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닷길이 그대로 하늘길이 되버린 꼭 1년 전 오늘. 우리는 채 피지도 못한 300여명의 어린 생명들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무고한 어린 생명들을 떠나보내고 우리는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꼭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그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다짐한 1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전과 세월호 후,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차분히 돌아봤으면 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먼저 슬픔속에서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추모식 소식부터 살펴봅니다”_KBS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오늘,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안산 합동분향소에선 유족들 반발로 예정됐던 추모식이 취소됐습니다”_MBC

“여러분 오늘(16일) 하루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오늘 8시 뉴스는 대한민국을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오늘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고 지금 이 시각에도 서울광장에서 범국민 추모 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광장 연결해보겠습니다”_SBS

지상파3사 메인 뉴스의 오프닝 멘트는 위와 같았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모처럼 지상파 뉴스에서 세월호 관련 리포트들로 가득찼다. KBS <뉴스9>는 스튜디오 전체를 세월호 추모공간으로 꾸몄고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광장을 생중계로 연결했다. SBS <8뉴스>는 첫 번째 리포트에서 서울광장의 추모제부터 비췄다. 세월호 참사 관련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던 MBC <뉴스데스크> 또한 ‘추모물결’ 관련 보도를 톱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 띄우기 보도는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법시행령 폐지’, ‘인양’ 촉구 목소리는 뒤로 밀렸다.

KBS에 없는 유가족들이 팽목항 분향소 폐쇄하고 떠난 이유

지상파 3사 중 세월호 1주기 특집방송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 곳은 KBS였다. KBS는 뉴스 시작과 함께 <세월호 1주기,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부터 띄웠다. 그리고 <세월호 1주기 추모식…눈물 젖은 팽목항>이라는 제목의 톱을 포함해 15개 리포트룰 세월호 관련 소식으로 채웠다. KBS는 특히 ‘추모행렬’에 주목했다.

▲ 4월 16일 KBS '뉴스9' 스튜디오
하지만 KBS는 <박 대통령 “빠른 시일 내 인양…배상·보상 최선”> 리포트를 두 번째로 배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 KBS는 “박 대통령은 오늘 유족들을 직접 위로할 예정이었지만 분향소를 폐쇄하고 팽목항을 떠나면서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고 현장에서 일부 항의도 있었다”고만 전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왜 분향소를 폐쇄하면서까지 자리를 떠났는지, 현장에서 ‘일부 항의’의 내용은 무엇인지는 해당 리포트를 통해 확인할 수 없었다.

KBS는 <‘불신·갈등’ 등 돌린 정부·유족…합동 추모식 취소> 리포트(14번째)에서 “참사 1주기인 오늘마저도 정부와 유족 측의 갈등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며 “유족들의 거부로 대통령과 총리, 여당 대표단은 조문을 하지 못 했고, 안산에서의 합동 추모식도 취소됐다”고 전했다. ‘불신과 갈등이 드러난 하루였다’는 것이 KBS 보도의 핵심이었으나, 갈등의 상황만 나열됐을 뿐 책임주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진도 팽목항을 박근혜 대통령이 찾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났습니다…(중략)…희생자 가족들이 모인 곳은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오전에 찾은 국무총리(이완구)는 분향소에 들도 못하고 30여 분. 여당 대표(김무성)단은 분향소에서 10여 분. 조문을 거부하는 유족과 대치하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합동추모식은 결국 취소됐습니다.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즉각적인 선체 인양을 요구했던 4.16 가족협의회가 정부의 확답이 없다며 참석을 거부한 겁니다. 추모식이 취소되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떠난 자리에는 정부 인사와 정치인들의 이름표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항의사실 조차 전달하지 않은 MBC

MBC <뉴스데스크> 역시 오랜만에 세월호 ‘추모’ 관련 <세월호 참사 1주기, 전국 추모 물결…합동추모식 취소> 리포트를 톱으로 배치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는 이를 포함해 총 7개의 세월호 관련 리포트가 등장했다. 그러나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생중계 연결은 하지 않았다. 이는 지상파 중 MBC가 유일했다.

다른 MBC 뉴스 프로그램들의 경우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상징인 노란리본을 진행자가 착용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MBC는 아침 <뉴스투데이> 진행자들은 노란리본을 착용하지 않아 SNS 등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 후, MBC <정오뉴스> 진행자는 노란리본을 달고 등장했다. 그런데, MBC 메인뉴스에서는 노란리본이 다시 사라졌다. 이에 앞서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가슴에 노란리본이 달려있지 않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 4월 16일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두 번째 리포트로 <팽목항 찾은 朴대통령 “세월호 인양 조속히 나서겠다”>를 배치했다. 뉴스는 “먼저 분향소를 찾아가 실종자 9명의 사진 속 얼굴을 일일이 바라봤고,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숙소도 살펴봤다”면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인 선체 인양을 약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 유병언家와 해경…책임자 처벌은?> 리포트 또한 KBS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승객들을 두고 제일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 다섯 달 동안의 재판 끝에 이 선장은 살인죄는 인정되지 않아 징역 3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나머지 선원 14명은 징역5년에서 30년까지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 일가는 유 씨가 숨진 채 발견돼 수사와 재판이 더딥니다. 검찰은 유 씨 일가와 측근 41명을 기소했지만 대부분 세월호 사고와 직접 관련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27명이 풀려났습니다. 장남 대균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차남 혁기씨는 해외 도피중이고, 프랑스에서 체포된 장녀 섬나 씨는 송환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찾아낸 유씨 일가 재산도 1천 3백억원가량으로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 5천5백억원의 4분의 1도 안됩니다. 구조에 실패한 해경은 현장에 출동했던 123정 정장만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감사원이 중징계를 요구한 해경과 공무원 30여 명도 대부분 감봉이나 견책으로 경감받았습니다”

MBC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갈등…표류하는 조사위> 리포트에서 “이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 사고 특별조사위원회는 아직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행령의 문제도 자세히 소개했다. MBC는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를 총괄할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고위공무원이 맡고, 90명의 인력으로 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유가족 측은 이 시행령이 조사 기능을 위축시킨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대신 특별조사위 안대로 공무원을 최소화하고, 주요 직책에 민간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BC는 “유가족 측은 또, 세월호를 즉각 인양해 선체 손상 부위를 확인함으로써, 침몰 원인을 다시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더 가려 관계자 처벌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형적인 이는 ‘뒷북’보도였다. 14일 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과 관련해 유가족들의 주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였다.

엉터리 구조 책임지고 기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SBS

SBS <8뉴스>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여하고 있는 <4·16 약속의 밤 범국민 추모행동 및 결의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을 생중계로 연결했다. SBS는 <세월호 참사 1주기…추모로 물든 대한민국> 톱을 포함해 총 9개의 세월호 관련 리포트를 배치했다.

SBS는 <박 대통령 "빠른 시일 내 세월호 인양"…유족 못 만나> 리포트를 세 번째로 배치하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찾은 곳은 참사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진도 팽목항이었다”며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조속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SBS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팽목항에 있던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분향소를 폐쇄하고 팽목항을 떠났다”며 “팽목항에 남아 있던 일부 시민들은 세월호 즉각 인양과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 4월 16일 SBS '8뉴스'
SBS는 <한 해 90명 안전사고 사망…여전히 ‘불안사회’> 리포트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는 길은 무엇보다 안전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일 겁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안전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며 “하지만,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SBS는 “지하철 전동차가 추돌하는가 하면, 행사 도중 환풍구가 무너져 내렸고, 다리 위에서 106대의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각종 안전사고로 숨진 사람이 90명이고, 800여 명이 다쳤습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리포트를 전한 기자 또한 “안전 후진국의 민낯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에서 안전이 최우선이란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인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SBS는 <한국인 ‘세월호 트라우마’ 심각…치유하려면> 리포트에서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 가족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며 “지난 2월 안산 시민 1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무려 9명 이상이 분노와 무력감, 불안과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SBS는 또 <특조위 1년째 표류…첫발도 못 뗀 진상규명> 리포트를 통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자고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기구입니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 174일, 감사원 감사 150일, 국회 국정조사 90일,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침몰 원인은 무리한 증축과 화물 과적, 그리고 급격한 방향 전환입니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세월호를 인양해 선체를 직접 확인할 때까지는 이 발표를 100%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구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은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해경 123정의 정장뿐입니다. 당시 현장 지휘를 맡았던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엉터리 구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구조지휘 라인에 있던 해경은 물론 청와대를 비롯한 관련 부처 인사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여지는 없는지 더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고 당일 실제 구조에 나선 잠수사는 10명에 불과한 데 정부가 500명을 동원했다고 부풀려 발표하고, 구조 초기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막았다는 의혹 등도 진상 규명의 대상입니다”

SBS는 “특조위의 인원과 예산을 줄이고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업무를 총괄하게 한 정부 시행령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박 대통령에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이 시행령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국회나 정부 논의를 다시 거쳐야 하는 만큼 특별조사위원회는 빨라야 이달 말에나 첫발을 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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