는 사진, 페이스북 등이 샅샅이 뒤졌다. 이에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24일 오후1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세월호 추모를 훔쳐보지 말라”며 세월호 추모집회 연행자 휴대전화 마구잡이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들도 본 적 없는 핸드폰을 왜 국가가 함부로 보느냐”

▲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24일 오후1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세월호 추모를 훔쳐보지 말라”며 세월호 추모집회 연행자 휴대전화 마구잡이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미디어스

세월호 집회 당일 연행된 뒤 ‘서초서’에 입감됐던 홍승희 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여했는데 차벽에 봉쇄된 채 최루액을 맞고 있던 분이 앞에 있어서 도와주려고 갔다가 얼떨결에 연행됐다”며 “48시간 경찰에 있었는데 이튿날 점심 감자기 핸드폰을 압수수색하겠다고 영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영장내용을 천천히 읽어보고 있었는데 경찰은 ‘영장은 그냥 제시하는 것일 뿐’이라며 뺏어가버렸다. 그러면서 제 손에 있던 휴대폰을 무리하게 가져가려고 해 반항하는 과정에서 손목이 다쳤다. 실랑이가 오가는 도중 실신해까지 했다. 제가 읽었던 영장 내용중에는 ‘이 사건 집회에 나온 것이 조직적으로 누군가의 지식에 의한 것’이라고 돼 있었다.…(중략)…그리고 압수수색된 핸드폰으로 범죄관련 정보만 보겠다고 했는데 경찰은 사진과 텔레그램, 카톡, 페이스북 다 본다고 했다.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도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것 아닌가. 제 사생활은 다 털렸다. 국가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부모님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핸드폰을 경찰이 왜 함부로 보느냐. 끝까지 대응해 사과를 받을 것이다”_홍승희 씨

기자회견에는 이 밖에도 3명의 핸드폰 압수수색 피해자들이 함께 했다. 강동서에 입감됐던 임한욱 신부는 “패턴을 풀라고 강요당했다”며 “문자와 통화기록 등을 자기 휴대전화로 임의로 촬영까지 했다. 그 후, 30~40분 후 봉인된 채 유치장으로 가져왔는데 그 사이 제 휴대폰의 어느 범위까지 봤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중구서로 연행됐던 최하나 씨 또한 “변호사 접견 시간에 ‘핸드폰을 전원 압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강제 압수수색됐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영장도 제시하지 않았고, 변호사가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됐다가 다시 돌려받았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그는 “48시간이 지나고 석방될 때 경찰은 영장을 가져와 핸드폰의 패턴을 풀라고 요구했고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카톡이랑 사진 등 집회와 전혀 상관없는 사적인 내용들을 살펴봐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례장니 고근형 씨는 “48시간 다 채우고 유치장 문에서 나온 후 보여준 게 (핸드폰)압수수색 영장이었다”며 “그냥 ‘이렇게 들고’ 영장은 원래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라고만 했다. 공권력이 뭐길래 핸드폰을 빼앗아 보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진보넷 장여경 활동가, “일반시민 53.2%가 압수수색 당해” 조직적 지시 의혹

기자회견 사회를 본 진보넷 장여경 활동가는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은 분들”이라며 “집회에 참여한 게 핸드폰을 압수수색할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범죄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장 활동가는 또한 “설사 압수수색을 한다고 할지라도 페이스북이나 저장돼 있던 사진 전부를 제출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공권력 집행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24일 오후1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세월호 추모를 훔쳐보지 말라”며 세월호 추모집회 연행자 휴대전화 마구잡이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미디어스

장여경 활동가는 “특히, 최하나 씨에 따르면 핸드폰에 대한 전원 압수수색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서로 다른 경찰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차원에서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족 제외하고 연행된 시민들은 79명으로 그 중 자신의 휴대전화가 압수됐다고 신고한 사람이 42명으로 53.2%”라며 “물론, 이 부분은 드러난 부분만 그런 것이다. 조직적 지시에 대해 경찰청이 해명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훈민 변호사는 “(집회) 해산명령불응죄, 일반교통방해죄 두 가지 혐의로 핸드폰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물으며, “다른 변호사분들 또한 다들 황당해하고 있다. 경찰력 낭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신비밀’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영장에 기재돼 있지 않은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요구하거나 자동접속되는 페이스북 등 SNS 내용을 모두 살펴봤다는 점에서 불법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휴대전화 압수수색 피해 시민들과 함께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한 법률 의견서를 정리해 경찰과 검찰에 정식으로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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