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하나둘씩 고장이 나려나 봐!’라고 말하는 백일섭, 그 2년 동안의 백일섭의 변화는 무척 커 보였다. 한두 해 지날수록 남은 날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 건 비단 그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백일섭이 처음 <꽃보다 할배>에 등장해 보여준 모습은 나이가 찰 만큼 찼어도 카랑카랑한 모습이었다. 성에 안 차면 반찬도 내던지던 그의 모습은 무모해 보여도 작은 패기였다 봐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한편으로 어딘가 아파 귀찮아도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던 백일섭의 모습은 그리 오래전 기억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2년이 지나 자신이 생각해도 아픈 곳이 늘고, 스스로 힘겹다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 초반 백일섭은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소소하게 비친 바 있다. 기존 비협조적인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실제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을 시청자도 이해한다.
백일섭은 자신뿐 아니라 주위를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 이서진이 운전으로 뻔히 피곤할 것을 알기에 중간중간 수고를 치하하는 모습은 다정했다. 또 자신들은 편안히 즐기는데 고기를 구워 대령하는 이서진이 안쓰럽게 보이자 술 한잔 권하는 그의 모습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던 장면이다.
분명 나만 생각하는 백일섭은 아니었을 것이나, 일부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였을 이전 여행의 모습과 이번 여행 모습은 달라도 많이 다른 모습이다. 섭섭이 할배 백일섭의 변화는 짠한 느낌을 줬다. 시청자들은] 섭섭한 내색을 하고 화내도 그런 모습을 보이던 백일섭을 더 좋아할 것이다. 작아지고 아픈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마음이 아프다.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의 특별함은 비로소 완성된 가족의 형태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4인의 할배와 그를 보좌하는 이서진, 최지우는 아들 부부와 여행하는 모습을 표현해 준 방송이다. 효도여행 롤모델이 될 만한 그들의 모습은 화목한 가정의 대표 이미지가 될 만하다.
이서진과 최지우는 영락없는 부부 조합으로 웃음과 함께 설렘을 준다. 마치 초딩의 순수한 소꿉놀이 사랑과도 같은 어설픈 연애인 듯 연애 아닌 연애 같은 그런 러브러브한 모습은 시청자에게 설렘주의보를 한껏 안겨 주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