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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집회에서 '물대포' 맞은 기자, 박살 난 카메라[기고] 바보들아, 문제는 '태극기 훼손'이 아냐
김용욱 / 참세상 기자 | 승인 2015.04.21 09:22

지난 토요일(18일) 물대포에 직격으로 맞았다. 눈 안에서 피가 났고, 카메라는 차가 깔고 지나간 듯 부숴 졌다. 당시 내 옆에 있던 <미디어충청> 정운 기자도 물대포에 맞고 굴렀다는데 내가 당한 그 물대포에 당한 듯하다.

2008년 촛불 때도 물대포에 많이 당해봐서 조심한다고 했고, 충분히 피했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당기는 시위대 바로 위에서 물포를 쏘자 버스 아래 옆으로 바짝 피했고, 처음 물포 공격이 잦아들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바로 경찰 진입 움직임이 있었다. 그 장면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 다시 기자들이 있던 곳을 향해 물포가 직격으로 날아왔다. 아마 머리 위 3미터 정도 위치였던 듯 하다. 

   
▲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에 참석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는 장면(사진=참세상)
   
▲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에 참석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는 장면(사진=참세상)
처음엔 정확히 카메라에 맞았던 것 같다. 그때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 물포에 맞는 순간 분명히 더 카메라를 꽉 쥐었던 것 같은 느낌이 생생하다. 그런데 너무 강력했다. 결국 물포에 카메라는 가뭇없이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물포 줄기는 내 오른쪽 눈을 때렸다. 순간 몸을 돌렸고 내 등과 머리를 찍어댔다. 물포 공격이 끝나고 바로 경력이 치고 들어왔다. 이미 안경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카메라 찾을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경찰이 난입해 아수라장이 된 도로 위에서 나는 경찰들을 밀어내며 카메라 밟지 말라고 소리쳤던 것 같다. 경찰이 난입하던 그 장면은 슬로우 모션이었다. 경찰이 빠지고 나서 나는 계속 카메라를 찾아 다녔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원래 시력이 나쁜데다 안경도 사라지고, 오른 눈이 거의 형체가 안보였다. 하얗게만 보였다. 그래도 카메라가 너무 걱정이었다.

주변 시민들에게 카메라 보셨냐고 묻고 다녔다. 밤이라 더 안 보였다. 어느 시민이 바디를 찾아 주셨다. 짐작대로 바디에 렌즈는 달려 있지 않았다. 처음엔 눈이 잘 안 보여서 렌즈만 부러졌나 보다 했다. 2005년 포항 건설노조 파업 때 경찰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카메라 렌즈를 진압봉으로 내려친 적이 있는데 그때 렌즈 중간이 부러져 본적이 있었다. 바디 마운트가 찢어지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렌즈 마운트 바로 아래 부분이 먼저 깨지게 돼 있다.(캐논 16-35) 촛불 때도 그렇게 깨져봐서 아는데 안에 렌즈가 깨지지 않고 그 부분만 깨지면 수리비가 크게는 안 나온다. 바디가 많이 손상 된 것 같았는데 잘 안 보여서 나머진 괜찮겠거니 했다. 일단 바디 전원을 끄고 밧데리를 뺐다. 그리고 메모리카드가 남아 있는 지 봤다. 다행히 멀쩡하게 있었다.

“그래 이제 렌즈만 찾으면 돼” 하고 또 시민들에게 렌즈를 수소문 하고 다녔다. 한참을 수소문 하다 보니 어떤 분이 “이거 아닌가요?” 하고 또 찾아주셨다. 그 난리 통에서도... “그래 찾아지는 구나. 역시 시민의 힘은...”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렌즈는 부러져 있었고 안엔 물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래 찾은 게 어디냐.

이젠 안경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계속 오른 쪽 눈과 왼쪽 눈의 차이가 심했다. 왼쪽 눈을 감고 오른 쪽 눈만 뜨고 봤더니 거의 하얗게만 보였다. 눈도 너무 아팠다. 안경을 찾아 헤맸다. 어떤 분은 다른 안경을 가져와 맞냐고도 하셨다. 아니었다. 안경이 멀쩡할 거란 기대는 크게 안 했지만 워낙 눈이 안 보여서 일단 부서진 거라도 껴야 할 것 같았다. 눈이 매우 안 좋은 사람은 안경이 없음 불안하다. 한 아저씨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찾아 오셨다. 다행히 안 밟혔는지 알은 안 깨졌고, 안경 다리가 많이 삐뚤어지고 휘어 있었다. 대충 펴서 안경을 꼈는데도 여전히 오른쪽 눈은 뿌옇게 보였다.

약간 불안해졌다. 눈이 너무 아픈데다 뿌연 게 형체도 거의 안 보였다. 왼쪽 눈을 가려보고 그러고 있는 것을 어떤 분이 본 것 같다. 눈에 맞았냐고 하면서 생수를 오른 눈에 뿌려주셨다. 눈이 뿌옇게 안 보인다고 했더니 그분도 아까 정통으로 물대포를 눈에 맞아 10분 정도 뿌옇다가 지금 괜찮다고 조금 기다라 보라고 하셨다. 정말 마음의 위안이 됐다.

   
▲ 18일 물대포에 맞아 고장난 카메라(사진=김용욱 페북)
그러고 나서 바디 상태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냥 렌즈만 부러진 게 아니라 곳곳이 작살나 있었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눈도 안 보여서 일단 마감을 하러 갔다.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간신히 사진 셀렉을 하고 한 시간여 만에 졸속으로 마감을 끝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형체가 보이긴 했다. 다만 처음에 불투명도 95%정도 가우시안 블러 상태로 보였다면 그때는 65% 가우시안 블러였다. “아까 아저씨 말대로 눈이 돌아오나 보다” 했다. 안심이 됐다. 눈앞에 사물이 심한 뽀사시로 보였다. 편집장이랑 기자들이 응급실에 가보라고 했지만, 물을 너무 많이 맞아서 신발과 속옷까지 다 젖어 너무 추운데다,(원래 추위 잘 안타는데...) 지금 응급실 가봐야 안과 전문의도 없을 것 같고 식염수나 대충 뿌려주겠지 하고 그냥 집으로 왔다. 귀차니즘도 컸지만 아저씨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하는 위안도 크게 작용했다. 다행히 집에 전에 썼던 식염수가 있어 일단 눈에 뿌렸다.

카메라를 빼서 선풍기에 일단 돌려놓고 대충 카메라 파손상태만 보고 아픔 마음을 다독이며 잘 준비를 했다. 눈은 45%블러 상태까지 온 듯했다. “그래 자고 나면 다 나아 있겠지. 뭐 별일 있겠어. 아저씨가 해 준 말을 믿자” 하고 잤다. 희망을 가졌다.

아침 5시 반 쯤 눈을 떴다. 안경을 안 쓴 채 대충 창밖을 보니 뽀사시는 없어진 듯했다. 그래 나았구나. 하고 안경을 썼더니 밤 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블러 상태도 거의 그대로고 밝은 부분도 다 뽀사시 하게 보였다. 그때부터 솔직히 겁이 덜컥 났다. 밤에는 카메라 걱정이 더 커서 병원이고 뭐고 큰 걱정을 안했다. 가난한 것들이 다 그렇다. 근데 아침이 돼서도 눈이 큰 차도가 없는데다 땡글땡글 아프기까지 하니 걱정이 밀려온 거다. “일단 더 자보자. 드라마 같은데서 눈 수술하고 붕대 풀면 환하게 보이듯이 많이 자면 나아질지도 모르지” 하고 더 잤다. 아침 9시에 인나 봤더니 블러는 조금 나아졌는데 빛이 있는 곳 뽀샤시는 여전히 심했다. 결국 근처 큰 병원에라도 가보자하고 전활 했더니 안과 응급실은 없단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보통 눈을 다치면 영등포에 있는 한 안과가 응급실을 연다고 했다. 그 안과는 일요일도 12시 전까지 오면 외래로 해준단다. 그렇게 병원에 갔다.

당직 의사(전공의) 선생님 말로는 물대포를 맞고 눈동자 안에서 출혈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엔 이 정도 였으면 바로 입원시켜서 안정시켰을 정도로 큰 사고였단다. 일단 시력은 이상이 없는데 약과 결막 출혈에 쓰는 안약 처방 받고 평일 다른 의사 샘에게 진료받고 녹내장 검사도 받아봐야 할 것 같단다. 그리고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단다.

집에 오는 데 걸으면 눈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한 숨 자고 났더니 온몸이 쑤신다. 오른 쪽 눈 옆 뼈도 멍들었다. 대충 블러는 10% 정도 남아 있는 듯 했고, 뽀사시도 거의 없어지는 듯 했다. 그제서야 카메라를 다시 찬찬히 다시 살펴봤다. 헉. 카메라 뒷면을 보다 문득 현장에서 한 사진가가, 깨진 바디보고 CCD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눈 상태가 좋아져서 자세히 보니 후면 액정 자체가 완전히 박살나고 없었다. 남은 액정도 튀어나와 금이 가 있었다. 바디 아랫 부분도 완전히 불룩 튀어나왔고 카메라 내장이 다 튀어나올 기세였다. 렌즈는 밤새 말려서 습기는 다 빠졌지만 줌링과 포커스링 자체가 아예 안 돌아갔다.

월요일 아침에 녹내장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새 의사 샘이 피가 나서 '그때 눈이 많이 나서 눈이 부었을 텐데' 묻는다. 그리고 아직 눈이 많이 부어 있고, 운동 같은 걸 하면 다시 피가 날 수 있다고 1주일 정도 붓기가 가라앉을 때 까지 기다리고 녹내장 검사 여부를 보자고 했다. 시신경이 약해져 보이는데 그게 물대포 때문인지 다른 요인인지는 붓기가 가라 앉아보고 판단해보자고 했다. 눈은 아직도 부어 있어서 땡글땡글 아프고 두통도 간간히 온다. 뽀사시 효과도 형광등이나 밝은 곳을 보면 조금 남아 있다. 1주일 정도는 계속 그럴 수 있단다.

그리고 오후에 남대문 카메라 가게에 바디를 맡기러 갔더니 차가 카메라 위로 지나갔느냐면서 고치는 것보다 중고 상태 좋은 거 사는 게 더 나을 거란 답을 들었다. 렌즈는 고쳐 보겠다고 하셨다. 물론 열어봐야 하지만 사장님이 워낙 잘 고치시니... 바디는 정식 캐논 센터에 가서 일단 견적을 내달라고 했다. 이게 지난 3일간 물대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후배 기자는 나에게 선배가 늙고 얼굴이 커서 맞은 거라고 했다.

물대포를 사람에게 직격으로 발사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눈이나 귀에 잘못 맞으면 실명이나 이명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어케 보면 운이 좋았다고 해야 위안이 될라나. 하지만 생각할수록 분하고 열 받는다.

   
▲ 김용욱 기자가 18일 물대포에 맞기 전 찍은 사진(사진=김용욱 페북)
   
▲ 김용욱 기자가 18일 물대포에 맞기 전 찍은 사진(사진=김용욱 페북)

※그날 눈이 잘 안보여서 찍고도 기사에 넣지 못한 사진 중 하나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은 내 메모리 카드에 남아 있던 맨 마지막 사진이다. 왼쪽 검은 기둥 같은 건 셔터를 누르자 마자 물대포에 맞고 떨어진 충격으로 메모리 카드에 저장이 되다 말아서 저렇게 된  것이다.(ㅠㅠ) 6년 넘게 노동, 정치, 투쟁 현장을 같이 다녔던 녀석의 마지막 기록이다.

김용욱 / 참세상 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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