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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야권 엮기 포기하고 우병우 민정수석 겨냥하는 조중동?'참여정부 책임론'에서 손 떼며, '사정기획 책임론' 부각
김민하 기자 | 승인 2015.04.20 11:54

여권 핵심 실세들의 이름이 들어있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보수언론의 대응은 애초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을 끼워맞춰보자는 것이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경유착을 통해 방만하게 기업을 운영해왔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로비가 통하지 않자 마지막 선택을 했고,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성완종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게 이들이 그리던 시나리오의 핵심 줄거리였다. 당연히 그간 성완종 전 회장의 로비가 통해온 이전 정권들에 대한 수사 역시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이 주로 내세운 논리였고 그간 보수언론의 지면은 이런 전제를 기정사실화 한 상태에서 구성됐다.

   
▲ 동아일보 20일자 4면.

그러나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보수언론의 지면 구성은 확연히 달라졌다. 성완종 전 회장의 로비가 여야 정치인 모두를 대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프레임을 사건 초기부터 밀어붙였던 <동아일보>는 20일 오히려 ‘기획사정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이날 4면 기사에서 지난달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패척결을 공언했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를 두고 이완구 총리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에 대해 청와대 민정라인 책임론을 제기했다. 세간에 성완종 전 회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밀었고 ‘충청권 맹주’인 이완구 총리가 이를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으나 오히려 이완구 총리는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려 전면에 나섰을 뿐 애초 수사 기획 자체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공기업 사정 당시 2008년 대검 중수부가 나서서 성공불융자 제도에 대해 검토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공불융자를 받았던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봐도 융자 규모가 최하위권이었던 경남기업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성 회장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우병우 대통령 민정수석은 검찰 시각에서 봤을 때는 훌륭한 인물일 수 있지만 민정수석이 된 이후로도 검찰 시각에서만 수사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등 여권 관계자의 주장을 인용하며 여권 내에서 현 사태에 대한 우병우 민정수석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이재명 기자 명의의 ‘달콤쌉싸래한 정치’ 코너에서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사랑을 독차지한 우병우 민정수석이 총괄하는 사정의 칼날에 정작 김 전 실장이 베인 건 극적 반전의 하이라이트”라고 비꼬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그간 스탠스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글의 내용은 거의 자학적 정신붕괴(?)의 수준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동아일보 20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성완종 리스트’에 의해 사실상 직을 내놓을 위기에 처한 이완구 총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완구 총리가 잦은 말바꾸기로 신뢰를 상실했고 이후에도 성완종 전 회장과의 독대를 폭로한 운전기사에 대한 협박 또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동아일보>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벌이는 중인데 이 총리 측이 결정적인 목격자 중 한 명인 윤 씨와 접촉에 나서는 건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수사대상자가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것은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이 총리가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다”고도 주장했는데 이는 대통령의 귀국 이후 이완구 총리의 거취가 정리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난 주 야당 의원이 포함된 경남기업의 로비 장부 존재를 언급하며 참여정부 책임론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조선일보> 역시 이날은 풀이 죽어있는 모양새였다. <조선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완구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전망과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힘을 받게 돼 친박계 인사들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기사 등을 배치한 것 외에 사설에서는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계획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 조선일보 20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야당이 해임결의안을 제출해도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처리될 수 없고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해임 결정은 대통령이 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할 때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런데도 야당이 해임안을 내겠다고 나선 것은 29일 4곳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선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총리 거취 문제가 여론의 주요 관심사로 남아있을수록 판세가 야당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일보>는 “현직 총리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새누리당조차 박 대통령 귀국 후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야당은 어차피 물러날 수밖에 없는 총리를 상대로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는 강경책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입장은 야당에 대한 ‘신경질’로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17일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을 전하며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K, C의원 등을 포함 야당 의원 7~8명의 이름이 기재된 ‘로비 장부’가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강한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는 검찰의 치고빠지기식 언론 플레이가 또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법적조치’까지 언급했다. 해당 기사의 C의원으로 지목된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은 ‘물타기’, ‘소설’ 등의 단어까지 동원하며 <조선일보>를 강력 비난했다. 야당의 반발로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갈 뻔했던 <조선일보>의 야심찬 보도는 검찰이 이날 해당 장부의 존재를 공식 부인하고 나서면서 흐지부지됐다.

   
▲ 조선일보 20일자 5면 기사.

<조선일보>는 20일 5면에 검찰이 성완종 전 회장이 관가를 대상으로 로비를 한 정황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특별수사팀이 여야 정치인 14명의 이름이 담긴 ‘로비 장부’에 이어 관계(官界) 로비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정치권에 이어 관계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는데, 이는 ‘로비 장부’ 관련 보도와 관련 자신들의 보도 내용을 철회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일보>는 또 이 기사에서 검찰이 겉으로 보기에는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사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지하에서 시작하는 수사’ 등의 비유를 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검찰이 이렇게 갖은 비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일단 시간 벌기로 보인다. 수사팀 입장에서는 자칫 정치권에 휘둘렸다가는 수사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앞서의 사례 등을 보면 검찰 수사가 정치권에 휘둘리도록 기도하는 것은 오히려 <조선일보> 자신이다.

   
▲ 중앙일보 20일자 3면 기사.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검찰의 이러한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 <중앙일보>는 20일 3면에 이완구 총리가 지난 3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시기 이를 지켜보면 김진태 검찰총장이 화를 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배치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이완구 총리의 당시 담화가 검찰과 사전 조율된 바 없고, 이 담화 때문에 검찰 수사가 사실상 공개수사가 돼버렸으며, 자원외교에 대한 수사방침이 이미 지난 2월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완구 총리의 담화에 의해 이명박 정부 등에 대한 ‘표적 수사’로 비춰지게 됐다는 등 검찰 관계자의 주장들을 전했다. 또, <중앙일보>는 “이 총리 담화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합작품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검찰의 수사 일정을 체크해 오던 민정수석실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상처를 입은 이 총리에게 반전카드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앞서의 <동아일보>와 유사한 지적을 내놨다. 노골적으로 짚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기획사정’ 국면에 대한 이완구 총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책임론을 제기한 셈이다.

   
▲ 중앙일보 20일자 사설.

앞서의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중앙일보> 역시 이번 사건으로 야당을 엮는 건 일단 포기한 듯한 모양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온갖 명단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돌이켜보면 대형 스캔들 수사 때마다 수많은 살생부가 관행적으로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검찰 수사에 혼선만 줬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조선일보>의 ‘로비 장부’ 관련 보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모양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수사팀은 확인되지 않은 리스트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선 8명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이완구 총리의 거취 문제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4·29 재보궐선거 판세 등을 고려해 박근혜 대통령 귀국 이전에도 이완구 총리가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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